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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스트라 수업이 시작되었다. 각자 아이들이 자신의 파트에 맞춰 연주하는 멋진 화음이 내 귓가를 스친다. 그 소리를 듣고 있자니 많은 생각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친다.

악기 수업 프로그램이 있다는 소리에 귀와 눈이 번쩍 뜨였다. 밤 12시가 다 되도록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서류를 준비하고 부모님들과 소통했다. 나의 열의와는 다르게 시큰둥했던 부모님들의 반응들, “우리 아이는 그런 것 안 해도 돼요.”, “뭘 그런 것을 다…”, “우리 아이는 악기 싫어해요.”, “다른 아이들 시켜주세요.” 이 같은 부모님의 냉담한 반응을 겨우 설득한 끝에 악기 수업이 시작될 수 있었다.

시작만 하면 모든 것이 해결이 되리라는 나의 기대와는 달리 이번에는 아이들이 문제였다. 바이올린 시간이면 팔이 아프다고 징징대는 아이, 플루트를 부는데 어지러워서 못하겠다는 아이, 다른 악기로 바꿔달라고 떼쓰는 아이, 겨우 악기 소리가 안정적이다 싶으면 “저희 이사 가요.” 등등 정말 울고 싶은 날이 많았다. 그렇게 힘들었던 시간이 지나가고 만들어진 ‘파라나 오케스트라(순 한글말로 마음이 푸르러서 언제나 생생한 기운을 느끼게 하는 아이를 뜻함)’. 20명의 악동들이 연주하는 음악이 주변의 듣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희망과 용기를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렇게 이름을 지었다.

어느덧 ‘파라나 오케스트라’가 만들어진지 5년이 되었다. 음악수업으로 아이들은 서로 음을 맞추듯 공동체 생활에서 관계도 맞춰가면서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해 나가고 있다. 동생들에게 악기를 가르쳐 주고, 힘들어하는 동생들에게 웃으면서 자기의 경험담을 들려주며 격려해 준다. 그러다 나와 눈이 마주치면 멋쩍은 미소를 보인다. 이런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나도 함께 성숙해 간다. 현재 위스타트 구리마을의 ‘파라나 오케스트라’는 지역에서 초대받아 공연을 하러 다니는 지역아동센터 유일의 오케스트라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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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파라나 오케스트라’ 스무 명의 악동들아!

누군가 ‘용기란 두려움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을 너무나 잘 알지만 그것을 이겨낼 수 있고 다루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또 아홉 번 실패를 했다는 것은 아홉 번의 노력을 했다는 증거다.’라고 했던 말이 생각이 나는구나. 오케스트라 단원이 되기까지 많은 용기와 노력이 필요했던 너희들, 그 용기가 두려움을 이겨내는 힘이 있었고, 땀 흘렸던 노력이 꽃을 피워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 내는 것을 알기에 내가 느끼는 감동은 도무지 한 마디로 표현을 할 수가 없구나.

너희들의 연주가 세상에 울려 퍼지고, 그 음악을 듣고 행복함을 느끼는 많은 사람들이 있는 것에 감사하며, 너희들에게 많은 응원과 사랑을 보낸다. 너희들이 항상 지혜롭고 기쁨 가득한 삶을 살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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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희선(위스타트 구리마을)
* 이 글은 위스타트 소식지 Vol.8에 게재된 글입니다.


‘우문현답(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라는 말처럼, 현장은 중요합니다.
‘아이앰쌤’은 위스타트 현장의 이야기를 선생님들의 목소리로 생생하게 들려드리는 코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