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중앙대학교 간호학과 3학년에 재학중인 홍민정입니다.
의사는 병을 고치는 사람이지만 간호사는 엄마와 같은 역할을 수행합니다. 대상자의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영적인 분야까지 돌보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포괄적인 역할을 혼자서 수행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가정, 국가, 병원, 학교, 보건소, 지역사회가 모두 협력해야만 그 안에서 간호사의 역할도 빛이 나는 것입니다. 이런 과제에 대하여 스스로 고민하고 있을 때, “가난에 갇힌 아이들에 공정한 출발기회 줘야” 라는 제목의 한 기사를 보게되었습니다.
기사는 교육과 보건 혜택을 못 받은 아이들은 자라서도 취업난을 겪거나 저소득 직종을 가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주목하면서  공정한 출발선을 제공해 가난 대물림을 끊자는 We Start 운동을 소개하였습니다.  이와 비슷한 해외 프로그램으로는 미국의 ”Head Start”,  영국의 ”Sure Start”, 캐나다의 ”Fair Start”를 소개하면서 빈곤아동에게도 공정한 출발선을 제공하겠다는 한국의 We Start운동에도 믿음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2006년 여름에는 소수 대학생을 선정해 위스타트 마을에 직접 참여, 봉사하는 기회를 준다는 공고를 보고 매우 기쁘고 설레였습 니다. 결국 저는 많은 대학생들을 대표하여 속초 We Start 아바이 마을로 가게 되었습니다.
아바이 마을은 현재 “강원도 속초시 청호동”을 가리킵니다. 동쪽으로는 동해의 푸른 바다가 넘실대고, 서쪽으로는 청초호, 뒤로는 국립공원 설악산을 두고 형성된 한 폭의 그림같은 마을입니다. 예전에는 6.25 월남 실향민 70%가 집단 정착해 살고, 도시기반 시설 미비로 생활환경이 열악하였지만, 현재는 수려한 자연을 바탕으로 매월 축제를 벌이는 아름다운 관광지가 되었습니다.
제가 속초에 처음 도착했을 때는, 위스타트 청호학당 여름방학교실 첫날이었습니다.
아이들은 똘망똘망한 눈으로 우리를 신기한 듯 쳐다보았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한 듯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하였습니다. 저 역시 긴장되고  어색하였지만, 처음과 같은 마음을 잊지 않을 것을 약속하며 마음을 한 껏 열어 아이들은 안아주고 함께 놀아주었습니다.
아이들은 놀면서 큰다는 말이 있습니다. 위스타트 청호학당의 건강, 교육, 복지 지원 서비스 역시 모두 아이들에게는 놀이의 연장이었습니다. 그들은 하루 하루 프로그램에 즐겁게 참여하였으며, 마칠 시간이 되면 내일 무엇을 할지 즐거운 상상을 하며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제가 청호학당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몇가지 프로그램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첫째, 청호동 아이들은 병풍과 같은 수려한 설악산에 가까이 살지만 스스로 등산해본 아이들은 매우 적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극기 체험 프로그램으로 친구들, 선생님과 함께 미시령등반을 하였습니다. 구름한점 없는 땡볕에 땀은 계속 흘러내리고 정상은 까마득한데 아이들은 한걸음 한걸음을 내딛었습니다. 이 때 저와 봉사대원들은 아이들에게 ”할 수 있다!”는 응원을 해주며 그들과 함께 했습니다. 마침내 정상에 도달했을 때 그 성취감!, 스스로 해냈다는 희열!. 이와 같은 값진 경험이 또 어디 있을까요?
둘째, 속초에는 설악권의 끊어진 도자기의 맥을 잇기 위해 평생을 노력하신 도공 석봉 조무호 선생님이 계십니다. 위스타트 청호학당은 사회교육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흙으로 빚는 아바이마을” 도예교실을 열였습니다. 지역사회의 소중한 문화자원을 활용하여 구성한 이번 도예교실은 정말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아이들은 직접 도자기 흙을 만지고 만들면서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 갔습니다.
셋째, 속초 청호학당 아이들은 모두 12시가 되면 인근의 초등학교로 달려갑니다. 오전 내내 놀다보면 배가 고픈데 이들을 위해 영양교실을 마련해둔 곳으로 가는 것입니다. 물론 집에 가서도 배불리 밥을 먹을 수 있는 아이들도 있지만, 집안 사정으로 거르기 쉬운 아이들을 위하여 아무 조건없는 열린 급식지원을 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아이들의 건강을 위한 세심한 배려라고 느껴졌습니다.
넷째, 도심에는 병원이 많이 있지만, 그런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 지역이 더 많이 있습니다. 이럴때 보건소의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저는 아이들 6명을 데리고 속초 보건소에 방문하는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초등학교때 특히 구강검진이 중요한데 의외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증상이 악화된 아이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이와같은 꾸준한 예방 검진이 이루어진다면 덜 아프고 비용도 절감되리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섯째, 다양한 놀이 프로그램중에서 풍선아트와 종이접기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자유롭게 그날에 하고 싶은 프로그램에 참여하였고, 선생님들은 그들의 선택에 자유를 부여하였습니다. 다음은 외국인 선생님이 직접가르치는 영어시간,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아이들에게 이 시간은 따분하게 공부하는 시간이 아니라 놀이의 연장시간이었습니다. 이외에 작문시간, 수학시간이 있었습니다. 물론 그들이 모든 분야를 다 잘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즐겁게 참여하였고, 특히 잘하는 분야는 더욱 흥미를 보였습니다. 선생님들은 그것을 발견하고 그 사실을 공유하여 칭찬해주면서 자신감을 불어넣어 줄 뿐이었습니다. 강제적으로 학원에 떠밀려서 하기 싫은 것을 억지로 하는 도심의 아이들보다 이곳이 더욱 행복해 보였습니다.
마지막으로 고위험 가정의 관리입니다. 이들은 접근하기에 매우 민감하며 아직 어리기에 자칫하면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선생님들도 세심한 관심을 기울이셨습니다. 우선 목표는 사랑으로 이들을 감싸주는 것이었습니다.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릴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주면서, 끊임없는 관찰과 심리검사로 아이의 문제가 무엇인지 알아내려고 노력하셨습니다. 폭력적인 가정에서 자란 아이라면 아이가 잘못했다고 무조건 때릴 것이 아니라, 한번더 안아주고 뽀뽀해주고 달래면서 그 아이가 스스로 마음의 문을 열도록 노력하셨습니다. 그리고 봉사단에게도 이 아이가 말썽을 부리면 무조건 혼내지 말고 한번더 이야기를 들어주라고 당부하셨습니다. 부모님이 안계시고 할머니나 이모의 손에서 자라서 위생에 대한 개념이 없다면, 시간을 내어 봉사단과 함께 목욕탕에 가도록 하셨습니다. 저는 할머니와 사는 한 아이를 맡게 되었는데, 양치하는 법부터 목욕할때 특히 깨끗히 씻어야 할 곳, 그리고 속옷은 하루에 한번 갈아입어야 하는 등 사소한 것부터 아이에게 친절히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리고 편부모 가정에서 자란아이들은 사랑을 더 받고 싶은 욕구가 있어서낯선 사람들에게 안아달라고 하며 매달립니다. 봉사단들은 여러 아이들에게 골고루 사랑을 나누어 주면서 특히 이 아이들에게는 조금 더 따뜻한 마음을 주어야 합니다. 우리는 곧 떠날 것이기 때문에 한 아이에게만 편중하면 그들은 후에 상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번 속초 청호학당에 선생님으로 참여하면서 배운점은 아이들을 대할 때 제일 중요한 것은 단호함과 일관성이라는 것이었습니다. 100명이 넘는 아이들을 통솔하려면 때로는 엄하고 단호하게 이끌어야 합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아직 여리고 순수합니다. 또한 폭력적이고 욕을 하는 아이일지라도 그것은 알고보면 그들의 환경의 문제가 더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절대 편견의 눈으로 보지 않고, 사랑의 마음으로 일관되게 아이들은 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근본적으로 그들을 변화시키려면 그들의 부모나 지역사회가 변화가 중요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단기간에 해결될 일이 아니며, 부모, 지역사회, 아동이 모두 함께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가족 프로그램이 더욱 많아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가족이 모두 참여하여 연극을 본다던가, 가족을 초청하여 발표회를 연다던가 하는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것들 말입니다.
하나의 예를 들자면 고령화 사회를 조정하기 위해 일본에서 노인들만을 위한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실시하였다고 합니다. 노인연금, 노인복지, 의료혜택등 말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노인이 되어도 걱정없다는 풍조를 형성해서 저출산을 더욱 장려하여 오히려 노인인구 증가속도를 부추겼다는 보고입니다. 이것은 노인복지보다는 가족복지를 펼쳐야 한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빈곤아동도 마찬가지 입니다. 빈곤의 대물림을 끊기 위해서는 가족복지를 펼쳐야 할 것입니다. 가족의 소중함, 가정에서의 행복을 증진시켜야 궁극적으로 아이들은 따뜻한 마음으로 커나갈 것입니다. 그러면 행복이 대물림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