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Start] 받기만 했던 우리가 이젠 나눠줘요 [중앙일보] 전국 위 스타트 마을 7일까지 봉사축제
서울 강서마을 꽃길 만들기로 `스타트`


 


가난한 아이들에게 공정한 복지(Welfare)와 교육(Education) 기회를 제공해 삶의 출발(Start)을 돕자는 시민운동인 위 스타트(We Start)운동이 3일로 출범 2주년을 맞았다. 중앙일보 탐사기획 ”가난에 갇힌 아이들” 시리즈 보도를 계기로 시작된 위 스타트 사업은 맞춤형 아동복지 프로그램과 탄탄한 지역 복지네트워크 구축에 힘입어 단기간에 본궤도에 오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꽃이 안 다치게 흙을 살살 모아서 덮고 잘 눌러 주거라.”

“엄마, 물은 이 정도 주면 되나요?”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방화동 위 스타트(We Start) 강서마을에 있는 종합복지관 앞 화단. 고사리 손들이 베고니아.피튜니아 등 예쁜 꽃과 철쭉 묘목을 심고 가꾸느라 분주하다.

현선이(10.가명)도 엄마.동생과 열심히 꽃을 심었다. 아빠는 돈 번다고 나가서 소식이 뜸하고 엄마는 지병으로 누워 있을 때가 많아 현선이네 가족은 오붓한 시간을 가져 본 적이 거의 없다. 그러다 강서 위 스타트 센터에서 마련한 ”우리 마을 사랑의 꽃길 만들기”행사에 참여한 것이다. 두문불출해 온 엄마지만 위 스타트 센터의 도움으로 현선이의 성적과 성격이 날로 좋아지고 있어 감사의 뜻에서 행사에 나오게 됐다. 두 시간 동안 땀을 흘린 현선이 엄마는 “가족 사랑을 새삼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며 “그동안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해 늘 미안했는데 앞으로 이런 봉사활동에 적극 참여해야겠다”고 말했다.

강서마을을 시작으로 전국 위 스타트 마을 가족들이 7일까지 제1회 위 스타트 자원봉사축제를 연다. 도움만 받던 아이와 가족들이 이제 다른 사람과 지역 사회를 돕겠다며 나눔봉사 활동에 나선 것이다. 축제에는 12개 마을에서 60여 개 팀이 참가할 예정이다. 독거노인과 결연맺기, 마을 청소, 공부방 꾸미기, 환경보호 캠페인 등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위 스타트 운동본부 박남기 부장은 “이번 행사를 계기로 아이들이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자긍심을 갖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강서마을에서는 어린이 30여 명과 가족, 아이들을 가르치는 고등학생 멘토(상담자.3명), 변호사.의사 등 전문직 자원봉사모임인 ”사랑샘 봉사단”(4명)을 포함해 50여 명이 300송이 꽃과 50그루 묘목을 심었다. 덕분에 우중충하기만 했던 아파트 단지에 아연 봄기운이 살아났다.

사랑샘 봉사단 오훈(38) 회장은 “가난 속에서도 티없이 순수한 아이들의 모습에 놀랐다”며 “아이들과 더불어 하는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마련해 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재훈 기자<LJHOON@JOONGANG.CO.KR>
사진=김형수 기자 <KIMH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