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기운이 다가오는 4월이 되자, 다문화기술학교인 한국폴리텍 다솜학교 학생들에게도 생기가 돌기 시작했습니다. 겨우내 움츠려 있던 학생들이 하나 둘씩 모여 동아리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첫 번째 시작으로 ‘댄스부’ 학생동아리가 만들어졌습니다. 춤을 배워본 적도, 대회나 무대에 서서 춤을 춰본적도 없는 학생들이지만, 뜻이 맞는 친구들이 모였습니다.

처음엔 노트북으로 동영상을 틀어 동작들을 보면서 익히고, 서로 알려주면 되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이었습니다. 이때, 때마침 위스타트에서 아이들의 인성교육을 지원하는 한국폴리텍대학과 위스타트간의 업무협약이 체결되었습니다. 이렇게 위스타트의 지원으로 덕분에 아이들에게 외부에서 댄스를 전문적으로 가르쳐주실 선생님을 모셔올 수 있었습니다. 댄스를 배우고 싶었던 여러개의 동아리가 하나로 모였습니다. 전문 선생님을 모실 기회가 생겨 막상 좋을 줄 알았는데 모인 아이들이 서로 낯을 가렸습니다.

폴리텍다솜학교 아이들은 부모님의 결혼으로 중국에서 살다가 한국에 들어오게 된 청소년들이 많고, 그 외 몽골, 파키스탄, 키르키즈스탄 등 다양한 국가에서 온 학생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학생들이 각자 국적별로 나누어져서 댄스 동아리를 만들었었고, 전문 선생님을 모셔오면서 선생님을 중심으로 함께 수업을 받는 된 것입니다. 서로 다른 국적에 반도 나뉘어져 있어 같은 반이 아니면 대화할 기회도 없었기떄문에 수업 분위기는 무척이나 서먹했습니다.

연습1

연습2

연습3

연습4

저 친구가 알아서 빠졌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각자가 춤을 배우고 싶다는 욕구가 더 강해서인지 모두 함께 모여서 수업을 받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대화도 없이 서먹서먹하고 선생님이 수업을 가르쳐주는 동작만 열심히 반복하고, 끝나면 곧바로 기숙사에 있는 각자의 방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러던 중 회기가 더해지면서 공동의 목표가 생겼습니다. 5월 31일에 “우리만의 무대를 갖자”라는 목표를 선생님이 심어주셨습니다. 또한, 댄스 말고도 토구라는 도구를 사용해서 댄스의 새로운 분야도 알게 되었습니다. 목표 달성을 위해 우리 댄스부는 자유시간에도 자신들의 시간을 내어 모여 연습했고, 야간에도 특별히 기숙사의 배려를 받아 2~3시간을 연습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연습을 하는 동안에는 우리가 특별하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연습하던 나날 중 체육대회에서 같이 연습하던 친구 한 명이 다리를 다쳐서 연습을 빠지게 되었습니다. 아쉬웠습니다. 무대는 같이 서고 싶었는데 안타까웠습니다. 그래도 계속 조금씩 연습을 했습니다. 댄스 선생님도 정규 수업도 아닌데 밤늦게까지 연습을 도와주시고, 맛있는 떡볶이 간식, 음료수 등 배도 채워주시고 힘들 때마다 응원을 해주면서 마음까지 채워주셨습니다.

그렇게 D-day가 다가 왔습니다. 다행히 다리가 다친 친구도 무대에 오르기 3일전에 회복이 되어 댄스부에서 제일 잘 추는 친구가 개인적으로 계속 알려주어 무대에 함께 오를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꼬박 연습한 시간은 두 달입니다. 실제로는 한 달에 가깝지요. 가수나 댄서처럼 아주 잘 하기에는 어려운 연습이었습니다. “완벽해야돼, 잘해야돼”라고 생각하면 부담이 되고, 피하고만 싶어졌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대를 즐기자”라며 서로 독려하였습니다. 대화를 나누지 않던 서먹함은 그동안 흘린 땀에 씻겨 내려갔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눈빛으로 대화할 수 있었습니다.

누군가 동작이 틀리면 지적하기 보다는 다시 같이 맞춰보자고 하고, 동선을 맞추기 위해 반복했습니다. 연습 횟수가 갈수록 호흡이 척척 맞아가니 더욱 신이 났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단체복도 맞춰주셨습니다. 우리에게 기운을 준다고 반짝이는 LED 신발끈도 맞춰 신었습니다. 선생님도 너무 잘 만난 것 같습니다.

학교에 전신 거울이 걸려 있는 댄스실에 10명이 들어가기에는 비좁았습니다. 그래서 큰 학원에 가서 연습도 해보았습니다. 학교 밖의 새로운 공간에 가본다는 것도 신이 나는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의림지 수변 무대에서 우리만의 무대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무대1

무대2

누구에게 보이기 위한 무대가 아닌, 우리가 즐길 수 있는 무대였기에 더욱 뿌듯하고 즐거웠습니다. 소풍처럼 김밥, 치킨, 과자에 돗자리를 깔고 다른 팀들의 무대도 지켜볼 수도 있었습니다. 무대를 내려오면서 다음엔 9월에 있을 제천 청소년 댄스대회를 준비하자라는 의지를 다질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배우고 싶지만, 6월 메르스(MERS)로 인해 기숙학교인 폴리텍다솜학교의 외부인 학교 출입 제한으로 우리끼리 배웠던 내용을 연습하곤 합니다. 선생님이 들어올 수 없어서 너무 아쉽습니다. 대신 동영상으로 다솜제(학교 축제)에서 출 안무를 짜고 연습하고 있습니다.

댄스부에 들어온 친구의 담임선생님이 한번 댄스실에 구경을 하러 왔습니다. 이 친구는 학기 초에 상담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움직이는 것을 제일 싫어한다고 했답니다. 그 친구는 지금 댄스부에서 가장 열심히 춤을 연습하여 제일 중앙에서 다른 친구들에게 자세를 알려주는 친구가 되었습니다. 그 사이에 굉장히 활동적인 모습으로 변했다고 담임선생님이 놀랍니다.

친구들간의 거리도 가까워져서, “댄스부 모여라~” 하면 서로서로 연락하여 한꺼번에 나타납니다. 이렇게 국적도, 학년의 차이도 극복하는 댄스부 활동 너무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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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2학기에는 또다른 인성교육인 뮤지컬이 예정되어있습니다.
다양한 학생들과 우리 다솜만의 뮤지컬을 만들 활동이 기대 됩니다.

글 ·사진 : 노하예진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