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상만 해도 지겨운 2020년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우리는 ‘가정’이라는 공간 속에서 가족 간 서로의 마음 상태를 직접 마주하게 되었다.
그동안 사회에서 받는 스트레스나 마음 상태는 현장에 함께 있지 않으니 대충 보고 지레 짐작 했었으나, 이제는 집에서 모든 작업을 하다 보니 서로의 고생이 눈에 보여 측은한 마음도 든다. 그러나, 그런 기분도 그리 오래 가지 않는다. 그냥 지나갈 일도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다투다 보니, 가족 간 갈등과 싸움이 예전보다 빈번해졌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가족 간 거리 두기가 불가능해지자 가정 속 화목 찾기는 더 힘들어졌다.
가족과의 대화는 가정에서 매우 중요하다. 대화를 통해 서로 공감하고 나아가 아이들의 문제, 배우자의 고충, 부모님의 어려움을 알게 될 때 마음속 응어리의 치유도 가능하다. 우리 주변 대부분의 문제는 경제적 지원보다는 조금 더 깊숙이 들여다보면 ‘정서적 지원’이 부족해서 생기는 일이 허다하다.
코로나 시기, 가족 간의 대화 폭을 넓히며 서로를 더 많이 알아가는 시기로 보내보자. 소통이 원활해지면 각자가 가지고 있는 회복 탄력성이 활성화되어 코로나라는 역경 속에서도 문제 해결을 찾을 힘이 생긴다. 가족과의 소통의 경험을 어린 시절부터 가져온 아이들은 소소한 일상의 경험을 바탕으로 마음의 면역력도 키울 수 있다. 비대면으로 학업이 진행되니 부모들의 부담도 늘고 있다. 이럴 때 학과 수업 외에 아이들이 흥미를 느끼는 분야의 독서를 통해 저자와 아이들 간의 간접대화를 끌어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유튜브로 정보를 얻는 시대 인지라 책 속에 길이 있다고 한다면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책을 통해 생각하는 ‘사고형 에너지’는 영상물 클릭 한 번으로 정보를 바로 습득하는 ‘행동형 에너지’와는 확연히 구분된다. 아이들은 직접 읽고 스스로 생각할 때 단순한 내용만을 인식하는 것이 아닌 ‘공감’을 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인지적인 것은 정보검색으로 클릭하면 순간 해결되지만 사회성은 그리 단순한 것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상대의 마음을 읽고 마음으로 대화를 나누는 가정환경은 매우 중요하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가족 간의 대화를 연습할 수 있는 환경은 만들어졌다. 가족과의 대화가 잘못하면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 상처도 받고 치유도 받으면서 마음 면역력은 점차 강해진다. 이렇게 대화를 통해 소통을 몸소 체득한 아이는 자연스럽게 ‘사회성’이 높은 아이로 성장하게 된다. 그렇다면 ‘마음의 면역력’을 가진 아이들은 어떤 모습으로 성장하게 될까?
먼저 자신의 장점을 알아내기 위해 이것저것 자유롭게 궁리하며 탐색을 즐긴다. 책을 비롯한 여러가지 경험을 통해 형성된 사고형 에너지는 탐색과정을 거치며 자신의 장점과 흥미에 부합된 스스로의 꿈과 미래를 어렴풋하게라도 그릴 수 있게 한다. 어려서 꿈을 이미 가지고 조금씩 키우는 아이들의 대부분은 자신을 귀하게 여기고 사랑한다. 이런 아이는 어떤 역경에서도 바로 일어설 수 있는 ‘회복 탄력성’이 이미 배양되어 있어 사소한 실수나 실패에도 당황하지 않고 과정을 발판삼아 앞으로 나아간다.
자라나며 거듭된 실패를 마주하지만, 단단히 자리 잡고 있는 아이들의 마음 속 면역력은 아이들을 쉽게 좌절하도록 버려두지 않는다. 마음 속 면역력이 자리 잡은 아이는 점차 나이가 들어갈 때도 자연스럽게 자기 외에 주변을 돌보기 시작한다. 이미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향해 갈 수 있는 미래형 인재라고 볼 수 있다. 코로나 시대, 앞으로 이런 상태로 얼마간은 지속 될 전망이다. 오늘 하루 조차 버티기 쉽지 않은 삶의 연속이지만 우리 아이들이 건강한 어른으로 자랄수 있는 또 다른 좋은 기회로 생각하길 바란다.
🖋️글 | 허영림
국민대학교 교육대학원 유아교육과 교수
저서 『아이의 습관을 바꾸는 칭찬 효과』 ,『아이 마음 읽기』,
『내아이의 행복할 권리』, 『내아이의 자신감 자존감』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