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얼른 타. 빨리 집에 가서 자야 내일 또 등교하지.” “잠깐만요. 친구한테 뭣 좀 전해주고 금방 올게요.”지난 16일 밤 10시가 좀 지나자 경기도 고양시 풍동의 음식점 밀집촌 입구에 자리 잡은 ‘고양시-KB국민은행 배움누리(배움누리)’ 앞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두 봉사자가 배움누리 건물에서 나오는 학생들을 차에 태우느라 부산하게 움직였다. 이곳에서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일어나는 모습이다.

서울도시가스㈜ 경기지사(지사장 안희섭)의 ‘한마음봉사단’은 이처럼 배움누리에서 공부를 마친 학생들을 차에 태워 집 앞까지 데려다주는 도우미 역할을 하고 있다.

배움누리는 고양시 관내 고등학생 중 기초생활수급 대상과 차상위계층, 한부모 가정 등에서 학업 욕구를 가진 학생들을 위해 고양시와 KB국민은행이 2011년 설립해 운영하고 있는 시설이다.

한마음봉사단은 배움누리 설립 때부터 인연을 맺어 안전귀가뿐 아니라 학생들에게 다양한 도움을 주고 있다. 회원 20여명이 학생들의 개인사나 가정문제까지 파악해 세심하게 챙기다 보니 가족처럼 끈끈해졌다.

회원들은 나름대로 성금을 모아 일정액이 차면 아이들의 장학금으로 내기도 한다. 지난 1월에도 300만원을 마련해 올해 대학에 들어간 학생들의 장학금으로 전달했다.

한마음봉사단은 2010년 5월 결성 때부터 고양시 관내 어려운 아이들을 위한 봉사에 초점을 맞춰 활동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고양시 덕양구의 한부모 가정 및 취약계층 가정의 12세 이하 아이들을 모아 그룹 멘토링을 시작했다. 여기서 보람을 얻은 회원들은 점차 활동 폭을 넓혀갔다.

토요일마다 저소득가정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모니카와 사물놀이를 가르쳤는데 수강학생 수가 600명을 넘겼다. 수상레포츠·놀이동산·캠핑 체험, 고양시 문화탐방, 겨울철 스키캠프 등 다양한 체험활동으로 350여명의 아이들에게 도움을 줬다. 매년 연말이면 자체적으로 ‘사랑의 쌀’ 100㎏씩을 마련해 어려운 가정의 아이들에게 전해주고 있다.

한마음봉사단은 물질적 도움 이상으로 회원들이 직접 몸으로 가슴으로 어려운 아이들을 돕는 데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지금까지 활동 과정에서 이 방법이 아이들에게 더 유익하다는 걸 익히 알게 됐기 때문이다. 요즘은 배움누리에서 공부해 대학생이 된 이들이 배움누리 스태프로 참여해 열심히 봉사하는 걸 보면서 큰 보람을 느낀다.

배움누리 이은행 센터장은 “한마음봉사단의 도움으로 배움누리가 한결 원활하게 돌아가고 있다”면서 “봉사단 회원들의 진정성에서 감동 받을 때도 있다”고 밝혔다.

초대(김기완)에 이어 두 번째로 봉사단을 이끌고 있는 한재현(49) 회장은 “우리 회원들 사이에는 무리하지 않고 우리 힘이 닿는 데까지 열심히 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면서 “계획한 대로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고양시 일산서구 덕이동에 있는 서울도시가스㈜ 경기지사는 고양시 파주시 김포시 일대에 천연액화가스(LNG)를 공급하고 있다.

고양=정수익 기자 sag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