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강일구]

[일러스트=강일구]

성공한 기업인들이 사업하면서 가장 힘들어하는 점이 무엇일까? 이번에 내가 읽고 여러 사람에게 추천했던 책, 김재진 시인의 『사랑할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라는 에세이집을 읽다 보면 불쑥 이런 질문이 던져진다. 대개 사람들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자금을 조달하는 문제, 인재를 찾는 문제, 인허가에 관련된 문제 등이라고 추측을 하는데, 사업을 하는 저자의 친구에 따르면 정답은 그런 것들이 아니라 바로 내면의 ‘고독감’이란다.

왜냐하면 기업인들은 회사의 운명을 좌우하는 일들을 수시로 결정해야 하는데, 그럴 때마다 그 중요한 문제의 최종 결정을 홀로 판단해서 내려야 한다는 점, 그 결정의 책임 역시 본인이 모두 져야 한다는 점, 그런 결정 앞에서 몰려오는 고독감이 가장 힘들다는 것이다. 겉으로 보면 많은 임직원을 거느리고 있으니 하나도 외로울 것 같지 않아 보이지만 실상은 그들이 가장 외롭다는 것이다.

 가만히 보면 성공한 기업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배우나 가수, 스포츠 스타들 역시 이와 비슷한 어려움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정상의 자리에 서서 많은 사람의 사랑과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니 겉으로 보기에는 화려하고 좋을 것 같지만, 정작 그들 내면에서 일어나는 인간적인 어려움을 누군가에게 편안히 토로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대중은 그들에게 나와 똑같은 한 인간으로서의 모습보다는 일반인과는 다른 성공한 스타로서의 모습을 기대하기 때문에, 대중이 기대하는 모습에 스타 자신들이 맞출 수밖에 없으니 점점 힘들고 외로워지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집밖 출입도 잘하지 않고 신비주의 이미지를 내세워 스스로를 가두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럴수록 그들은 더 고독해질 것 같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왜 성공하면 꼭 외로워져야만 하는지 의문이 든다. 고독은 성공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인가? 밝은 달의 어두운 이면과도 같은 것일까? 세상을 비추는 달과 같은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고독의 그림자를 가슴에 품고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일까?

곰곰이 생각하던 차에 우연히 경제인들이 많이 보는 ‘포브스(Forbes)’라는 잡지에 기고된 마이클 시먼스의 글을 읽게 되었다. 그에 따르면 만약 성공을 하고 나서도 왠지 허탈하고 외롭다고 느껴진다면 그것은 성공의 기준을 잘못 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만약 성공의 기준을 어떤 목표의 성취로만 잡는다면, 끊임없는 경쟁 속에서 주어진 시간 내에 얼마나 많은 일을 효과적으로 처리하는가에만 초점이 맞추어진다. 하지만 이런 식의 사고는 일의 성과만을 중시하다 보니 그 일을 성취할 수 있도록 도와준 사람들은 성과를 내는 데 필요한 수단으로 전락하고 만다. 결국 성과를 가지고만 성공했다 못했다를 재단하다 보면, 일을 돕는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는 성공 여부를 따지는 데 그다지 중요한 요소로 여겨지지 않게 된다.

 하지만 반대로 성공의 기준을 성과 중심이 아닌 사람 중심으로 잡으면 입장이 달라진다. 미국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던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라는 책을 보면 위대한 기업을 만드는 기업인들의 특징은 바로 성공의 기준을 기업인이 정한 목표의 빠른 성취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내가 재능 있고 창조적인 사람들로 둘러싸여 그들과의 깊은 교류를 구축할 수 있는가에 맞추어져 있다는 것이다. 재능 있고 창조적인 사람들과의 관계를 먼저 구축해놓으면 그 안에서 지금의 나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큰 성과도 저절로 따라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성공을 사람 중심으로 놓게 되면 성공을 하고도 고독하지 않다는 점이다. 사람들과의 관계를 진정성 있게 맺는 것이 성공의 수단일 뿐만 아니라 성공의 내용이자 목적이기 때문이다.

이미 정해놓은 목표를 달성시키기 위한 도구로서 사람을 고용하는 것이 아니고, 능력 있고 훌륭한 사람들을 찾아서 그들과 좋은 관계를 깊게 맺는 것이 목적이 되면 일의 결과 못지않게 과정 또한 중시하게 된다. 더불어 모든 결정을 최고경영자(CEO) 혼자 내리고 혼자 책임져야 한다는 관점이 아니고, 나와 함께 일하는 재능 있고 창조적인 사람들과 한 팀이 되어 그 안에서 의논과 결정을 함께하기 때문에 부담도 줄고 고독감도 덜하게 된다.

 아프리카에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같이 가라’라는 속담이 있다고 한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너무 혼자 빨리 가는 것이 성공이라고만 생각한 것이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혜민 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