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이해인 수녀님께서 아름다운 손수건으로 정성스레 포장한 시집 한 권을 선물로 주셨다. <작은 기도>라는 제목의 시집을 감싸고 있는 손수건 매듭에는, 수녀님께서 아침에 수녀원을 산책하시다 직접 따셨다는 백색 치자꽃이 함께 묶여 있었다. 수녀님의 시집을 선물받은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정성 어린 손수건 매듭과 은은한 향의 치자꽃이 함께하니 선물 자체가 한 편의 시와도 같은 여운이 있었다. 꽃이 피기 시작하는 봄이 찾아오니 수녀님 생각이 나 시집을 열어 한 편씩 아껴가며 다시 읽고 있는 요즘이다. 그중에서도 몇 번을 읽어도 새삼스런 감동을 주는 구절이 있다.

“감사만이 꽃길입니다. 누구도 다치지 않고 걸어가는 향기 나는 길입니다. 기도 한 줄 외우지 못해도 그저 고맙다 고맙다 되풀이하다 보면, 어느 날 삶 자체가 기도의 강으로 흘러 가만히 눈물 흘리는 자신을 보며 감동하게 됩니다.”

이 구절을 읽을 때마다 평생 글을 모르는 까막눈으로 사셨지만 새벽마다 정화수를 떠놓고 정성스레 기도를 올리셨던 친할머니가 생각나 마음이 짠해 온다. 어쩌면 어려운 경전을 많이 읽고 이해하는 것보다 평소에 꾸준히 감사하는 마음을 내는 것이 성스러움으로 다가가는 더 빠른 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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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민 미국 햄프셔대학 교수·종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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