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5년, 미국의 소아과 의사와 심리학자들은 하와이 카우아이섬에서 태어난 신생아 833명을 18세까지 추적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이 연구는 사회과학 역사상 가장 야심찬 프로젝트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열악한 환경에서 자란 201명의 삶을 집중 분석한 결과, 3분의 1인 72명이 불우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건강하고 훌륭한 사회인으로 성장했다. 연구진은 그들이 어떻게 역경을 극복했는지를 분석했고, 놀랍게도 이들에게는 단 한 명이라도 무조건적인 지지와 응원을 보내주는 사람이 있었다는 공통점이 발견되었다. 즉,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을 믿어주고 응원하는 존재가 단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사람은 그 힘을 바탕으로 역경을 견디고 더 나은 삶을 만들어갈 수 있었다. 이 연구를 바탕으로 심리학에서는 레질리언스(resilience), 즉 회복탄력성이라는 개념이 탄생했다. 회복탄력성은 단순히 역경을 견디는 힘이 아니라, 시련을 겪은 후 더욱 성장하는 능력을 의미하며, 현대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로 주목받고 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어려움에 직면한다. 취업 실패, 인간관계의 갈등,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예상치 못한 질병, 또는 단순한 일상의 스트레스까지, 삶은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곤 한다. 그리고 같은 역경을 겪더라도 어떤 사람은 그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는 반면, 어떤 사람은 이를 딛고 더욱 강한 사람이 된다. 그 차이를 만드는 것이 바로 회복탄력성이다.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들은 도전을 극복하는 능력이 뛰어나며, 스트레스와 역경 속에서도 쉽게 좌절하지 않는다. 또한 인생에서 마주하는 어려움을 성장의 기회로 삼아 더욱 강해지고 단단해진다. 대표적인 예로 『해리포터』의 작가 J.K. 롤링을 들 수 있다. 그녀는 경제적 어려움과 우울증을 겪으며 미혼모로서 힘든 시기를 보냈지만, 이를 극복하고 책을 집필했다. 그녀는 12번이나 출판사에서 거절당했지만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두었다. 그녀의 사례는 회복탄력성이 인생을 변화시키는 힘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회복탄력성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기본적인 요소는 충분한 수면과 운동이다. 수면이 부족하면 감정 조절이 어려워지고 스트레스 내성이 낮아진다. 이는 결국 부정적인 감정에 더 쉽게 휘둘리게 만들고, 작은 실패에도 크게 좌절하게 만든다. 따라서 하루 7~8시간의 충분한 숙면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운동은 신체뿐만 아니라 정신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운동을 하면 뇌의 감정을 담당하는 편도체가 안정화되고, 전전두엽이 활성화되면서 보다 객관적이고 긍정적인 사고를 하게 된다. 실제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운동이 우울증 치료제보다 더 큰 효과를 낼 수도 있다. 따라서 규칙적으로 최소 주 3회 이상, 30분 이상 운동하는 습관을 들이면 정신적 강인함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사고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우리는 종종 부정적인 사건이 일어나면 좌절하고 낙담하지만, 그 사건이 정말로 인생을 망칠 만큼 큰일인지 한 번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인지 치료(CBT)에서는 비합리적인 사고를 합리적인 사고로 바꾸는 과정을 통해 스트레스와 부정적인 감정을 조절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즉, 힘든 일이 닥쳤을 때 “나는 왜 이렇게 운이 없지?”라고 생각하는 대신, “이 경험을 통해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라고 사고방식을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다. 처음에는 쉽지 않지만, 반복적으로 연습하면 자연스럽게 부정적인 감정에 덜 휘둘리게 되고, 어떤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다.

또한 긍정적인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주변 환경과 관계 속에서 살아가며, 특히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는 우리의 정신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들은 자신을 지지해 주고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불필요한 갈등이나 부정적인 관계에서 스스로를 보호할 줄 안다. 따라서 불필요한 인간관계를 줄이고, 나를 응원해 주는 사람들과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회복탄력성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회복탄력성은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하버드의 가젤 박사는 의사들을 대상으로 회복탄력성 프로그램을 진행하여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번아웃을 겪던 의사들이 다시 환자를 돌볼 수 있도록 도왔다. 이처럼 회복탄력성은 단순한 심리적 개념을 넘어, 실제로 우리의 삶의 질을 높이고 개인과 공동체의 건강을 유지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결국, 회복탄력성은 우리가 역경을 마주했을 때 무너지지 않고, 오히려 이를 발판 삼아 더 나은 삶을 살아가도록 돕는 힘이다.

우리는 매일 누군가에게 “안녕”을 묻고, 헤어질 때 “조심히 들어가”라고 말한다. 과거에는 전쟁과 기아 속에서 생존 여부를 확인하는 인사였지만, 현대에 와서는 단순한 안부를 넘어 상대의 평안을 진심으로 바라는 말이 되었다. 그러나 우리의 삶은 예측할 수 없는 일들로 가득하고, 우리는 수없이 많은 크고 작은 어려움을 마주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어려움이 우리를 완전히 무너뜨릴 수는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적절한 방법을 통해 회복탄력성을 기른다면, 어떠한 시련이 찾아와도 우리는 다시 일어설 수 있다.

 

🖋️글 | 이연희 정신건강전문요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