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강일구]

 

혜 민 스님

우리나라 나이로는 마흔이 지난 지 이미 오래지만 미국 나이로는 다음 주에 마흔이 된다. 이제 인생의 절반쯤 살았다는 생각이 드니 지금까지의 삶을 중간점검하듯 찬찬히 돌아보게 된다. 열심히 살아왔음에, 삶의 의미를 찾으며 공부하고 수행하는 행복한 시간이 많았음에 감사함이 먼저 일어났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아쉽고 후회되는 일들도 많다. 그중에서 특히나 ‘내가 진즉 알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고 후회되는 일이 한 가지 있다. 젊은 나에게로 돌아가 지금의 깨달음을 가르쳐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도 해본다. 혹시라도 내 경험이 젊은 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창피하지만 그 경험을 나누고 싶다.

그리 풍족하진 않았지만 나는 감사하게도 화목한 가정에서 자랐다. 덕분에 성격도 밝았고 자존감에도 큰 문제가 없었다. 칭찬에 인색하지 않으셨던 부모님 덕분에 누군가로부터 꼭 인정을 받아야겠다는 욕구나 정서적 결핍이 없는 무난한 아이였다. 그런데 나를 아껴주는 가족과 친구가 있던 환경에서 벗어나 미국으로 처음 왔을 때, 그리고 외국어로 대학원 공부를 시작했을 때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먼저 추수감사절 같은 미국 명절이 돌아오면 나는 졸지에 가족 없는 외로운 고아가 돼버렸다. 또한 시간이 갈수록 비주류 외국인으로서 느끼는 외로움과 소외감은 커져만 가는 반면, 내가 삶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막연한 자신감은 점점 줄어들기만 했다. 더구나 학부 때와는 달리 공부의 양이 매우 늘어난 대학원에서의 공부는 영어가 모국어이고 머리도 좋은 미국 친구들과 경쟁하며 뒤처지기 일쑤였다.

이런 새로운 상황을 겪다 보니 나도 모르게 어느 순간부터 교수님들로부터 인정과 관심을 좀 받고 싶다는 마음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남들로부터 인정받고 싶다는 욕망, 관심받고 싶다는 욕구는 자기 스스로를 종종 초라하고 불안하게 만든다. 내가 얼마나 가치 있는 사람인지를 나 스스로 정하는 것이 아니고 다른 사람이 결정하도록 그 권리를 양도해버리는 셈이 되니, 그 다른 사람의 말 한마디에 천국도 갔다가 지옥도 갔다가 하는 것이다.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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