혜 민
스님

 

새벽 3시, 도심의 사람들이 아직 잠에 빠져 있을 시간 봉암사 가을 안거에 참여해 정진 중인 선방 스님들은 새벽을 가르는 목탁 소리와 함께 하루를 시작한다. 원래 마음공부라는 것이 깨어 있을 때와 잘 때를 구분하는 것이 아닌 항상 순일하게 하나의 시간처럼 진행돼야 마땅하지만, 그래도 세수 후에 마시는 찬 새벽 공기는 다시금 마음을 깨운다. 그리고 곧 죽비소리와 함께 삼배를 올리며 새벽 예불을 마친 선방 비구들은 고요히 앉아 생사의 근본 문제를 해결하고자 깊은 참선에 들어간다.

우리는 바쁜 삶 속에서 습관처럼 하루하루를 살긴 하지만 그래도 가끔씩은 내가 왜 이 세상에 나왔는지, 내가 누구인지, 그리고 내가 죽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싶어진다. 또한 사람은 누구나 이 세상에 홀로 오고 홀로 떠나간다. 삶이 얼마나 화려했든 풍요로웠든 죽을 때는 내 것이라 여겼던 모든 것을 내려놓고 혼자 그 마지막 길을 걸어간다. 아무리 사랑하는 가족이라 하더라도 죽음 앞에서는 그 길을 동반해줄 수가 없다. 삶과 죽음,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답을 얻고자, 책이나 다른 사람 말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 체득하고 깨닫고자 하는 사람들이 선방에서 수행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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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민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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