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타트 멘토 만난 소연이
인터넷 올린 소설마다 화제
“문예창작과 대학생 됐어요”
지난 5일 만난 소연양은 인터뷰를 마치자마자 아르바이트를 하는 편의점으로 향했다. [박종근 기자]
‘엄마, 사다리를 내려줘/내가 빠진 우물은 너무 깊은 우물이야//차고 깜깜한 이 우물 밖 세상으로 나가고 싶어’(박성우, ‘보름달’ 전문)소녀는 빈곤이라는 이름의 깊은 우물에 빠져 있었다. 소녀에겐 사다리를 내려줄 엄마도 없었다. 10년 전 아버지와 이혼한 뒤 집을 나갔다. 당시 아홉 살이었던 소녀에게 남겨진 것은 ‘술꾼’ 아버지와 늙은 할머니, 그리고 두 여동생뿐이었다.방송작가를 꿈꾸는 박소연(19·가명)양에게 빈곤은 벗어날 수 없는 굴레였다. 막노동을 전전하는 아버지는 집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세 자매는 할머니가 폐지를 주워 벌어온 몇 천원으로 하루를 버텨야 했다.
2006년 ‘희망의 사다리’가 소연양을 찾아왔다. 지역의 위스타트(WeStart)센터가 소연양과 두 동생에게 공부를 가르쳤다. 학원에 갈 수 없었던 자매에게 센터는 학원이자 놀이터였다. 센터에서 멘토로 만난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최가원(29)씨는 소연양의 꿈을 실현하는 안내자가 됐다. 소연양은 지난 7년간 최씨에게 글쓰기 지도를 받았다. 고3 때는 ‘사다리 물고기’라는 제목의 첫 번째 단편소설도 썼다. 엄마에게 버림받고 가난과 싸워야 했던 이야기를 담은 자전소설이었다. 이 소설에 박성우 시인의 ‘보름달’이 인용돼 있다.
“물고기는 비늘 속 기생충을 털어내려고 수면 위로 뛰어오르잖아요. 엄마에겐 제가 그 기생충이었던 거예요. 엄마는 사라졌지만 저는 어떻게든 사다리를 타고 꿈에 도달하고 싶었어요. ”
이후로도 소연양은 인터넷 게시판 등에 익명으로 소설을 올려 화제가 됐다. 대학 입시가 다가오는 무렵, 소연양이 최씨에게 말했다. “언니처럼 문창과에 가려고요. 가난 때문에 꿈을 접을 순 없어요.”
소연양은 결국 위스타트라는 사다리를 타고 우물 밖으로 나왔다. 올해 한 대학의 문예창작과에 입학했다.
소연양은 5년 전부터 보증금 100만원짜리 단칸방에서 아버지, 첫째 동생과 함께 지낸다. 방이 좁은 탓에 막내는 할머니가 맡아 기르고 있다. 한뼘이라도 넓은 곳으로 이사해 막내를 데려오는 게 새로 생긴 꿈이다. 지난 1월 한 소셜펀딩 사이트에 “막내 동생과 함께 살고 싶어요”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방 보증금 200만원을 목표로 모금 중이다. 현재 80여만원밖에 안걷혔다. 목표를 채우지 못하면 펀딩 자체가 무산된다. 소연양에겐 우물 밖으로 나갈 또 한 번의 사다리가 필요하다.
글=이서준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