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 이지현 / 그림: 장민영
내 인생의 최악의 날…마니또 뽑기
2016년 1월 29일 금요일, 조금 흐림
오늘은 내 인생의 최악의 날인 것 만 같았다.
에스더 선생님께서 아이들을 모두 모으고 위스타트 구리공부방 안에서 ‘마니또 게임’을 할거라고 하셨다. 마니또는 예전 어렸을 때 해본 것 같았는데, 선생님께서 ‘마니또’가 ‘비밀친구’라는 의미이고, 내가 제비뽑기한 친구에게 ‘수호천사’가 되어서 걔를 위해서 착한 일을 하거나 선물과 칭찬 쪽지를 주어야 한다고 하셨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친구이름이 적힌 제비를 뽑아보니, 나랑 평소에 친하지 않았던, 아니 친하기보다 좋아하지 않은 윤서연이를 뽑았다!!! 왜! 왜! 하필 서연이를 뽑았을까 정말 너무 슬펐다. 억지로 수호천사 노릇은 하지 못할 것만 같았다. 서연이는 나보다 공부를 잘하고 조금 잘난 척도 한다. 그래서 얄미울 때가 많았다. 그래서 평소에 같이 잘 놀지도 않는다. 선생님한테 바꿔달라고 말했지만, 한번 뽑으면 바꿀 수 없다고 하셨다. 그리고 평소에 서연이를 잘 관찰을 해가며 장점을 꼭 찾아보라고 말씀하셨다. 내가 과연 잘 할 수 있을까…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런데 내 수호천사는 누구일까 진짜 궁금하다.
2016년 2월 18일 목요일, 흐리고 춥다
학교에 다녀오고 구리공부방에 갔다. 선생님은 오늘 나의 수호천사와 비밀친구에게 선물과 쪽지를 전해줄거라고 하셨다. 나는 별로 하고 싶지 않았지만, 노래도 하고 율동도 하고 게임도 했다.
그 다음으로 나의 수호천사에게 고맙다는 쪽지를 섰다. 그 수호천사가 나에게 내가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것 같다는 칭찬 쪽지를 주었기 때문이다. 수호천사에게 줄 과자 5개를 골라서 포장했다. 내가 직접 주는 것은 아니고, 공부방 선생님들이 대신 전해주신다고 했다. 언니인지 동생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준 것을 보고 좋아했으면 좋겠다.
다음으로 나는 서연이에게 줄 쪽지를 적었다. 나는 한 달 동안 서연이에게 좋은 일을 별로 못했다. 하지만 서연이를 더 관심 있게 봤더니, 의외로 잘 웃는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리고 먹을 때도 잘 먹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서연이가 내 글씨체를 알지 못하게 (근데 안 친해서 내 글씨체를 알지도 못할 것 같았지만) 다른 글씨체로 “잘 웃고 잘 먹는 것 같애.” 라고 썼다. 그리고 걔가 평소에 좋아하는 라면 과자를 넣어 선물을 포장했다. 쪽지도 쓰고 선물도 만드는 서연이랑 조금 친해진 기분이 들었다.
2016년 3월 4일 금요일, 맑음
오늘도 공부방에 갔다. 오늘이 마니또를 공개하는 날이었다. 그 동안 서로 너무 알려주고 싶었는데, 드디어 공개하는 날이라서 속이 시원할 것 같았다. 오늘은 비밀친구를 위해서 컵케이크를 만들었다. 아니 선생님이 사오신 컵케이크 위에 초코펜으로 하트도 그리며 장식을 했다. 포장까지 해서 드디어 서연이에게 다가갔다. 선생님께서 “자, 선물이야, 너의 수호천사가 된 동안 행복했어!”라고 말하며 선물을 주라고 하셨지만, 나는 부끄러워서 그냥 상자를 내밀고는 자리에 앉아버렸다.
서연이는 웃기도 하면서 놀라는 표정이었다. 나의 수호천사에게도 똑같이 컵케이크를 받았다. 나의 수호천사는 다솜반의 유진이 언니였다. 요즘 언니가 말을 자주 걸었는데 왜 그랬는지 이해가 갔다.
막상 마니또를 공개하고 나니 조금 아쉬웠다. 왜냐하면 최근 서연이를 챙기다보니 서연이가 전에는 얄밉기만 했는데, 이제는 싫지 않게 되었다. 더 친해지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앞으로 잘 지내보고 싶어졌다. 마니또 게임을 다음번에도 또 하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