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위스타트 도움 받았던 철수·수지, 어엿한 사회 주역으로
속초·베트남 등 17곳 지원센터
지금까지 6만6800명 희망 키워

지난 5일 강원도 위스타트 속초센터에서 김민주(13)양이 전자기타를 연습하고 있다. 김양은 ‘위타(위스타트)밴드’의 기타리스트다. 본지는 김양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했다. [속초=오종택 기자]

위스타트(We Start)의 모토는 가난의 대물림 끊기다. 아이들이 가난을 안고 태어났을지라도 성인이 돼서는 빈곤에서 벗어나도록 하자는 것이다. 위스타트 10년 만에 빈곤 대물림 끊기의 싹이 트고 있다. 김철수(19·가명)씨는 최근 첫 월급을 타서 할머니에게는 용돈을, 아버지에게는 지갑을 선물했다. 고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뒤 국내의 한 대기업에 입사했다.

그의 인생은 10년 전 위스타트 센터에서 바뀌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부모가 이혼한 뒤 할머니 손에서 크면서 방황하기 시작했다. 남의 지갑에 손을 대는 일이 자주 일어났다. 위스타트 센터에서 전문가의 상담을 꾸준히 받은 결과 증세가 말끔히 사라졌다. 관심과 애정, 이해가 치료약이었다. 성적도 쑥쑥 올라 우등생이 됐다. 김씨는 “장차 글을 쓰는 게 꿈”이라며 “혹시 내 이야기를 쓸 수도 있으니까 매일매일 일기를 쓰면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 회사를 더 다니면 집안 형편도 좋아질 거라 기대한다.

강원도립대 유아보육과 2학년에 재학 중인 오수지(20·여)씨는 사회복지사가 꿈이다. 이 꿈은 10년 전 참여했던 위스타트 센터에서 싹을 틔웠다. 그는 일곱 살 때 아버지를 화재로 잃은 뒤 강원도 철원에서 조부모와 살았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마을에 들어선 위스타트 센터가 그에겐 몸과 마음의 쉼터가 됐다. "학원처럼 다 같이 모여 앉아 문제집을 풀고, 간식을 먹고, 인라인 스케이트와 컴퓨터를 배우고, 생전처음 박물관으로 체험학습도 하고…. 위스타트는 부모 대신 나를 키워준 곳이에요.”

위스타트 센터는 2004년 경기도 성남에서 처음 문을 열었고 현재 국내외 17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한때 31곳까지 늘었으나 정부 사업(드림스타트)으로 이관하면서 줄었다. 경기도 수원, 전남 강진에 다문화 아동을 위한 센터를 열었고 2010년 이후 캄보디아·베트남으로 진출했다. 기업과 개인의 후원금에다 지자체 지원금으로 사업을 꾸린다. 중앙정부 도움은 받지 않는다. 위스타트 모델은 한국 아동복지정책, 나아가 한국 복지정책의 틀을 바꿨다. 보건복지부가 2007년 위스타트를 본뜬 드림스타트 사업을 도입했고 211개 센터로 확대했다. 위스타트가 표방한, 지역사회 실정에 맞는 통합 사례 관리(맞춤형 서비스)는 요즘 복지정책의 대세가 됐다. 10년 동안 위스타트의 보살핌을 받은 아이는 6만6800명이다.

위스타트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위스타트는 아동의 교육·복지·건강 등 종합적인 발달을 지원하고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일시적으로 생계비를 지원하는 기존 복지사업에서 탈피해 국내 아동복지의 새로운 틀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지난 5일 강원도 속초시 청호동 위스타트 속초센터. 올해 중학생이 되면서 위스타트 프로그램을 졸업한 김민주(13·가명)양은 일주일에 1~2번은 이곳을 찾는다. 김양은 “이곳은 공부방이자 놀이방”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1m40㎝에 39㎏으로 약간 마른 체형이지만, 2007년 이곳에 올 때만 해도 1m20㎝에 19㎏으로 심각한 저체중이었다. 뱃일을 하던 아버지는 일이 끊기자 매일 5~6병의 소주에 의존했다. 어머니는 2006년 가출했다. 그해 아버지가 구치소에 수감됐고, 조부모와 민주, 그리고 남동생만 남았다.

이은희 관장은 “민주는 당시 사람들과 눈을 맞추지 않았고 대화도 어려웠다”고 말했다. 센터가 개입하면서 상황이 변했다. 민주는 심리치료를 받으며 호전됐고 전자 기타리스트로 활동하며 지난해 무대에 두 번 섰다. 센터는 민주의 조부모에게 아파트 경비원 일자리와 공공근로사업을 소개했다. 민주는 “한식 요리사가 돼 이곳 아이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박현영 기자, 속초=정종문 기자

◆위스타트(We Start)=‘가난 대물림을 끊자’는 취지로 저소득층 아동에게 복지·교육·건강 서비스를 지원하는 복지사업 . 2004년 중앙일보 탐사 보도 ‘가난에 갇힌 아이들’ 이후 소외계층 아이들에게 공정한 출발선을 만들어주자는 사회운동으로 출범했다.

원문보기 : http://joongang.joins.com/article/733/14935733.html?ct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