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박신흥의 사진 공백기는 길다대학시절 처음 카메라를 잡은 후, 30년 동안 바쁜 공직생활로 카메라를 잡지 못했다이런 그의 30년 전 사진이 위스타트 광고 제작을 위해 사용되었다그를 만나 사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처음 만난 박신흥 작가의 얼굴은 너무 행복해 보였다. 좋아하는 사진을 찍고, 전시를 열고, 책자를 보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니 그렇다고 한다. 30년 전에는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었지만, 지금은 디지털카메라를 사용한다. 예나 지금이나 같은 점이 있다면 사람을 주제로 사진을 찍는 것. ‘사람이 주제이다 보니 사람들의 모습을 많이 찍게 되는데, 요즘에는 초상권 때문에 마음껏 찍을 수도 없다고 한다. 그래도 그는 작업을 계속 이어 나가고 있다.

처음에 어떻게 소시민적인 사람을 주제로 사진을 찍게 되셨나요.

처음 카메라를 잡았을 때부터 내가 찍어야 할 주제는 사람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풍경이나 꽃 사진은 그 모습이 그대로 있지만 사람은 계속 변하죠. 사람의 희로애락을 나타내는 표정에는 동물, 자연과는 다른 특별함이 있어요. 사진뿐 아니라 다른 예술을 하는데 있어서도 사람은 가장 훌륭한 대상이 됩니다. 인간 속에 아름다움이 있고, 우주 모든 변화가 인간으로부터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의 얼굴은 많은 것을 담고 있고, 또한 가장 아름다운 것 같아요.

전시장을 찾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모습이 사진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찾는 거예요. 나의 어린 시절, 지나온 나를 발견하죠. 보통 사진전이나 미술전을 둘러보면 선호하는 작품이 몇 작품으로 모이게 되는데, 제 작품의 경우는 좋아하는 사진들이 모두 달라요. 그 이유는 사진 속에서 각자가 살았던, 경험했던 모습들을 추억하기 때문입니다어떤 분들은 그냥 옛날 사진이구나’, ‘지나간 사진이구나하고 넘어가는 분들이 있고 어떤 분들은 마음에 와서 딱 꽂힌다고 하는 분들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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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광고를 위해 사용된 사진 중에 언니가 동생을 업어주는 사진이 있어요. 작년에 안양에서 전시를 하는데, 어떤 여자 분이 와서 사진을 보더니 그 사진 앞에서 막 우는 거예요. 그래서 왜 이렇게 우냐고 했더니 본인 어린 시절과 똑같데요. 옛날에는 대부분 언니가 동생들 업어 키우고 부모님은 일 나가고 그랬거든요. 아이들도 각자의 역할이 있었어요. 그 사진을 보면 언니가 동생을 업고 있는데 언니 나름대로 열심히 일을 하는 거죠. 뒤에서 동생은 뭐가 못마땅한지 보채고 계속 우니까 앞에 강아지를 만져보라고 해요. 그제야 비로소 동생이 눈물을 그쳐요어린 동생을 업어서 키워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그 사진을 보고 무언가를 느끼는 거죠. 그렇지 않은 사람은 그냥 지나갈 수도 있고.

위스타트 광고를 위해 사진사용을 허락해주셨어요.

예전에도 다른 곳에서 제 사진을 사용하고 싶다고 제안해 오는 경우가 종종 있었어요. 지나고 나니 거절을 한다는 것이 상대방 입장에서 기분이 안 좋겠구나생각하게 되었어요이번엔 위스타트에서 광고 제작을 위해 사진사용 요청을 받았는데, 재정이 부족한 NGO에서 광고 제작을 한다고 해서 조금 의아했습니다. 정치적 성향이 있는 단체도 있고 해서 망설였죠그런데 보내주신 위스타트 소개 자료를 보고, 이 단체가 나라에서 해야 할 일을 대신하고 사회 전체를 따뜻하게 만드는 데에 기여하고 힘쓰는 곳이구나 하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어떻게 보면 거버넌스라고 말하는 정부와 민간의 공동 합작 역할을 하는 곳이라고 생각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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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리분야에서 광고를 제작한다는 것은 큰 결심이었습니다. 위스타트를 어떻게 더 많은 분들께 알리고, 국내 100만 명의 저소득층 어린이들을 도울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많았습니다.

저도 좋은 일에, 이웃을 위한 일에 동참을 한다는 것. 제가 찍은 사진들이 방송을 통해서 알려진다는 것. 모든 게 감사합니다요즘 TV를 보면 아프리카 아이들이 나오는 사진과 함께 구호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는 메시지가 광고를 통해 많이 나오잖아요. 사진찍는 사람의 입장에서 아프리카의 아이들과 70년대의 아이들의 표정이 전혀 달라요. 그 당시 우리 아이들에게는 희망이 있고 따듯함이 있고. 굉장히 활동적이죠. 구호를 기다리는 처량한 모습은 아니에요70년대에 경제적으로 어렵고 고단했지만,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가 열심히 했어요. 그게 가난한 나라에서 부자의 나라로 변하게 된 원천이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사진 속 아이들의 표정을 보면서 뿌듯함을 느낍니다.

-80년대의 사진은 어떤가요.

80년대부터는 공직에 들어와 너무 바쁘고 일이 많아서 사진을 가까이할 수가 없었어요. 요즘은 출근하고 퇴근하는 시간이 있잖아요. 그때는 토요일, 일요일도 출근을 했어요. 그 당시에 작은 소망이 한 달에 한 번이라도 해가 있을 때 퇴근했으면 좋겠다.’였어요. 그때는 토요일, 일요일도 출근을 하고 밤 121시에 퇴근하고. 1년 내내 그랬어요.

학생 때는 비용 때문에, 사진을 찍고 싶은 대로 찍을 수 없었죠. 어떻게 하면 사진을 원 없이 찍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사진기자가 되면 원 없이 찍을 수 있겠다 했는데, 방향을 선회해 공무원이 되었죠. 그렇지만 사진에 대한 열망은 계속됐어요. 시간이 허락해주지 못해서 한 30년 동안 못했지만요.

공직이 끝나고 30년 만에 카메라를 다시 잡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쉽지 않았어요. 30년 전 필름을 고이고이 보관하고 있다가. 2년여 전에 처음 전시를 열면서 사진계에서 반응이 좋았어요. 70년대 사진이 귀해요. 오히려 50, 60년대 전쟁을 겪고 피해를 복구하는 힘들었던 시기의 사진은 외국 사람들이 와서 많이 찍었어요. 70년대에는 사진 자체도 귀한데다가, 서민들이 살아가는 일상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 드물죠. 제 사진은 그런 시기의 사진을 담고 있기도 하고, 사진마다 따뜻하고 희망이 보인다는 점에서 상당히 평이 좋았어요.

OLYMPUS DIGITAL CAMERA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신가요?

70년대 사진은 더 생산할 수가 없잖아요. 물론 사진 중에 아직 발표 안 된 것도 있어요. 언론에 제 사진이 보도되면서 책을 내자는 제의가 들어오고 있어요. ‘예스터데이후속으로 70년대 사진집을 낼 생각입니다. 전시회 요청도 계속 들어오고 있고, 현재도 전시활동을 계속 하고 있어요. 독일 프랑크푸르트 괴테 문화원에서 단체전 중인데, 이번에 성과를 봐서 1년 후쯤에 프랑크푸르트에서 개인전을 할 계획도 있습니다. 70년대 사진 외에도 새롭게 찍은 사진으로 활동할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새로운 사진의 주제도 역시 행복’ ‘행복을 나누는 것입니다.

사진에 푹 빠져있는 그가 생각하는 나눔은 어떤 것일까? 그는 나눔은 나눠주는 사람 그 자체를 부유하게 한다고 말한다. 자기 자신의 일부를 기부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자기 자신을 더 여유롭게 하고 부유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사회 전체를 물질적으로는 물론, 마음도 풍부하고 따뜻하게 해 준다고 한다. 요즘 뉴스에서 볼 수 있는 우리 사회의 병폐가 나눔이나 기부를 통해 사랑으로 퍼지고 전달되면 다른 모습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끝으로 아이들을 향한 희망의 메시지를 부탁했다. 한 장의 사진으로 큰 울림을 주는 그답게 꿈을 갖자라고 짧게 답한다.

30년이 지난 지금, 그의 카메라에 2015년의 모습은 어떻게 담겨질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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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타트 광고 JTBC : 월, 수, 일요일 19:50~20:00 / 메가박스 전국 상영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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