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되면서 시작된 서울에서의 생활도 한달 반이 지나고 이제는 겨울의 초입을 맞이하고 있네요. 인턴을 시작할 때는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우려가 마음을 휘감고 있었지만 어느 샌가 익숙하게 일을 하고 있는 저의 모습을 보니, 지금까지의 시간이 매우 짧다고 느껴질 정도로 빠르게 지나갔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처음엔 ‘위아자나눔장터’ 행사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습니다. 단지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는 재활용 장터가 아닌가’ 하는 수준에 그칠 정도였지요. 하지만 위아자나눔장터에 대해 인터넷이나 각종 매체 등을 통해 접하고, 이곳에 와서 함께 참여하고 진행을 하면서 이것이 단순한 장터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서울, 대전, 부산에서 열리는 등 규모도 규모지만 다른 일반 장터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역시 ‘나눔’이라는 가치가 강조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시민, 기업, 단체 등 많은 곳에서 각자 집에서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을 가져와 사람들에게 저렴하게 판매하고, 그 수익금은 저소득층 어린이들을 위해 사용되는 매우 의미있고 나눔에 대한 인식을 고취시킬 수 있는 행사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맡은 업무는 명사기증품 담당이었습니다. 정치, 경제, 연예, 문화, 스포츠 등 사회 전체를 아우르는 각계각층의 명사들이 기증해 온 물품들을 접수, 보관하고 그것들을 잘 포장해서 행사당일 장터까지 잘 운반한 다음, 시민들에게 판매하는 것이었습니다. 또, 그 물품들의 사진을 찍어 공식 홈페이지에 업로드하고 필요할 때는 신문에 실릴 기사를 위해 사진을 기자들에게 전달하기도 하였습니다.
행사 당일, 준비를 위해 이른 아침에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에는 자신들이 원하는 명사들의 기증품을 구입하기 위해 주위를 서성거리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 사람들을 보며 그들의 열정에 감탄하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오늘 하루 종일 행사를 잘 마칠 수 있을까’에 대한 염려도 있었습니다. 행사가 시작되고 여러 연예인들의 등장에 수많은 인파가 몰려 정신이 없기도 하였지만 봉사자들과 함께 서로 협력하며 판매 부스를 운영하였기 때문에 큰 어려움 없이, 돌발 상황 없이 무사히 진행 할 수 있었습니다.
한편, 옆에서 진행되고 있는 경매 현장을 이따금 지켜보면서 사람들이 서로서로 높은 가격을 부르며 경쟁할 때는 나도 모르게 흥분이 되기도 하였고 생각보다 낮은 금액에 기증품이 낙찰되었을 때는 덩달아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이 행사만을 바라보며 달려왔던 날들이 10월 19일이라는 날로 모두 마무리되었고 예년에 비해 많은 금액이 모였다는 소식에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인턴 초반에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우물쭈물하거나 당황해했던 경우도 있었습니다. 마치 군복무 시절 이등병으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기증품이 많이 들어오지 않았던 때에는 뭐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행사가 점점 다가오면서 기증품들이 쉴 새 없이 들어오고 때로는 밤늦게까지 근무하면서 내가 해야 할 일들에 대해서 명확하게 알 수 있었고 어떻게 하면 좀 더 효율적이고 빠르게 주어진 일들을 처리 할 수 있을까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기증품들에 대한 파손이나 분실없이 잘 마무리 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이러한 큰 행사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는 것 자체로도 기쁜 일이지만 이곳에서 일하면서 새롭게 만나게 된 분들에 대해서도 감사한 마음이 있습니다. 앞으로도 위아자나눔장터의 규모가 더욱더 커져서 수익금도 많아지고 언젠가는 전국의 더 많은 지역에서 함께 진행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노력들이 많은 이들에게 전해지고 위스타트가 더욱더 큰 단체로 성장해나갔으면 합니다.
스스로에게는 많은 것들이 어색하고 낯설어 묵묵하게 지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편안한 마음으로 지낼 수 있었고, 그러한 와중에 이제 근무 종료를 앞두고 있어 아쉬운 마음도 듭니다. 하지만 그러한 마음을 뒤로 하고 여기서 새롭게 만든 인연을 계속해서 이어나가 멋진 모습으로 다시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글 : 김재현 인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