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센터에 하루종일 함께 있으면 참 많은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친구들과 센터에서 만나고 집에 돌아가면 핸드폰으로 연락을 나누는데도 매일 매일 새로 나눌 이야기가 어찌나 많은지, 한시도 쉬지 않고 재잘재잘 웃음꽃이 넘치는 대화들을 듣고 있노라면 재미있는 라디오를 듣고 있는 기분이 듭니다. 몇 년의 시간이 흘러도 질리지 않는 라디오지만 때로는 요즘 들어 아이들의 대화 속에 표현이 조금 인색해진 것 같아 아쉬움을 느끼곤 합니다.

요즘 아이들 말로 ‘밈’이라고 하는 새로운 말이 많아지고 웃긴 유행어의 등장으로 언뜻 들으면 말이 다양해졌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오히려 그런 말로 인해 마음을 명쾌하게 표현하기보다는 뭉뚱그려지는 말이 많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작년 아이들을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킹받네.” 라는 문장을 재밌을 때도 화날 때도 속상할 때도 사용하는 모습을 많이 보았습니다. “너의 이런 행동이 날 화 나게 해.” “방금 한 말 굉장히 재치있었어.” 와 같이 더 다채롭게 표현할 수 있는 말이 많은데 말이죠.

이렇게 아이들이 쓰는 표현에 대한 아쉬움을 느낄 무렵, 센터에서 2024년 인성교육을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한 회차, 한 회차 거듭할수록 제가 느꼈던 아쉬움이 인성교육을 통해 자연스럽게 해소되는 보람을 맛보았습니다.

인성교육 초반에는 솔직하게 표현하는 게 부끄럽게 느껴지는지 아이들이 행복했던 시간을 찍은 사진을 소개하는 ‘해피타임’ 활동 때는 여전히 평소에 쓰는 유행어들을 많이 사용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뒤로 이어진 다음 회차의 활동에서 나는 누구인지 설문지를 자세하게 적어보았던 ‘복면친구’, 햄버거를 만들고 고마움과 미안함과 감사함을 담은 편지를 적어보았던 ‘마음을 담은 샌드위치’, 제시어 카드를 그린 그림을 보고 서로 의논해서 맞추기 게임을 했던 ‘반만 닮아봐’, 의자게임을 하며 서로 양보하기도 하고 양보해주지 않아도 즐겁게 게임했던 ‘미안해 고마워’, 자성예언을 적은 케이크 만들었던 ‘선물이야’ 회차가 거듭될수록 아이들이 점점 변해가는 게 보였습니다.

나는 무엇을 잘하는지, 어떤 사람인지 자기 자신에 대해 깊게 생각할 때는 장난치고 놀 때에 보였던 장난스러움과 달리 제법 진지함을 보여주기도 했고, 친구와 한 주제를 놓고 토론을 진행할 때는 자기의 의견을 주장하면서 상대의 의견도 존중하고 의견이 달라도 서로 상처받지 않도록 이해해주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런 내적 성장들을 이루어가면서 활동 회차가 쌓일수록 자신들의 생각과 마음을 우스운 유행어에 기대어 표현하지 않고 보다 더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어휘들을 선택해서 말을 하고 글을 쓰는 모습들이 좋아보였습니다.

올해 2025년 겨울 방학을 맞아 아침 일찍부터 센터에 등원하여 하루를 시작하는 아동들을 보면 작년 한 해도 많이 자랐구나 생각하게 됩니다. 서로 서운한 게 있으면 자칫 마음을 오해할 수 있는 단순한 표현 대신 자기의 마음을 확실히 표현하여 다툼이 될 수 있는 여지를 줄였고, 즐거웠던 자신들의 이야기를 나눌 때에도 전보다 더 다채로운 표현으로 이야기합니다. 평소 자기 의견을 내는 게 서툴렀던 아이들이 이제는 센터 자치회의 시간에 의젓하게 생각한 바를 명확하게 전달하게 되었습니다. 인성교육을 진행하면서 단순히 프로그램 시간에 아이들이 행복하게 즐기는 것도 좋지만 프로그램 이후에도 이렇게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력과 성장을 가져다 준 것 같아 정말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덕분에 올 한해에도 더욱 활기찬 센터 생활을 이루어갈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기대됩니다.

 

 🖋️글 | 안산중부지역아동센터 박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