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폴리텍 다솜고등학교 상담실은 매주 수요일 방과 후마다 북적거린다. 위스타트 인성센터 개관과 인성교육프로그램의 방과 후 도입 이후, 원래도 북적북적하던 상담실이 더 복잡해졌다. 다문화 고등학생들이 재학 중인 한국폴리텍 다솜고등학교는 작년부터 위스타트 인성교육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올해는 전문상담교사인 내가 방과 후 수업으로 개설해 진행하고 있다.
첫 해의 시행착오를 거울삼아 올해는 33개의 프로그램 중 학생들이 재미있어할만한 프로그램 8개를 소재와 주제별로 적절히 선별해 진행하고 있다. 1학년 45명이 예외 없이 모두 참여하는 방과 후 수업으로 개설하면서도 ‘내가 이 많은 학생들을 모두 무리 없이 지도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떠나지 않았다. 15명씩 학급별로 나누어 3주에 한번 로테이션 식으로 수업을 참가시키자는 아이디어 역시 모두를 수용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그렇지만 내심 속으로는 수업의 연속성과 집중도가 떨어져 매주 진행했던 작년보다 효과가 낮아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고민을 이겨내고, 인성교육 프로그램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 내가 내린 답은 ‘가능한 학생들의 눈높이에서, 학생들이 재미있을 수 있도록 하자’였다. 학생들이 재미있게 참여하도록 내가 말하는 시간을 줄였다. 그리고 의식적으로 학생들 모두가 한 차례 이상 자신의 작품, 친구의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었다. 때로는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 아이들이 집중할 수 있도록 수업 주제와 연관된 게임을 고안하기도 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처음에는 ‘이걸 왜 해야 해요? 꼭 해야 해요?’라면서 방과 후 인성교육프로그램에 부정적이었던 학생들이 점점 프로그램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1학기 마지막 수업이 진행되던 7월 19일, 전기과 학생들과 ‘반만 닮아봐’라는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었다. 한 학생이 몸이 안 좋다는 이유로 친구들과 함께 활동하지 않고 옆에 앉아만 있겠다며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림을 그려야하는 활동을 할 때,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하는 아이들이 간혹 이런 모습을 보이곤 한다. 나의 머릿속에는 여러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만약 억지로 참여시킨다면 이 친구는 오
늘 수업을 부정적으로 느낄 것이고, 이는 프로그램 전체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다고 전혀 참여하지 않도록 가만히 두는 것은 수업 전체의 분위기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래서 나는 학생이 힘들어하는 그림 그리기에서는 제외시켜주되, 수업에는 참여할 수 있도록 다른 역할을 부여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단순히 수업을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옆에서 보조를 해주고, 다른 친구들이 팀별 미션에서 규칙을 잘 지킬 수 있도록 심판을 봐주는 등의 역할을 맡겼다. 그러자 소극적이었던 아이가 오히려 수업에서 가장 적극적인 아이로 변화하였다. 20분 정도 시간이 지나자, 자신도 가면을 그리고 싶다며 먼저 수업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지를 보였다. 자발적으로 즐겁게 활동했기 때문에, 아마 이 날 수업에서 가장 인성교육 프로그램의 극적인 효과를 맛본 학생은 바로 그 학생이었을 것이다.
인성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다보면 여전히 종종 한계에 부딪힌다. 교사로서의 내 모습이 때로는 무능력하게 느껴질 때도 있고, 과연 내가 이 학생들을 올바르게 지도하고 있는 건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우리 학생들은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있고, 하나하나 모두 너무나도 다르다. 이런 다문화 학생들에 대한 인성교육은 더더욱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내 능력에 비해 너무 과분한 부담을 짊어진채 길을 만들면서 가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약간일지라도 변화를 보여주는 학생, 수업 내용을 즐기며 프로그램에 온전히 몰입해주는 학생들 덕에 한 걸음씩 나아갈 힘을 얻는다.
글: 이재균(위스타트 다솜인성센터)
* 이 글은 위스타트 소식지 Vol.7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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