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은 인생과 꼭 같다. 완벽하려고 너무 애쓰지 않아도 된다. 마음먹고 잘해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으니 몸도 마음도, 그리고 공간도 보다 편안해졌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집도 나도 나이가 잘 들어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로 이사한 것은 2000년이다. 그런데 이곳에 거주하면서 무려 네 번의 인테리어 리모델링 작업을 감행했다. 그러나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말처럼, 처음 두 번의 공사는 달라진 인테리어 트렌드를 최대한 반영하고 싶은 욕심이 더 강했던 모양이다.
당시에는 분명 성공적인 인테리어였으나 시간이 지나 아들 둘이 쑥쑥 커가고 그에 따라 우리 가족의 라이프스타일도 변화를 맞으며 불편한 부분들이 조금씩 생겨났다. ‘나의 공간’에 작은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아, 기본 마감재는 시간이 지나도 질리지 않는 모던한 제품을 선택하고, 소가구나 소품으로 트렌드를 가미해 조금씩 변화를 줘야 오래도록 편안한 공간이 되는구나.’라는 깨달음을 얻은 순간이었다.

예쁘기만 하고 살기는 불편하거나, 실컷 고쳐놨더니 몇 년 후 촌스러워지면 인테리어 개조 공사가 무슨 소용인가. 집이란 누가 뭐라 해도 살면서 손이 덜 가고 유지하기 편해야 하는 것이 키포인트다. 이런 시행착오를 감안하여 시도한 세 번째 리모델링의 콘셉트는 명료했다. 생활하기 편리하며 오래 보아도 질리지 않는 안식처. 보다 구체적으로는 ‘내구성은 강하되 디자인은 모던한 마감재, 일하는 엄마인 나의 직업을 반영한 주방 구조, 1층의 단점을 보완하는 거실 인테리어, 소가구와 소품으로 트렌드 놓치지 않기’가 그것이었다.
세 번째 리모델링을 했던 것이 9년 전인데 지금까지도 우리집 기사를 보거나 내 개인 SNS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얼마 전에 다시 시공하셨나봐요. 정말 세련되고 깔끔하네요.”라는 코멘트를 남겨주는 것을 보면 이러한 인테리어 콘셉트가 꽤 성공적으로 반영된 것 같아 뿌듯하다. 그리고 지금, 한 공간에서 네 번째 리모델링을 마치고 난 여전히 같은 공간에 살고 있다. 나만의 공간에서 위로를 받으면서.
집이라는 공간을 전문적으로 디자인하는 사람, 그러한 사람이 사는 집은 완벽할 거라 사람들은 생각한다. 어쩌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완벽함’이란 가족 구성원 수, 가족의 취향, 공간에 대한 철학, 직업, 그리고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주관적으로 달라
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집은 그런 곳이다. 태생과 성장의 원형을 찾는 회귀본능을 채워주는 ‘고향’처럼 일상의 원형이 되는 귀소본능을 채워주는 곳이다. 오늘의 나를 지키고 내일을 기대하게 해주는 케렌시아가 되어준다. 태생과 성장의 원형이 없이는 지금의 나는 없다. 오늘 보호와 안식을 찾지 못한 채 내일을 기대할 수 없다. 나에게 집이란 바쁜 일상에 쉼표를 찍을 수 있는 곳, 불안과 걱정을 내려놓고 완벽한 편안함으로 나를 채우는 곳, 위로와 치유로 내일을 지내는 힘을 얻는 그런 곳이다.
어떤 집에 살고 계세요?
조희선 | 리빙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꾸밈by 대표, 신한대학교 공간디자인학과 교수, SBS 좋은아침 하우스 MC 등을 역임하며
트렌드와 실용성을 오가는 리빙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약 중이다. 『나의 첫 인테리어쇼핑』,
『스타들의 내집같은 전셋집』, 『조희선의 홈 인테리어 북』 등 다수의 저서를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