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ppy Smile, 몽골 아이들의 미소를 담다.

“이가 많이 아프니?”

“아니요. 안 아파요.”

몽골 치과병원 무료 진료소에 치과치료를 받으러 온 알탐 바야르(5)에게 물었더니 돌아온 답변이었다. 이가 안 아프다고? 사전에 치아를 살펴보았을 때, 썩은 이가 보이고, 진통이 심해보였는데…

순서가 되어 의사 선생님이 알탐 바야르의 치아를 보더니, 이가 많이 썩어서 충치치료와 함께 신경치료가 병행되어야 할 것 같다고 한다. 잇몸도 많이 상해 있는 상태이고, 앞으로 영구치가 잘 자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고 말씀하시는데, 치과치료를 처음 받아 보는 바야르는 긴장했는지, 몸이 뻣뻣하다.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옆에 통역이 앞으로 진료할 내용에 대한 의사선생님의 설명을 바야르에게 자세히 전달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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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탐 바야르(5)의 치아를 살피고 있는 주선희 위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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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치과병원의 백승준 의사와 김경진 위생사, 그리고 통역을 해 주고 있는 몽골 학생

치료를 받고 있는 바야르가 처음 받는 치과 진료에 겁내지 않도록 손을 잡아 주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옆 진료실에서는 알탐 바야르의 누나들이 치료를 받는 중이었다. 알탐 졸라(9)와 알탐 게를레(13). 알탐 졸라는 앞니가 빠지고 영구치가 나오려고 하는 중이었다. 빠질듯 말듯 하는 앞니가 아슬아슬해 보였는데, 의사선생님이 시원하게 두 개의 앞니를 치료해 주었다.

알탐 게를레는 어금니에 충치가 있어, 음식을 먹을 때 많이 힘들었다고 한다. 2년 전에 치과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데,충치 치료한 부분이 다음날 바로 떨어져 지금까지 그대로 방치되어 이가 더 썪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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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탐 졸라를 치료 중인 장준혁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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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탐 게를레를 치료 중인 몽골학생 게렐마와 후원기업 두산의 이지영 대리

 

이렇게 치료해야 할 곳이 많은데, 아이들은 왜 아프지 않다고 하는 걸까? 이에 대해 봉사활동을 온 서울대치과병원 소아치과 장준혁 의사는 “아이들이 이미 통증의 단계를 넘어섰기때문에 아프지 않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아요. 치료를 하면서 발치를 하는데, 빼야 할 치아를 빼지 않으면 앞으로 나올 영구치가 자라는 데 방해가 되어 충치가 생길 수 있고, 때문에 영구치가 잘 자랄 수 있도록 자리를 잡아주는 것과 동시에 충치가 다른 치아로 옮겨 가는 것을 막기 위한 치료들을 하고 있습니다.” 라고 설명해 주었다.

삼남매의 진료를 마치고, 서로 입을 벌려 자신들이 치료한 것에 대한 이야기를 재잘 재잘 나누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뿌듯함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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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 치료를 받은 후, 알탐 졸라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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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탐 게를레가 치료를 마치고 수줍게 그려서 건네 준 감사편지.

몽골어로 “치료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라고 씌여있다.

아래 그림은 게를레, 졸라, 바야르 삼남매를 그린 것.

 

알탐네 가족은 삼남매와 부모님 이렇게 5식구로 울란바토르 체쯔 지역의 게르(몽골식의 이동식 집)에 살고 있다. 부모님이 정기적으로 하는 일은 없으며, 요리사 일을 하는 엄마와 막노동 일을 종종 하는 아빠(발진 냄·37세)의 수입이 전부다.

아빠는 자주 친구들과 술을 마신다고 한다. 치과 치료를 받은 다음 날 알탐네 집에 방문했을 때, 발진 냄씨는 전날 마신 술이 덜 깨 비몽사몽한 상태였다. 게르 옆에는 벽돌 집을 짓다 만 흔적이 있었는데, 벽돌을 조금씩 사서 집을 짓는 몽골 빈곤지역에서는 종종 목격할 수 있는 풍경이었다.

치과 진료 후 선물로 받은 양치 세트로 오늘 양치질을 했다는 바야르와 두 자매의 모습을 보며 넉넉한 생활은 아니지만 5식구 웃음을 잃지 않고 생활하는 아이들이 어떤 꿈을 꾸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다른 사람들을 돕고 건강을 지켜주는 의사가 되고 싶어요.” – 알탐 게를레(13)

 

“엄마처럼 맛난 음식을 만드는 요리사가 될래요.” – 알탐 졸라(9)

 

“경찰이 되어서 아빠를 괴롭히는 사람들을 잡아갈거예요. 아빠 사랑해요.” – 알탐 바야르(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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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탐 가족이 살고 있는 게르에서

 

왼쪽부터 알탐 졸라, 자야(We Start 몽골센터), 알탐 게를레, 알탐 바야르

 

아빠에 대한 사랑이 유독 크고 누나들을 보호하려는 듯한 알탐 바야르는 이미 나이보다 성숙한 느낌이었다. 멋진 경찰이 되어 가족을 지키고 지역주민들을 지키는 알탐 바야르의 모습이 절로 상상되었다.

 

이렇게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치과 의료봉사를 한 8월 27일부터 31일까지 5일 동안 200여명의 아이들과 지역 주민들이 치과 검진을 비롯한 발치, 충치치료, 스케일링 등의 치료를 받았다.

이번 봉사활동에는 서울대학교치과병원 의료진과 후원기업인 두산 임직원뿐만 아니라, 몽골치과대학 학생들도 참여하여 한국과 몽골이 함께 협력한 의료봉사활동이라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었으며, 특히 이번 봉사활동에 참여한 몽골치과대학 학생들은 We Start 몽골 센터 아동을 위한 지속적인 검진을 약속하였다. 이로써 단기적인 치과 진료가 아닌 주기적인 치과 검진을 통해 We Start 아동들이 건강한 치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도움을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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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치과병원의 김성균 봉사단장이 몽골치과대학 학장에 의료기기 기부 증서를 전달하였다.

이 밖에도 서울대학교치과병원측은 이번 몽골 치과 진료를 위해 준비한 모든 장비들은 몽골치과대학병원에 기증하였다. 이에 몽골치과대학병원 학장은 “서울대치과병원의 의료 봉사 활동에 감사하며, 몽골이 지금은 다른 나라의 도움을 받고 있지만, 앞으로는 도움을 줄 수 있는 나라로 성장할 것이다.” 라며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앞으로도 몽골과 한국간의 교류가 더욱 활발해 지길 바라며, 봉사단원들의 따뜻한 마음이 몽골 아동들에게 전해졌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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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로 출발 전 인천공항에서 찍은 봉사단원 단체사진
이번 의료봉사를 위해 서울대학교치과병원과 두산그룹, 바보의 나눔 재단 등이 함께 진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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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에서 치과진료를 진행한 몽골치과대학병원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