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청소년 지킴이 된 강진신협 이사장
지난 1일 전남 강진군 성전면 ‘위스타트 강진글로벌아동센터’. 악기를 손에 든 아이들이 크리스마스 캐럴 ‘창밖을 보라’를 목청껏 부릅니다. 음악을 통해 다문화가정 청소년들의 성장을 돕는 ‘꿈꾸는 빅밴드 뮤즈(Muse)’의 연습 모습입니다.
다문화가정 어린이로 구성된 밴드 안에는 유독 눈에 띄는 단원이 있습니다. 유일한 어른 연주자인 문경환(63) 강진신협 이사장이 그 주인공입니다. 그는 이날 설 명절을 앞두고 간식을 챙겨 들고 왔다가 우쿨렐레 연주를 자청하고 나섰습니다. 문 이사장은 “연주 활동을 통해 아이들이 밝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시간이 날 때마다 이곳을 찾는다”고 합니다.
문 이사장은 강진 지역에서 ‘키다리 아저씨’로 통합니다. 평소 지역 청소년이나 어려운 이웃들을 돕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녀서입니다. 최근 그는 다양한 취약계층 중에서도 다문화가정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강진 지역 다문화 청소년들을 지원하는 글로벌아동센터를 수시로 찾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곳에서는 현재 300여 명의 다문화가정 어린이·청소년들의 학업과 여가활동을 돕고 있습니다. 악단 ‘뮤즈’는 이 중 14명의 청소년을 뽑아 노래와 악기연주를 가르치는 밴드입니다.
“다문화가정 어머니 고향서 연주회 열어주는 게 꿈”
문 이사장은 “연말마다 아동센터 아이들이 여는 연주회를 보면서 음악이 지닌 힘을 느끼곤 한다”며 “다문화 청소년들의 바람대로 외할머니의 나라에서 연주회를 열어주는 게 꿈”이라고 말합니다. 그는 또 “다문화가정은 대부분 어머니가 이주여성이어서 아이들이 어려움을 겪을 때가 있다”며 “인근 10개 읍·면에 사는 아이들이 보다 편하게 아동센터를 오가도록 버스를 마련하는 방법을 찾는 중”이라고 강조합니다.
그가 다문화가정이나 어려운 이웃들에게 관심을 가진 것은 2007년부터입니다. 법무부 법사랑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강진 성전읍에 살던 초등학생과 자매결연을 한 게 시작입니다.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학생 집에 들러 공부를 봐주거나 식사를 함께하며 나눔의 의미를 깨달았습니다. 문 이사장은 “함께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려운 아이들에게 애정을 갖는 어른이 있다는 것 자체가 힘이 된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합니다.
“힘든 여건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을 돕겠다”는 생각은 장학금 지원을 통해 구체화되었습니다. 황주홍 국회의원이 강진군수 재직 시절 설립한 강진군민장학재단 설립 당시 이사로 참여한 게 시작이었습니다. 그가 창립 당시 성금 2000만원을 낸 강진장학재단은 현재 자본금 162억원 규모로 성장했습니다.
1958번째 아너소사이어티
이후 다양한 사회활동에 참여한 그는 지난해 11월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이 되었습니다. 전남 지역 78번째이자 국내 1958번째입니다. 문 이사장은 “장학금을 주거나 기초생활수급자들에 대한 집 고쳐주기 등으론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아너소사이어티 가입 이후 기부문화를 확산시켜야 한다는 의무감이 더 커졌다”고 말합니다.
사단법인 위스타트와 인연을 맺은 것도 아너소사이어티에 가입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주변에 생각보다 많은 다문화가정 청소년들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입니다. 그는 명절이나 겨울철이 되면 후원금과 이불 등을 지원함으로써 다문화가정을 돌봐왔습니다.
그는 이번 아너소사이어티 기부금 1억 원 중 4000만원을 위스타트 강진 글로벌아동센터에 전달키로 했습니다. 이 돈은 오는 2월 새로 출범할 음악단 활동과 센터 운영비 등에 사용될 계획입니다. 기부금 중 나머지 6000만원은 강진 노인전문요양병원 및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기금으로 쓰입니다. 정신정 위스타트 강진글로벌아동센터 관장은 “이번 후원에 힘입어 2013년 출범한 뮤즈 활동을 올해는 ‘별빛나리 위스타트 2019’로 확대 운영할 방침”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키다리?…기대만큼 주변 어려움 크게 챙길 것”
문 이사장은 “처음 아동센터를 찾았을 때 진지하게 악기를 연주하던 학생들의 얼굴을 잊을수 없다”며 “나누면 내가 더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소중한 경험”이라고 합니다. 자신을 ‘키다리 아저씨’로 부르는 데 대해서는 “사실 키는 174㎝밖에 안 된다”며 “그만큼 주변의 기대가 크다는 것을 잊지 않고 주변의 어려움을 챙기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중앙일보(강진)=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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