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봉사활동을 결심하고 가볍게 아이들을 만나러 왔을 때

이 아이들은 하나같이
‘저  사람은 뭘 주러 온 사람인가’ 하는 눈빛이었다.
입만 열면 욕만 하는 이 아이를 처음 봤을 때 감당이 안 되었다. ’10살 아이 입에서 이렇게 거친 말이 술술 나올까’해서다.
이 아이는 3차례 아버지가 바뀌었고 엄마는 유흥업소에 다니시는 분이었다.
욕을 심하게 해서 아버지한테 맞으면 엄마가 달려왔고, 엄마를 볼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욕이었던 것이다. 처음에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정말 화가 났고 울컥했다.
‘내 아이는 혼내고 안아주면 풀어지지만 이 아이는 상처만 받는 게 아닐까’ 하는 마음에 더 조심하게 되었다.
회사 동료들과 함께 아이들을 롯데월드에 데려간 적이 있었다. 일부러 이 아이에게 반장을 시켰다.
다른 아이들처럼 돌아다니며 재밌는 걸 보고 싶어 했지만 의외로 잘 참고 아이들 질서를 훌륭하게 감당했다.
그 날 이후 아이의 태도가 달라졌다.
이제 욕이 아니라 대화로 사람들에게 관심을 끌 수 있게 되었다.
봉사는 내가 남에게 뭘 베푸는 게 아니라 오히려 내가 더 감동받는 고마운 것이다.
아이한테 뭘 해줘야 하나로 접근했을 때 아이들은 쉽게 마음의 문을 열어 주지 않았다.
내 아이 대하듯 ‘오늘 그냥 재밌게 함께 놀자’라고 생각했을 때 아이들이 따라주었다.

 (좌)안정배 총무 (우)김기환 과장

그 후, 회사 내 동아리를 만들기를 제안,
김기환 과장을 회장으로 해서 일단 ‘SCG 한마음 봉사단’을 결성하기로 했다.
아이가 둘 있음에도 입양을 고려했던 김 과장은 입양대신 더 많은 아이들을 품기로 했다.
회사 조회 때 그룹 회장님께 말씀드리고 앞에 나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이 봉사활동은 회사의 성과와는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강제성은 없습니다.
저와 함께 이 아이들을 함께 돌볼 수 있는 정말 마음이 있는 사람들만 손을 들어주십시오!”
한 명, 두 명 이렇게 20명이 모였다. 십시일반 회비를 걷어 일단 시작하기로 했다.
“봉사, 이거 한번 하니 또 하고 싶고 또 하고 싶은
일종의 중독성이 있네요.”
이젠 초등학교, 중학교 저소득 아동들을 넘어서 청소년 아이들을 돕고자 한다.
고양 배움누리에서 이 아이들을 도와줄 누군가를 찾는다는 소식을 접했다.
고양 배움누리 아이들은 이렇게 연계가 되었다. 고등학생이지만 정말 순수한 아이들이었다.
우리가 하고 싶은 봉사가 아니라 정말 아이들에게 필요한 부분이 어떤건지 여쭤봤다.
배움 누리에서 아이들이 밤10시에 끝나고 돌아갈 때 아이들 귀가 지도 부분이라는 대답을 받았다.
어차피 우리들 모두가 차량이 있으니 돌아가면서 순번으로 매일매일 차량봉사를 하는 것으로 즐겁게 결정!
처음 이 봉사를 시작한 직원들은 다 하나같이 얘기한다.
“헉! 가로등도 없는 그 깜깜한 길은 30분을 넘게 걸어가야 되더라. 그동안 어떻게 다녔을까?
요새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데… ”
서울도시가스 봉사단의 귀가 지도 봉사활동 모습
밤늦게 까지 공부하는 아이들을 데려다 주고 나면 보통 11시가 넘어서야 귀가한다.
“선생님 저 오늘 필 받았는데 조금만 더 공부하고 가면 안 돼요?”
공부하겠다는데 누가 말리겠나…? 꿈이 없던 아이들이 이렇게 바뀌어가고 있는데…
중간, 기말 시험 때면 1시에 귀가하는 건 기본이다.
차 안에서는 많은 이야기가 오간다.
친구들과 있었던 얘기, 진로 상담, 가족 간 문제 등등….
“동료들과 술을 마셔도 12시가 넘을 때가 있는데
돌아가면서 일주일에 한번 정도 이것 못합니까?
아이들을 다 데려다 주고 오는 귀가 길은 오히려 더 가볍고
아이들에게 고마운 생각이 든다.
내가 누군가에게 길을 안내해 줄 수 있는 멘토가 될 수 있다니….”
지난 8월엔 아이들을 데리고 속초에 스킨스쿠버를 하러 간적이 있었다.
“정작 우리 아이들과는 올 여름에 놀러 한 번도 못 갔다.
우리 아이들은 내가 언제라도 데리고 갈 수 있지만,
이 아이들은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거라는 생각에
이 아이들부터 챙긴다.”
얼마 전 서울 도시가스 최성호 대표이사가 고양 배움누리 센터를 방문하여 아이들에게 진로 특강을 한 적이 있다.
“전 고등학생 때까지도 많이 놀았습니다. 공부도 안하고 불량소년이었다가 군대 가서 철이 들었죠. 그리고 목적의식을 갖고 정말 죽기 살기로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당당히 서울도시가스의 대표가 되었죠.”
서울 도시가스 최성호 대표이사의 진로특강 단체사진
최성호 대표이사의 진로특강에 감동 받은 고희철(가명,17)군은 곧바로 회장님께 답장을 썼다.
아빠가 배를 타셔서 생계를 이어나가는 희철군은 할머니와 단 둘이 있을 때가 많다.
“오늘 반찬 머에요?”
센터를 열자마자 환한 웃음을 짓는 아이다.
“전 공부도 못하고 관심도 없었습니다. 근데 저 이제 공부하고 싶습니다.
회장님이 계시는 서울도시가스에 꼭 들어가고 싶어요.”

고희철(가명) 군과 최성호 대표가 주고받은 편지
이제 아이들은 공부해서 가난에서 벗어나고 싶은 것이 아니라 ‘공부해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다’라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서울도시가스 선생님들의 아버지 사랑에 아이들은 이제 조금씩 조금씩 크게 꿈을 키우고 있다.
언젠가 나도 서울 도시가스 선생님처럼 누군가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사람으로 되어 있기를 꿈꾸면서…
『서울도시가스 안정배 총무는 봉사는 하면 할수록 중독성이 생긴다고 말한다. 내 아이는 언제든 챙길 수 있지만 이 아이들은 지금 바로 함께 해야 한다고 말하는 안 총무의 입가에는 늘 행복이 가득하다.』

글·사진 : We Start 운동본부 황희정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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