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장터 이모저모
KT, 유기농 설탕 사들여 할인판매
“싼값에 좋고 이웃 도와 더 좋고”
명품 브랜드?고급 술도 곳곳 선봬

14일 부산시 해운대구 벡스코 야외전시장에서 열린 부산 위아자 장터에는 7만여 명의 시민이 몰려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초등학교 2학년 딸과 함께 집에서 사용하던 물품을 들고 나온 주부 김명진(43)씨는 “나에게는 애물단지인 물건이 누군가에게는 보물단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아이에게 가르쳐 주고 싶어 장터에 나왔다”며 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기업·봉사단체들의 장터에는 줄을 서는 진풍경이 자주 연출됐다. 부산시 해운대구 우 2동 탁구동호회 봉사모임인 녹원회 회원 20여 명은 2~3개월 모은 옷가지와 아이 장난감, 책 등 1000여 점을 팔았다. 김원(57·여) 녹원회 회장은 “올해 처음 참여했는데 반응이 너무 좋아 놀랐다”며 “내년에도 꼭 장터에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6년 연속 참여한 파라다이스호텔 장터는 예년과 다름없이 순식간에 동이 났다. 개당 수만~10여만원짜리 와인·맥주잔 360여 점을 개당 3000원에 팔았다. 이 호텔 직원들은 마케팅 교육기간 중이지만 휴식시간을 이용해 교대로 근무하며 팔았다. 여은주 홍보실장은 “올해는 전 직원 교육기간과 겹쳐 시간을 내기가 힘들었는데 한 해도 거르지 않으려 참가했다”고 말했다.

 기업장터로는 올해 처음 참여한 삼성화재 부산사업부가 204만7100원으로 최고 판매액을 기록했다.

삼성화재는 사원들로부터 모은 책·옷·생활용품 2000여 점을 직원 12명이 팔았다. 김연길(55) 지방총괄전무는 “올해 처음 참여했지만 좋은 행사여서 내년에도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식품을 판매하는 기업도 나왔다. KT는 16명의 직원을 동원해 유기농 설탕과 커피·찹쌀·고구마를 생산농가 등에서 구입해 와 시중가보다 10~20% 싸게 판매해 순식간에 동이 났다. 6년째 참여한 BN그룹 하현희(36·여) 홍보팀장은 “매년 위아자 장터에 참여하지만 올핸 유독 시민 참여가 뜨거운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 회사 장터에는 직원들의 참여 열기를 반영하듯 물품이 가득했다.

올해는 이른바 ‘명품’ 브랜드도 장터 곳곳에서 선보였다. 등산을 좋아한다는 박모(50·부산시 부산진구)씨는 블랙야크 등산용 모자, 노스페이스 패딩점퍼 등을 파느라 분주했다. 시민들의 흥정에 자신이 원하던 가격보다 싸게 대부분 팔아 치운 박씨는 “좋은 일에 참여한다는 자부심도 들고 장사를 해 보니 즐겁다”며 활짝 웃었다.

고급 술도 나왔다. 12년산 시바스 리갈과 17년산 발렌타인 양주는 순식간에 2만원·6만원에 각각 팔렸다. 뉴발란스 운동화, K2 등산화, 푸마 스포츠점퍼 등도 인기 상품이었다.

개인·기업에서 내놓은 옷가지·책 등은 싸게는 500원에서 수천원 하는 등 ‘공짜’나 다름없었다. 지난해에 이어 아이 헌 옷과 헌책 50여 점을 들고 나온 김향미(40·부산시 해운대구)씨 가족은 500원, 3000원, 5000원 가격표를 써 붙인 뒤 “쌉니다, 싸. 떨이합니다”고 외치며 손님을 맞았다. 김씨의 아들 이모(12)군은 “물건을 팔아 보니 함부로 버리지 않고 아껴 써야 한다는 경제관념이 생겼다”며 좋아했다.

민간단체와 대학·병원의 체험장터와 재능기부도 빛났다. 올해 처음 위아자에 참여한 글마루 작은도서관은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두고 가족사진을 찍어 주는 ‘평화책 원화 그리기’ 행사를 펼쳐 눈길을 끌었다. 부산지방경찰청 포돌이 홍보단의 마술 경연이 인기였다. 개막 식전행사로 포돌이 홍보단은 밴드공연과 마술공연을 펼쳤다. 마술을 펼친 노경용(24) 의경은 아시아 마술대회에서 1등을 한 실력으로 어린이들의 인기를 끌었다. 부산외국어대 통기타 동아리 ‘8분음표’는 경매 중간중간에 연주를 곁들여 장터 분위기를 돋웠다. ‘재미있수’ 초등수학연구회는 ‘소마큐브’ 등으로 수리적 이해를 높이는 수학 체험행사를 열어 호기심 어린 어린이들의 인기를 얻었다. 좋은강안병원은 혈압과 혈당을 체크해 주고 건강 상담을 해 줘 중년 시민들이 몰렸다. 대안학교인 부산 자유학교 엄경근 교사 등 캐리커처 화가 4명은 캐리커처를 그려 줘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부산 경상대 경찰·경호행정과 학생100명은 질서 유지와 안내를 도맡았다.

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