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살면서 얼마나 행복하다고 느낄까? 개인의 심리, 소득, 주거 상황 등 삶의 여건에 따라 답은 다르다.

2024년 3월 뉴스에 등장하는 ‘국제 행복 지수’라는 지표에서, 한국은 143개국 중에 52위이었다. 이 순위는 30위권인 싱가포르나 대만보다 훨씬 낮으며, 필리핀(53위), 베트남(54위), 태국(58위), 말레이시아(59위) 등과 비슷하다. 한국의 경제력을 생각하면, 이는 우울한 결과다. 시장조사회사인 ‘lpsos’가 2024년 한국을 포함해 30개 국가를 대상으로 행복 지수(Global Happiness)를 조사한 결과에서는 한국인 중에 행복하다고 답한 비율이 48%로 꼴찌였다. 1위는 네덜란드로 85%가 행복하다고 했으며, 하위권인 일본도 57%가 행복하다고 답했다. 헝가리와 한국만이 유일하게 행복 비율이 절반을 밑돌았다. 이 조사에서 2011년에 한국의 행복 지수는 71%로 양호했으나, 13년 만에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

왜 한국인은 이렇게 행복하지 못할까? 행복하려면 무엇보다 건강해야 하고, 주변 환경이 여유와 편안함을 주어야 한다. 주변 환경은 자연 풍광, 개인의 심리, 여가 활동 등을 말한다. 주말마다 산에 오르거나, 명상이나 요가를 하거나, 동호회 축구나 친목 모임에 나가는 이들은 모두 행복하기 위해서다. 연구자들은 주변 환경이 개인이 행복함을 느끼는 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과정과 그 결과를 ‘안녕(安寧)’ 또는 영어로 ‘well-being’이라고 정의한다. 사람을 만날 때 건네는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말은 편안한지 또는 행복한지를 묻는 것이다. 그래서 참 좋은 인사말이다. 편안함을 자주 느끼는 사람일수록, 건강에 별로 문제가 없으며 살면서 행복함을 자주 경험한다. 따라서 ‘내가 행복한가’라는 질문은 ‘살면서 나는 얼마나 편안함을 느끼는가’로 고쳐 묻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미국 뉴욕타임스 신문의 유명 기고가인 데이비드 브룩스(David Brooks)는 행동이 인간의 심리를 바꾼다고 소개한다. 아주 작은 것이라도 새롭게 해보면 자신의 내면에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중요한 부분은 작은 시도가 익숙할 때까지 반복해야 한다는 점이다. 건강을 위해 매일 달리기를 한다든지. 매주 등산을 하다보면, 이 반복된 행동으로 내면의 응어리나 스트레스가 점차 풀리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운동을 열심히 해도 자신은 여전히 불행하거나 우울하다고 느끼는 한국인이 많다. 안녕(well-being)은 개인만 행복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가족, 직장, 친구, 동호회 등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서 편안함을 자주 느껴야 경험할 수 있다. 자기 생각이나 태도를 긍정적으로 유지하고 운동을 열심히 하더라도 가족이나 직장 동료, 이웃 등과 불편하게 지낸다면, 반쪽짜리 행복에 그칠 것이다.

승진이나 부동산 투자, 주식이나 코인 투자 등에 매달리기보다는 삶의 진정한 의미와 목표가 무엇인지를 고민해보자. 이 고민을 시간이 날 때마다 반복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물질적 성공보다 삶의 가치에 무게 중심을 두어야 한다.

긍정의 마음으로 이웃이나 타인을 선하게 바라보고 대하려는 행동은 행복함을 온전히 경험하도록 해줄 것이다. 이 행동은 대단한 수준이 아니며, 정말 작게 시작하지만 기회가 될 때마다 반복하면, 자신뿐만 아니라 이 행동의 결과를 누리는 타인에게도 좋은 효과를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은 아파트 공화국이라고 할 정도로 공동주택에 몰려 사는 구조다. 이러다 보니 승강기에서 같은 동에 사는 이웃을 자주 만나게 된다. 그러나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거나 간단한 눈인사를 건네는 모습은 많지 않다. 승강기를 타거나 내릴 때 눈인사나 짧은 인사말을 먼저 해보자. 순간 서먹한 분위기보다 짧지만 훈훈함을 느낄 수 있다. 이 작지만 반복하는 인사는 이웃과 편안한 관계를 만드는 윤활유가 된다.

각종 소모임이나 지역 사회 단체에서 자원 봉사의 기회를 찾는 자세도 행복함을 경험할 좋은 시도다. 이주 노동자가 한국에 정착하도록 한국어와 생활 요령 등을 알려주는 일, 지역에 사는 독거노인이나 저소득층 자녀, 거동이 불편한 이들이 필요한 부분을 돕는 일, 소모임 행사 준비에 적극 참여하는 일 등 공동체에 봉사하는 방식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이들 사례처럼, 나보다는 타인이나 공동체를 중시하는 행동을 다양하게 응용하면 좋은 효과가 일어난다. 횡단보도에 보행자가 있을 때 먼저 건너라고 손짓하면, 보행자는 미소와 고마움의 표시를 한다. 그러면 잠시나마 운전자와 보행자 모두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도움이 필요한 곳에 적은 금액이라도 기회가 된다면 기부하는 행동도 좋을 것이다. 자신의 기부로 다른 사람이 도움을 받는다는 생각만으로도 편안함을 체험할 수 있다. 쇼핑센터나 마트 등 공동 시설에서도 타인에게 작은 도움을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뒷사람을 생각해 출입문을 잠시 잡아주는 배려는 뒷사람이 고마움을 느끼게 한다. 이 배려를 이미 실천하는 사람이라면 이를 자주 자연스럽게 하면 좋다. 이런 행동은 뒷사람을 의식하지 않은 채 ‘나만 갈래’라는 모습을 보이는 사람에게 공동체 의식을 한번쯤 생각하게 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앞에 소개한 미국 언론인 브룩스는 좋은 직장이나 성공이 인생에서 넘어야 할 첫 번째 산이라면,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선한 의식을 중시하는 두 번째 산을 올라야 한다고 했다. 산 정상에 오르려면 첫발을 떼야 하고 이 걸음을 계속 내디뎌야 정상에 오른 뒤에 무사히 내려 올 수 있다. 자신이 속한 공동체를 위해 작지만 선한 행동을 일상에서 자주 반복해 보자. 정도는 다르지만 자신의 내면에 행복감과 편안함이 밀려오는 느낌을 경험할 수 있지 않을까? 

 

🖋️글 | 임종섭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