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아서 끌렸을까, 사랑해서 닮았을까-내 마음 같은 사람

글 ㅣ 이고은   부산대학교 심리학 연구원

사진2_사랑은 사람을 살게 한다

 사랑은 사람을 살게 한다. (출처: pixabay.com)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세상에 수많은 사람들 중에 왜 하필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됐는지는 아무리 생각해도 불가사의인데, 그 사람 역시 나를 꼭 집어 사랑한다는 것은 정말 기적이 아닐 수 없다.

사람들은 사랑에 빠진 커플을 축복하기 위해 잘 어울린다고 말해주는데, 이 말 속에는 두 사람이 닮았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면 어딘지 모르게 닮았다는 느낌을 주지 않던가. 사람들은 과연 자신과 닮은 사람과 사랑에 빠지는 것일까, 아니면 사랑하다보니 닮아버린 것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모두 우연의 일치일 뿐일까?

수많은 학문의 갈래 중에 사랑에 관한 연구는 심리학이 단연 앞선다. 많은 심리학자들이 사랑에 빠진 남녀 사이에는 서로 비슷한 면모가 많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연인이나 배우자를 고를 때 비슷한 사람을 선택하게 되는 경향성을 심리학에서는 맞춤원리(matching principle)라고 한다. 신체 조건이나 행동방식, 의사결정이나 태도에서 비슷한 면이 많은 사람끼리 좋아하고 좋아지게 된다는 연구가 대부분인데, 최근에는 성격이나 종교, 타고난 기질, 심지어는 정신병과 같은 유사성을 변인으로 한 연구들도 많다. 연구들의 결론은 사랑하는 사람들끼리는 비슷할수록 서로 간에 느끼는 친밀감이 크고, 관계가 만족스러운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오랜 시간 사랑의 관계를 유지한 커플일수록 외모가 많이 닮았고, 성격이나 가치관이 비슷한 커플일수록 성격이 다르다고 느끼는 커플의 경우보다 행복한 생활을 유지한다고 한다.

사랑을 연구한 유명한 심리학자 파인스(Ayala M. Pines)는 성격과 가치관이 비슷한 사람과 친해지면 자신의 성격의 안정성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얻는다고 주장한다. 성격의 안정성을 유지한다는 것은 자존감을 지킬 수 있는 힘을 얻는다는 말과 통한다. 성격의 유사성은 서로 간에 소통을 열어 준다. 성격과 가치관이 비슷한 사람에게 끌리는 것은 그 밑바탕의 근본적인 유사성 때문일 것이며, 그 유사성이 바로 정서적 성숙도다. 개인의 정서적 성숙도는 세상을 보는 마음의 눈이자 태도를 결정짓는다. 데일 카네기(Dale Carnegie)는 “상대방의 가슴에 감동을 주는 최고의 방법은 그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서로 수용하고 소통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사랑이라는 보물을 공유하게 되는 것이다.

 

사진3_사랑은 사람을 살게 한다

공감, 같은 곳을 바라보기 (출처:https://www.flickr.com/photos/eugeniowilman/)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과 비슷한 사람과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사랑에 빠지고 난 이후에 사랑을 유지하기 위해 쏟아야하는 노력이 더욱 중요한 것은 아닐까. 심리학자 제이욘스(Robert Zajonc)는 사랑하는 사람과 공유한 지나온 세월이 서로를 닮아가게 했다고 주장한다. 오랜 세월을 함께하면서 같은 정서를 느끼는 경우가 많았을 것이고, 같은 정서가 불러왔을 같은 표정, 같은 반응이 결국에는 닮은 외모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연인들의 행복은 ‘공감’에서 온다. 함께 웃어주고 함께 울어주는 사람과 함께하는 삶은 행복하다. 나 자신보다 소중한 위치에 놓여진 ‘그’ 사람, 그 사람의 마음이야말로 내가 가장 소중히 여기고 감사해야할 그 무엇이 아니겠는가. 내 마음과 같은 사람을 원하면, 내가 그 사람과 같은 마음이 되어주면 된다. 사랑은 좋은 상대방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좋은 상대방이 되어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