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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의 저자 혜민(41)스님이 24일 충남 논산 건양대를 찾았다.

혜민 스님은 우울감 해소와 자존감 회복을 주제로 ‘마음 치유 토크 콘서트’를 열었다. 1시간 30분간 진행된 콘서트에서 그는 “베풀고 남의 말을 잘 들어주면 행복해지고 다른 사람에게 위로를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토크 콘서트가 열린 건양대 콘서트홀 1200석은 빈틈을 찾기 어려웠다. 이 대학 학생과 논산지역 주민, 교직원 등은 혜민스님이 등장하기 1시간 전 자리를 다 채웠다. 혜민 스님이 건양대를 찾은 것은 위스타트 운동과의 인연 때문이다. 사단법인 위스타트(회장 송필호 중앙일보 부회장)와 건양대(총장 김희수)는 지난 7월 국내 저소득층 어린이 지원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업무협약을 맺었다. 위스타트(We Start)는 저소득층 아동에게 ‘가난의 대물림을 끊어주자’는 취지로 2004년 결성됐다. 복지·건강·교육의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혜민 스님은 위스타트 운동 홍보대사로 3년째 활동 중이다. 그는 “나눔 확산에 기여한다는 뜻에서 건양대에 왔다”고 말했다.

혜민 스님은 “우리는 지나친 경쟁 사회에 살고 있는 데다 정보의 홍수로 인해 끊임없이 남들과 비교당하고 스스로 남과 비교한다. 그러면서 마음이 우울해지고 자존감에 상처를 입는다”고 말했다. 청소년, 대학생은 물론 주부, 직장인 등 누구나 사람들과 관계 속에서 상처를 받고 우울증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조선시대에는 서울에서 살인 사건이 나도 이 같은 사실을 부산사람들은 알기 어려웠어요. 정보의 유통속도가 엄청나게 느렸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숫가락이 몇 개 인지까지 다 알 정도로 이웃끼리 가깝게 지냈어요. 마음에 상처를 받으면 이웃이 위로를 해주곤 했죠. 하지만 지금은 정반대 상황입니다. 서울에서 사건사고가 나면 실시간으로 전국의 모든 사람이 다 알죠. 그런데도 이웃간에 얼굴도 모르고 지냅니다. 어두운 뉴스를 보면 우울해지고 위로 받을 기회가 없어요. 어려운 이웃이 무관심 속에 방치됐지만 위로를 받지 못하고 있어요”

혜민 스님은 “사람이 태어나서 늙고 죽는 과정을 피할 수 없듯이 우울증도 필연적으로 겪을 수밖에 없는 감정”이라고 했다. “즐겁고 행복한 때만 있으면 좋겠지만 인생은 결코 그리 되지 않는다. 올라갈 때가 있으면 내려갈 때도 있는 것이니 우울한 날이 오면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생각하라”고 조언했다.

서운한 감정은 그자리에서 해소해야
그는 우울증 극복을 위한 해법의 한 가지로 ‘인간관계’를 들었다. 그는 “물질적으로 좋은 환경과 조건을 갖추고 있지만 인간관계가 어긋나면서 고통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네트워크를 만들지 않으면 위로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위로를 받으려면 우선 많이 베풀라고 했다. “친한 친구 10명만 있으면 억대 연봉자의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며 “다른 사람이 아껴주고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도록 베풀 것”을 강조했다. ‘뿌린 대로 거둔다’는 성경 구절, 불교의 ‘인과응보’등을 예로 들며 공덕대로 사는 것이라고 했다. 베푸는 것을 통해 주변 사람들이 다 나를 좋아하고 성공을 바란다면 결과적으로 사회가 따뜻해진다고도 말했다.

혜민스님은 또 위로를 받으려면 남의 말을 잘 들어줘야 한다고 했다. “친구 4명이 모이면 각자 4분의 1씩 말하는 게 가장 좋은 데 꼭 그렇게는 안된다. 이 때 말을 하지 않은 친구에게 말할 기회를 주면 그 사람이 좋아한다”고 말했다.

또 “서운한 감정을 해소하는 방법”도 인간관계 형성에 중요한 포인트라고 했다. “서운한 감정은 말은 하지 않으면서 은근히 (내 맘을)알아주길 원하는 것으로 미국사람에게는 없는 한국인이 갖는 특징적인 감정”이라며 “서운한 감정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20년 지기와 인연이 끊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서운하면 서운하다고 그 자리에서 바로 말하세요. 그러면 상대방이 ‘아차’합니다. 서운함을 느꼈던 시간과 그 서운함을 표현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나와 그 사람과의 강은 깊고 커집니다. 오래 두면 관계가 아예 끊어지기도 합니다.”

혜민스님은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스스로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사소한 성공의 경험을 자주 할 것을 권했다. 너무 깊게 고민하지 말고 이것 저것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조그만 성취감을 자꾸 느끼라고 했다. “음식이 아무리 많아도 먹어봐야 알 수 있고 아무리 재미있는 운동도 자기가 해보지 않으면 느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미워하는 사람위해 기도해야
그는 “내가 뭘 하고 싶은 건지 모른다고 하는 사람이 많다. 내가 뭘 하고 싶은 지를 주변 사람에게 물어본다. 그리곤 남들이 다 하는 것을 따라 한다. 그러지 말고 자기만의 길을 찾아야 한다. 내가 무슨 꿈을 꾸고 있는 지 빨리 찾아 실천하라. 그러면 자존감은 저절로 높아진다”고 말했다. 또 자존감을 높이는 비결로 열등감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라고 했다. 그는 “열등감은 자존심을 갉아먹는 요소라고 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나는 키(171cm)가 작지만 비행기를 탈 때는 키 큰 사람에 비해 공간이 여유가 있어 너무 좋다”고 했다. 주어진 환경을 성공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자존감을 높여주기 위해서는 말을 끝까지 들어주고 공감하라고 했다.

특강 도중 위스타트 운동의 중요성도 설명했다. 혜민 스님은 “많은 저소득층 아이들이 힘들어 하고 있다. 이들이 40만명이 넘는다. 외국 아이 돕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선 우리 나라 아이를 도와야 한다. 조금이라도 도움을 줘서, 누군가가 행복해 질 수 있다면 세상이 아름다워질 것이다”라고 했다. 이와 관련, 김희수 건양대 총장은 “많은 어린이들이 더 좋은 교육을 받도록 위스타트 운동에 대학이 적극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교직원과 학생들을 상대로 모금을 해 위스타트 운동에 기부하겠다고 했다.

특강이 끝난 뒤 혜민 스님과 청중들은 마음 치유 명상의 시간을 가졌다. ‘나를 위한 기도의 시간(내가 나를 사랑하면 세상도 나를 사랑합니다)’, 다른 사람을 위한 기도(당신이 있어 진정 고맙습니다)’이었다. 혜민 스님은 “불행해 보이는 10명을 위해 기도하면 내 스스로 행복해진다”고 했다. ’5분 여 동안의 명상 시간이 끝난 뒤 많은 사람들은 눈물을 흘렸다. 청중들은 “그토록 미워했던 사람을 위해 기도하니 저절로 눈물이 나왔다”고 했다.

학생 이모씨는 “어린 시절 아버지가 다른 여자와 눈이 맞아 집을 나간 아버지를 어릴 때부터 원망했다. 그런데 행복해지라고 기도하니 눈물이 났다”고 했다. 혜님스님은 “아버지로 보지 말고 한 인간으로서 왜 그럴 수 밖에 없었는지 이해하려고 노력하라”고 조언했다.

조성희(인테리어학과 4학년·여)씨는 “학업을 소홀히 하지 않으려고 정신없이 살다보니 스스로 삶을 돌이켜볼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 혜민스님 특강을 통해 나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 또 다른 사람들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혜민 스님은 서울에서 고교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에서 비교종교학 석사, 프린스턴대에서 종교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메사추세츠 주의 햄프셔대에서 종교학 교수로 재직중이다. 하버드대 대학원 시절 출가했다. 뉴욕 불광선원의 휘광 스님이 은사이다.

논산=김방현 기자 kbhk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