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포스트코로나: 또다른 재앙 혹은 왕관?
첨단기술이 이끌어갈 4차산업혁명으로 떠들썩했던 2020년 인간들은 전혀 예상치 못한 재앙에 휘말려 들었다. 현대 의학은 이 적(敵)을 코로나 바이러스로 식별하였다. 인간들은 결국 긴급히 도피하였다. 인간들은 사실 잠시 집을 거쳤을 뿐, 디지털 공간으로 피난하여 그곳에서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과연 이 급속한 디지털 도피의 결과는 어떠할 것인가? 이 도피는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인간에게 디지털코로나와 같은 또 다른 재난으로 닥쳐올 것일까? 아니면 코로나란 단어의 원래 뜻처럼, 인간의 미래에 영광의 왕관을 선사할 것일까? - 코로나 펜데믹과 현대문명의 야만
한 시대 위기는 그 시대 문명의 야만을 폭로하는 과정이다. 현재 전지구적 코로나 위기도 현대문명의 야만이 폭로되는 과정에 다름 아니다. 한번 물어보자. 정녕 현재의 코로나 팬데믹이란 이 미증유의 위기가 바이러스에 의해 전세계를 덮친 팬데믹이 된 것일까. 사실 자연 상태의 바이러스는RNA에 불과한 존재론적으로 극히 불완전한 존재다. 바이러스는 그 자체로 전 세계로 전파될 능력이 없다. 그러면 무엇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팬데믹으로 폭발시킨 것일까. 그것은 바로 바이러스의 숙주가 된 우리 인간의 현대적 생활양식이다. 현대 인간의 생활양식은 한마디로 하면 전 세계를 유목민처럼 떠도는 글로벌 노마딕 라이프 스타일이다. 그런데 이 글로벌 노마딕 라이프 스타일은 어디서 유래하는가. 그것은 현대문명의 토대를 결정짓고 있는 경제구조에서 발생한 것이다. 그리고 이 경제구조는 전 지구적 규모의 엄청난 인간 이동을 가속화함으로써 소비를 증폭시키는 초이동 선형 소비 자본주의이다. 이에 따라 자본, 과학기술, 권력은 시장자본 극대화를 향해 융합하는데 이를 통해 생산된 현대인의 생활양식이 글로벌 노마딕 라이프스타일이다. 결국 현재 전 세계를 덮치고 있는 코로나 팬데믹은 초이동 선형 소비 자본주의를 플랫폼으로 자본, 과학기술, 권력이 독특하게 융합하여 제조해 낸 생물폭탄이다. 그리고 그 기폭장치는 인간 숙주의 생활양식이다. 이제 이 폭탄이 생물폭탄답게 조용히 폭발하여 그러나 많은 생명이 희생당하고 있다. 매년 전세계적으로 동물공장에서 천문학적 숫자의 동물이 전염병으로 생명을 잃다가 이제 인간마저 생명을 대거 잃고 있다. 결국 코로나 팬데믹은 생명공동체가 파괴되고 있다는 존재론적 신음이다. 따라서 이 자본, 과학기술 권력의 현재 융합양상을 혁신하여 생명공동체를 회복하는 것이 절박한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과제이다. 그렇지 않으면 인간의 삶의 보금자리를 디지털 공간으로 전환하는 포스트코로나 시대는 현대 문명의 야만이 디지털 공간의 사실상 지배자인 인공지능에 의해 더욱 가속적으로 증폭되는 결과를 초래할 리스크가 고조될 것이다.

- 현대문명의 야만와 극복의 길
포스트코로나 시대는 현재 과학기술, 자본, 권력의 융합 플랫폼인 하이퍼 모바일 소비자본주의를 벗어남으로써 생명융화공동체의 회복을 향해야 하는 요청의 울림이 커질 것이다. 그러나 이 울림에 응답하며 행동해야하는 실천적 책임을 우리는 요즘 많이 회자되고 있는 슈퍼인텔리전스나 포스트 휴먼에게 떠 미룰 수 없다. 그 책임은 오로지 인간에게 부여된다. 인간은 생명공동체에서 유일하게 현재보다 나은 미래의 가치를 향해 결단할 수 있는 미래적 존재자이기 때문이다. 이를 칸트는 인간과 비인간의 윤리적 비대칭성이라고 했다. 합리적 인간은 다른 것을 비합리적이라고 폄훼하는 지적 우월감에 사로잡히지만, 윤리적 인간은 타자와 세계에 대한 책임감이 그의 삶의 가치이다. 그리고 또 우리가 결코 잊지 말아야할 사실이 있다. 그것은 미래로 향하는 인간의 역사는 진화가 아니라는 점이다. 진화는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는 생물학적 적응과정이다. 그러나 인간은 보다 나은 가치를 향해 결단할 수 있는 자유를 갖고 있는 존재자이다. 그리고 보나 나은 가치는 분명 자신에게만 이익이 되는 가치가 아니라 타인에게도 이익이되는 공공적 가치이다. 때문에 인간은 보다 나은 공공적 가치를 향해 진보할 수 있다. 바이러스는 진화하지만 인간은 진보한다.
공공적 가치 창출에 대한 인식이 없는 경제성장과 과학기술발전은 시장이익극대화에 매몰된 삶의 양식으로 비화한다. 이 사실을 우리사회는 최근 몇년간 체험으로 확인하였다. 그것은 2008년 세계경제 파탄의 주범인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기술적 해독제가 되고자 탄생했던 비트코인이 우리나라에서는 시장 이익극대화, 즉 대박을 향한 투기 수단으로 변질된 사건이다. 그리고 또 최근 전 사회적 문제로 등장하고 있는 갭투기 역시 공공적 가치가 창출되지 못하는 사회는 최고의 첨단 건설 토목 기술을 갖고 있다고 할지라도 거의 모두가 고통받는 갈등의 도가니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경고한다. 미국의 사례는 또 다른 반면교사이다. 거의 모든 것을 시장가치 중심으로 거래하는 미국사회에서는 세계 최고의 부를 축적하고 첨단기술과 세계최고 병원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시민들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창궐로 인한 공공보건의 파탄에 신음하며 죽어가고 있다. - 현대인과 미래의 인간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는 현대인을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A man who knows the price of everything and the value of nothing ! (모든것의 가격을 알지만, 어떤 것의 가치도 모르는 인간!) 결국 현대인을 극복한 미래인간은 포스트휴먼이나 슈퍼인텔리전스가 아니다. 미래의 인간은 모든 것에서 ‘가치’를 발견하는 인간이다. 그리고 이러한 미래인이 도래할 때 경제는 모든 것을 자원화하고 가공하여 소비함으로써 결국 폐기물을 양산하는 초이동 선형 소비 경제( linear economy)를 혁신하고 모든 것이 가치로운 존재로 순환하는 순환경제( circular economy)로 발전할 수 있다. 미래를 책임질 우리 청년세대들이 이러한 미래인간으로 스스로를 혁신하기 바라며.
🖋️글 | 김종관
성균관대 철학과 교수 및 BK21사업팀 팀장
『포스트휴먼이 온다』 『디지털철학』 『공간의 현상학, 풍경 그리고 건축』 등의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