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듣는 혜민 스님과 이해인 수녀의 따뜻한 힐링

“용서와 이해로 당신을 힐링하세요”

‘여성동아’ 기사를 꺼내, 감동을 다시 느껴 봅니다.
두 분의 ‘위대한 토크’는 지난해 12월 17일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있었습니다.
We Start운동본부 주최~~~~

얼굴만 봐도 기분 좋아지는 사람이 있다.
목소리만 들어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사람이 있다.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는 사람이 있다.

그런 두 사람을 만나니, 마음 한가운데 손난로가 들어앉은 듯 훈훈한 온기가 감돈다.

그것은 혜민 스님과 이해인 수녀가 전하는 아주 특별한 선물이다.

난데없이 화면 가득 혜민 스님의 얼굴이 나타났을 때 청중들은 와락, 웃음보를 터트렸다.
물안경과 파일럿캡을 쓴 혜민 스님의 모습은 영락없는 뽀로로였다. 잠시 후 화면 속 그대로의 모습으로 혜민 스님이 무대에 올라서자 청중의 반응은 더욱 뜨거워졌다.

무거운 잿빛 승복 위에 뽀로로의 트레이드 마크를 믹스 매치한 모습은 유쾌하면서도 발랄했다.
자칭, 타칭 ‘동네 스님’으로 불리는 것도 다 이런 편안함 때문이 아닐까?

“저는 반전 있는 승려입니다(웃음). 얼마 전 미국에서 집 안 청소를 하는데 이 물건들이 나왔어요. 써보니까 재미있기에 SNS에 사진 찍어 올렸더니 의외로 좋아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얼마 지나지 않아 강의를 하러 갔더니, 한국인 학생이 그걸 봤던 모양인지 저를 보고 ‘풋’ 하고 웃더라고요.

승려이고 교수인데 이래도 되나 싶기도 하지만… 또 제가 추구하는 것이 친근한 동네 스님이다 보니…. 재미있어 하시니까 계속 쓰고 있어도 되는데, 앞이 안 보이니까 벗어야겠습니다.”

12월 17일, 서울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열린 ‘위대한 토크’ 강연을 시작하며 혜민 스님은 사진 한 장으로 자신의 근황과 요즘의 고민을 간단명료하게 털어놓는다. 미국 햄프셔대 교수인 혜민 스님은 방학을 맞아 어김없이 한국을 찾았다.

‘위(We)대한 토크’는 혜민 스님이 직접 ‘나눔대사’로 활동하고 있는 ‘위스타트(We Start) 운동본부’에서 저소득층 아동을 지원한다는 취지로 마련한 연중 행사다. 출연자 모두가 재능기부로 참여하고 수익금 전액을 저소득층 아동에게 후원하는 뜻깊은 자리다.

이번 행사는 혜민 스님이 이해인 수녀를 초청하면서 그 무게를 더했다.
평소 ‘흠모한다’던 이해인 수녀를 초청한 혜민 스님과 암 투병 중에도 혜민 스님의 초청에 응한 이해인 수녀의 만남. 1천여 명의 관객들은 이 시대를 대표하는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힐링 멘토들이 전하는 따뜻한 메시지에 흠뻑 빠져들었다.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혜민스님과 이해인수녀

2012년 종합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한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쌤앤파커스)의 저자이자, 40여만 팔로어의 고민 상담자이기도 한 혜민 스님은 ‘요즘 가장 많이 받은 세 가지 질문’을 테마로 강연을 이어갔다.

첫 번째 질문은 “미운 사람이 있어서 마음이 좋지 않은데, 어떻게 하면 좀 편안해질까요?”였다. 혜민 스님은 “남을 미워하면 자신이 가장 괴롭다”고 말한다.

“미워하는 사람을 최대한 이해하려고 노력해 보세요. 그러한 행동을 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존재하거든요. 그 사람이 자라난 환경을 알고 나면 그렇게 밉지 않을 수도 있어요.”

사람을 미워하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이유 없이 미운 사람’의 경우는 좀 더 다른 시각의 접근이 필요하다. 그런 경우는 자신에게 숨기고 싶었던 단점을 상대방을 통해 발견했을 때, 마치 아무 이유 없이 미워지는 것처럼 느낄 수도 있다는 거다.
예를 들어 ‘정확히 맺고 끊지 못하는 성격’의 경우, 내면에서 강하게 부정하기 때문에 마치 자신에게는 그런 면이 없는 것처럼 느끼지만 그런 성격을 가진 사람을 보면 이유 없이 미워하게 된다는 것이다.

혜민 스님은 자신의 단점을 알고 나면, 그래서 자신의 단점을 똑같이 가지고 있는 사람을 미워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마음이 편안해질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사람을 미워하는 또 다른 이유에는 ‘열등감’이 있다고 했다.

“그 열등감은 아주 어렸을 때, 선생님이나 부모님 혹은 주변 어른들을 통해 형성되는 경우가 많아요. 어른들이 자신의 열등감을 아이에게 표현한 것인데 아이에게는 마치 자신이 그런 것처럼 느끼는 거죠. 열등감의 표현은 비교에서부터 시작돼요. 누구보다 못생겼다거나, 덜 똑똑하다거나, 뚱뚱하다거나 하는 부정적인 말들이죠. 이처럼 말로 받은 상처는 말로 상쇄하는 방법밖에 없어요.”

혜민 스님은 관객들에게 오른손을 자신의 가슴에 올려놓으라고 했다. 그리고 이 말을 반복해보라고 주문했다.

“나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습니다. 나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습니다. 나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습니다.”

이는 세상 사람들이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열등감에 빠져 있는 사람에게 보내는 메시지다. 숱하게 불러봤음직한 노래 가사지만 열등감을 상쇄하는 주문이라고 생각하니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자신은 잘하는 일이 하나도 없다는 열등감에 빠져 있다면 ‘나라면 할 수 있어’라는 말이, 외모나 능력을 다른 사람과 비교당해 생긴 열등감이 있다면 ‘나는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고 나만의 빛깔로 세상을 밝힐 거야’라는 말이 필요하다.

혜민 스님은 아주 단순한 행동이지만 아침마다, 때론 열등감으로 괴로울 때마다 이 명상법을 실천하면 자존감을 높이고 열등감을 없애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에게 많이 받았던 두 번째 질문은 “왜 자꾸 멈추라고 하냐”는 거란다. 책 제목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빗대어 하는 말이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현대사회에서 멈춘다는 것은 곧 도태를 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혜민 스님의 ‘멈춤’은 포기하거나, 쉬거나, 그만두는 물리적 ‘멈춤’을 뜻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최근 SBS 신설 예능 프로그램 ‘땡큐’를 통해 만난 박찬호 선수에게 들은 이야기를 소개했다.

“박찬호 선수는 제가 왜 멈추라고 하는지 알고 있었어요. 마운드에서 공을 던질 때, 마음이 멈춰 있지 않으면 원하는 곳으로 공을 던질 수 없다는 거예요. 잘 던져야 한다는 부담감이나 어제 오늘의 성적, 타자에 대한 걱정 등으로 가득 차 있으면 좋은 공을 던질 수가 없대요. 마음을 현재에 두고, 지금 바로 해야 할 일을 바로 하는 것. 그것이 제가 뜻하는 멈춤이 아니냐고 묻더라고요.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명쾌한 설명인 것 같아서 고마웠죠.”

사람에게는 언제나 생각과 마음이 흘러간다. 그 흘러가는 마음과 생각을 멈추고 들여다보지 않으면 그냥 흘러갈 뿐인 것이다. 멈춰야 보이고, 보여야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게 되는 것. 그것이 혜민 스님이 말하는 ‘멈춤’이라고 한다.

“미래와 과거에 대한 걱정은 접어두고, 현재 해야 할 일을 생각할 때,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나오죠. 마음을 현재에 온전히 놓아두면 자신이 바로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이 보일 거예요.”

마지막으로 혜민 스님은 ‘자신을 온전히 사랑하는 방법’에 대한 답변을 내놓았다.

“살다 보면, 자신의 말은 어디에도 없고, 다른 사람의 말만 가득한 삶을 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지 않나요? 다른 사람이 정한 기준, 다른 사람들만 생각하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해요. 진짜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를 때가 많거든요. 나를 사랑하려면 시간을 따로 내서 내 마음의 소리를 들어야 해요. 마음을 현재에 온전히 두고, 마음을 멈춘 후, 몸과 마음이 뭐라고 하는지 들어보는 거죠. 나를 모르는 채로 어떻게 행복할 수 있겠어요.”

우리 모두에게는 위로가 필요합니다

혜민 스님의 강연이 끝나자, 이해인 수녀가 무대에 올랐다. 암 투병 중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밝은 표정이었다.

지난 2008년 직장암 판정을 받은 후 암 투병을 해오면서도 지난 여름에는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샘터)를 펴내며 따뜻한 기도를 전하기도 했다.

무대에서 만난 혜민 스님과 이해인 수녀는 “일전에 치자꽃 필 무렵, 성 베네딕도 수녀원에서 만난 적이 있었다”며 반가움을 감추지 않았다. 무대 위에 설치된 소파에 마주 앉아 그간의 회포를 풀며 같은 처지에 놓인 ‘상담자’로서의 고민을 주고받았다.

수많은 사람들의 고민을 듣고, 나름의 위로를 전하지만 혜민 스님과 이해인 수녀 또한 털어놓고 싶은 고민이 있고, 그에 대한 위로를 받고 싶다는 소탈하고 솔직한 고백이었다.

혜민 스님 건강이 좋지 않으셔서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요즘은 괜찮으신가요?

이해인 수녀 몇 달에 한 번씩 정기검진을 받고 있어요. 아파서 누워 있으면 불러내지 않을 텐데(웃음), 돌아다닐 만하니까 이렇게 다니고 있는 거겠죠(웃음). 그래도 체력적으로 힘든 것은 사실이에요.

혜민 스님 요즘 제가 SNS을 하다 보니까, 상담 요청이 많이 들어와요. 그중에 보면 연애 상담이 많은데, 수녀님도 연애 상담을 많이 받으시나요?

이해인 수녀 경험을 해보기도 전에 수녀원에 가는 바람에 해줄 말이 없는데, 자꾸 물어보더라고요. 혜민 스님은 저보다 서른 살 연하인데, 저보다 지혜가 열려 있으신지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시는 것 같아요. ‘아, 나는 그동안 뭐했지’ 하는 마음까지 들어요(웃음).

혜민 스님 수녀님, 그런데 왜 결혼도 안 해본 저희들에게 연애 상담을 하는 걸까요?

이해인 수녀 친구나 가족에게 털어놓자니 가까운 사람들에게 걱정을 끼칠까봐, 우리한테 하는 게 아닐까요? 또 비밀 보장이 철저하니까 그렇겠죠? 저희에게 딱히 해결을 해달라는 게 아니라,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한바탕 울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혜민 스님 삶이 힘들어 자살을 하고 싶다는 분들의 상담도 받으시죠?

이해인 수녀 최근 아파트 옥상에서 자살한 여고생의 어머니가 저와 함께 아이의 유서를 보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엄마를 직접 만나서 (유서를) 보고, 또 수목장으로 치른 무덤에도 갔어요. 그들을 위로해줄 방법이 없더라고요.
그 다친 마음을 제가 얼마나 알 수 있겠어요.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인 글을 써주었죠. 가끔은 죽은 가족을 따라 죽고 싶다는 편지를 받기도 해요.

그럴 때면 ‘따라 죽지 말고 형제, 부모의 몫까지 살아야 한다’고 답장을 해주곤 하죠.
한 번은 그 편지를 받은 지 10여 년이 지난 후에 한 여자 분이 연락을 해왔어요. 제 말에 용기 내어 이제는 직업도 갖고, 좋은 남자 만나 결혼하게 됐다더라고요. 저희에게 질문을 하는 분들도 뾰족한 해결책을 기대하는 것은 아닐 거예요. 그냥 들어주는 사람의 역할이 따로 있는 거겠죠. 해결 방법을 제시해주기보다 단지 위로가 필요한 것 아닐까요? .

혜민 스님 저도 그런 고민을 들을 때면 지금 영원할 것 같은 숨 막힘 또한 지나갈 거라는 것을 알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해요. 그렇게 말하는 저희들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 같아 보이겠지만 사실은 저희도 힘들거든요.

이해인 수녀 저도 힘들어요. 얼마 전에 혜민 스님의 명언 블로그에 들어가봤더니 좋은 말들이 많더라고요. 어떤 대목은 꼭 나한테 하는 말 같아서 적어왔어요. ‘부족한 나라고 해도, 내가 나를 사랑해주세요. 이 세상 살면서 이렇게 열심히 분투하는 내가 때때로 가엾지 않나요? 친구는 위로해주면서 나 자신에게는 왜 그렇게 함부로 대하는지. 내 가슴을 쓰다듬으면서 사랑한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주세요.’

이걸 보면서 스스로를 위로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내 몸을 함부로 대해서 암에도 걸렸구나. 내가 나를 토닥이면서, 약점 많은 나를 다독이면서 사는 것도 겸손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죠.

혜민 스님 어떨 때는 제가 쓴 글을 보고 저 스스로 위로받을 때도 있어요(웃음). 제가 힘들 때, 제 책을 꺼내서 보는 거예요. 사실은 트위터에 쓰는 글은 저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라고 볼 수도 있거든요.

이해인 수녀 저도 글이 너무 좋아서 읽다가 누가 썼지, 하고 보면 내가 쓴 거더라고(웃음). 수녀 생활을 40년이나 했는데, 여전히 부족함을 느낄 때가 있죠. 지금은 ‘만인의 여인’이라고 해주는데, 실속도 없는 만인의 여인 말고 차라리 한 사람의 여인이 더 나은 거 아닌가 싶을 때도 있죠(웃음).

혜민 스님 저희도 인간이니만큼 사람들에게 완벽하게 보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나 자신의 부족함을 위로받고 싶을 때가 있어요. 혜민 스님에게도 혜민 스님이 필요하더라고요(웃음). 수녀님은 요즘 크리스마스는 어떻게 준비하고 계세요?

이해인 수녀 우리는 일단 노래를 많이 시킵니다(웃음). 크리스마스에 나눠줄 쿠키도 굽고요. 이맘때면 어르신들을 방문하는 게 연중 행사죠. 성탄은 성당의 대목이라 아주 바빠요(웃음).

혜민 스님 저희는 부처님 오신 날이 대목입니다(웃음).

이해인 수녀 카드 꼭 보내주세요(웃음).

먼저 웃고 먼저 사랑하세요

혜민스님과 이해인수녀

두 사람이 내면의 가식 없는 이야기를 털어놓을 때, 객석은 함께 웃고 함께 공감의 박수를 보냈다.

혜민 스님은 자신의 솔직한 이야기를 통해, 또 이해인 수녀는 특유의 재치와 진솔함으로 청중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이어 탤런트 강성연과 그의 남편인 재즈 피아니스트 김가온이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르고 동화책 낭독, 피아노 연주 등을 선보이며 감동을 선사했다.

그리고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이를 잊게 하는 맑은 목소리. 그 따뜻한 목소리로 이해인 수녀가 투병생활 중 쓴 ‘행복의 얼굴’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사는 게 힘들다고/말한다고 해서/내가 행복하지 않다는 뜻은/아닙니다./내가 지금 행복하다고/말한다고 해서 나에게 고통이 없다는 뜻은/정말 아닙니다./마음의 문 활짝 열면/행복은 천 개의 얼굴로/아니 무한대로 오는 것을/날마다 새롭게 경험합니다./어디에 숨어 있다/고운 날개 달고/살짝 나타날지 모르는/나의 행복/행복과 숨바꼭질하는/설렘의 기쁨으로 사는 것이/오늘도 행복합니다.

이해인 수녀는 언제나 그래 왔듯, 시를 통해 기도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이와 함께 가치 없어 보이는 일상의 소중함을 깨달으면 좋겠다며 ‘단추를 달며’를 낭독했다. 일상에 지친 영혼에게 자신의 위치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해주는 시다.

떨어진 단추를/제자리에 달고 있는/나의 손등 위에/배시시 웃고 있는 고운 햇살/오늘이라는 새 옷 위에/나는 어떤 모양의 단추를 달까./산다는 일은/끊임없이 새 옷을 갈아입어도/떨어진 단추를 제자리에 달듯/평범한 일들의 연속이지./탄탄한 실을 바늘에 꿰어/하나의 단추를 달듯/제 자리를 찾으며 살아야겠네./보는 이 없어도/함부로 살아 버릴 수 없는/나의 삶을 확인하며/단추를 다는 이 시간./그리 낯설던 행복이 가까이 웃고 있네.

이해인 수녀는 강연 말미에 낭독한 ‘용서하기’와 ‘감사의 기쁨’으로 송년 메시지를 대신했다.

용서해야만 평화를 얻고/행복이 오는 걸 알고 있지만/이 일이 어려워 헤매는 날들입니다./지난 1년 동안/무관심으로 일관한 시간들/무감동으로 대했던 만남들/무자비했던 언어들/무절제했던 욕심들/하나하나 돌아보며/용서를 청합니다./진정 용서받고 용서해야만/서로가 웃게 되는 삶의 길에서/나도 이제 당신을 용서하겠습니다./따지지 않고 남겨두지 않고/일단 용서부터 하는 법을/산타에게 배우는 산타가 되겠습니다.

감사라는 말만 들어도/마음엔 해가 뜨고/얼굴엔 웃음이 피어납니다./하루 내내 한 달 내내

그리고 1년 내내/감사하며 살았지만/아직도 감사는 끝나지 않은/기도의 시작일 뿐입니다./받은 은혜 받은 사랑/잊지 않고 살도록 도와주십시오./베푼 관심 베푼 사랑도/돌아보면 이기심투성이라/부끄러울 때가 많습니다./다시 오는 새해에는/더 많이 감사해서 후회 없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또한 감사의 기쁨을 감사드립니다.

강연이 끝난 후, 이해인 수녀로부터 신년 메시지를 들을 수 있었다. 다가온 새해가 누구보다 반가울 그에게 2012년은 ‘읽고 싶은 책을 생각만큼 읽지 못하고, 추천 글 쓰느라 자신의 글을 많이 못 쓴 것 외에는 후회되는 일 없는 한 해’였단다. 2013년은 ‘부족한 자신도 기다려주며 초발심을 찾아 수도생활에 전진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고 했다. 이어 이해인 수녀는 2013년에는 ‘먼저 웃고 먼저 사랑하는, 솔선수범하는 사람이 되자’고 전한다.

일상생활뿐 아니라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강단에 서서, 시를 낭송하고 따뜻한 웃음을 전할 수 있는 힘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이해인 수녀는 암을 원망하기보다 사이좋게 길들이면서 ‘친구’로 만들어가고 있다고 했다.

“실은 언제 어찌될지 모르는 환자다 보니 아직 움직일 수 있을 때, 뜻깊은 나눔에 동참하려고 합니다. 강의 요청도 끝이 없으나 기도 안에서 나름대로 선별하고 있죠. 이런 것들을 이웃 사랑의 한 방법으로 여기고 있는데, 늘 많은 분들이 호응해주니 보람이 있습니다.
그 힘의 원천도 결국은 신앙의 힘이겠죠.

투병생활을 하다 보면 우울해지기 쉽지만 이는 ‘받은 것에 감사하기’ ‘당연한 것에 감동하기’ ‘자신의 한계를 받아들이는 겸손함을 배우기’ ‘모든 것은 다 지나간다는 것을 되새기며 남이 내게 잘못하거나 오해하는 것도 용서하기’ 등 ‘명랑 투병 지침’을 세우고 내 고통을 객관화시키는 노력을 하면 평화로워집니다.”

출처 / 여성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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