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l 임택 여행작가

 

‘자신의 한계를 스스로 정해 놓고 도전하지 않으면 죽을 때 후회하게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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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50살이 되던 해 나는 여행작가가 되겠다며 하던 일을 정리했다. 무역업을 하며 꽤 괜찮은 수입을 올리고 있었던 나에게는 큰 도전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우려반 기대반으로 샛길로 들어선 나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어느 날 동네 언덕길을 힘겹게 올라오는 마을버스를 보게 되었다. 마을버스는 좁은 골목길을 돌면서 사람들을 실어 나른다. 평생 그는 정해진 길로만 다닐 뿐 다른 길이란 꿈도 꾸지 말아야 할 일이다. 그는 시속 60킬로 이상도 달릴 수 없다. 어쩌다 과속이라도 하면 벌금이 떨어지니 주인은 아예 재갈을 물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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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절대 시속 60킬로의 속도를 낼 수 없어’

마을버스가 본 세상이라고는 동네 파출소가 있는 큰 길가가 전부다. 아마도 그에게 꿈이 있다면 고속도로 한번 달려 보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니 그에겐 애초부터 꿈이라는 것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꿈도 이루어질 수 있다는 희망이 없는 한 바람에 흩어지는 구름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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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을버스를 보며 그의 인생이 우리의 인생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정해진 길로 다람쥐 쳇바퀴 같은 인생을 살다 10년이 되면 폐차장에서 사라지는 운명. 이러한 마을버스의 운명이 나, 그리고 우리의 삶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직장과 집을 오가며 살아가는 동안 우리의 꿈은 점점 사라지다가 그만 잃어버리고 말았다. 어느덧 우리는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되었다. 나를 단단히 잡고 있는 현실은 내가 새로운 길을 두려워하도록 가르치는 훌륭한(?) 선생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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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끝날 것인가!’

나는 처지가 같은 낡은 마을버스와 함께 세계 일주라는 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무모한 일이라며 말렸다. 그들은 나의 도전을 허황된 것이며, 도저히 이룰 수 없는 꿈이라며 적극적으로 설득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우리의 이 멋진 계획을 막지 못했다. 해보지도 않고 할 수 없다 말하는 사람들에게 보란 듯이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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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나의 한계는 내가 정한 거야.’

나는 이미 48만 킬로를 운행하고 폐차를 6개월 남겨놓은 마을버스를 구했다. 나는 그에게 ‘은수 교통’에서 따 온 ‘은수’라는 이름도 지어 주었다. 그에게 씌었던 속도의 한계도 풀었다. 여행을 떠나 은수는 자신의 한계를 극복할 때마다 심한 고통을 호소했다. 차가 부서지는 것 같이 요동쳤지만 우리는 속도를 높이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았다. 어느덧 찢어지는 굉음이 점차 사라지고 은수는 평온해졌다. 여행을 떠난 지 3개월이 지나 은수는 시속 120킬로의 속도로 앞서가는 차를 추월하기 시작했다. 안데스 산맥의 해발 5,100미터를 넘어갔으며 사하라의 건조한 사막도 지나왔다. 시베리아의 끝없는 길도 다 지나왔다. 차는 수없이 고장이 났지만 그때마다 사람들의 손길이 미처 왔다. 점차 우리의 두려움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희망이 들어와 앉았다. 677일간 5대륙 48개국을 지나오면서 수많은 친구들도 사귀었다. 이제 은수는 동네 뒷골목을 돌다 사라져가는 나약한 마을버스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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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수와 나는 비로소 깨달았다. 원래 우리의 능력은 무한한 것이었다고. 내 능력의 한계를 정한 것은 바로 나였다고. 그리고 모두에게 말한다. ‘여러분 도전하십시오. 여러분의 능력은 무한합니다. 이룰 수 없는 꿈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