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머니께선 지금 내 나이 때 당신의 어머니를 저세상으로 보내셨다. 지난봄, 어머니 건강이 좋지 않으셨을 때 문득 그 사실이 떠올랐다. 벌써 내가 그때의 어머니 나이가 되었다니! 아무리 출가한 승려라 할지라도 이 세상에 어머니가 안 계시는 상황을 생각하면 마음 한가운데가 뻥 뚫린 듯, 황막하게 밀려오는 허전함을 어찌 채울까 싶었다.

우리가 살면서 겪는 수많은 부침 속에서 상처를 다독이는 곳은 어머니의 품이며, 모두의 손가락질을 받는다 하더라도 끝까지 자식 편에 서는 존재가 어머니이지 않는가. 그런 어머니를 잃는다는 것은 따스한 마음의 고향을 잃어버리는 것과도 같은 것이리라.

가만 생각해보니 출가 후 부모님을 모시고 여행을 떠나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문득 한 어른 비구니 스님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났다. 우리가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도 도우면서 승려라는 이유로 일부러 부모님을 멀리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고. 그래서 마음먹었다. 올여름에는 꼭 부모님을 모시고 여행을 같이 가는 거다! 지금 떠나지 않으면 또 계속 미루고 미루다 영원히 함께 여행을 가지 못할 것만 같았다. 여행 장소는 내가 이십대 때부터 줄곧 부모님 모시고 한번 가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해둔 캐나다 로키산맥으로 정했다. 그 장엄하고 맑은 풍경을 꼭 부모님께 보여 드리고 싶었다.

(중략)

혜민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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