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8월 1일, 속초마을로 출근 하는 날!
‘이 나이에 일할 수 있다는 건 얼마나 큰 행복인가~’
‘순수하고 깨끗한 이 아이들을 대상으로 어떤 그림을 그려야 할까~?’
이런 저런 생각을 뒤로 한 채 벅차고 기대하는 마음으로 밝고 순수한 영·유아들을 만났다. 일주일, 이주일….한 달, 두 달….어느 날 아이들과 한글 쓰기와 읽기를 했다. “나비!”, “김00아, 이게 뭔지 읽어 보자.” “거북이요.”, “지우개”, “안00아, 이게 뭔지 읽어 보자.” “코끼리요.” “그래~ 잘 읽었어.” 14년 동안 공부방을 하며 학습지도를 했던 나는 2016년에 입학을 앞둔 7세 아이들이 한글을 읽지 못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래서 조금 더 본격적으로 7세를 대상으로 한글 읽기와 쓰기를 해보았다. 7명 중 문장을 읽고 이해하는 아이 1명, 이해는 부족하나 문장을 읽을 줄 아는 아이 1명, 단어를 읽을 줄 아는 아이 2명, 전혀 되지 않지만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아이 1명, 전혀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하고자하는 의지조차 없는 아이 2명이 있었다. 내가 생각한 것 보다 더 심각했다. ‘어떻게 하지? 혼자 할 수도 없고…’ ‘최소 일 주일에 3번 정도는 해야 할 텐데…’ ‘아, 자원봉사자를 활용하자!’
그러나 학부모를 대상으로 자원봉사 해 주실 분을 찾아보았으나 아무도 나서주는 분이 없었다. 자원봉사센터에 협조 요청을 하였으나 내가 원하는 봉사자를 찾지 못 했다. 공무원연금관리공단 ‘상록 봉사단’을 통해서 내가 필요로 하는 봉사자를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여 협조 요청을 하고 기다렸다. 답이 오지 않아 전화를 하면 담당자는 “다른 지역은 활발한데 속초는 자원하는 사람이 없어요, 죄송합니다.”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기다리던 전화가 왔다. “선생님, 한 분이 자원하셨습니다. 성함과 연락처를 알려드릴게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자원하신 분의 마음이 변할까 걱정되어 바로 전화 드리고 만남을 가졌다. 그냥 한 번 와 봤다는 자원봉사자의 말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속초마을 센터를 함께 돌아보며 위스타트의 목적과 자원봉사자를 필요로 하는 이유에 대한 설명을 드리며 설득한 결과, 봉사해 주기로 하고 돌아 가셨는데 다음날 다른 봉사자 두 분 모시고 오셨다. 그러던 중 ‘상록 봉사단’을 통하여 또 한 분을 또 소개 받아 총 4분의 자원봉사자와 함께 2015년 12월 8일부터 ‘한글 나라’프로그램을 시작하였다. 아이들은 일주일에 3회, 한 시간씩 한글 지도를 받고 있다. 입학이 임박한 만큼 1학년 받아쓰기 급수표를 중심으로 학습을 했습니다. 그 결과, 하고자하는 의지조차 없던 2명은 8급까지 통과 했고 나머지 아이들은 14급까지 통과하는 효과를 보게 되었다. ‘한글나라’를 진행하면서 사회복지사로서 자부심과 보람을 느꼈으며 속초마을에 있어야 할 이유를 알았다. 자원봉사자들은 때로는 초콜릿과 과자를 아이들에게 주셨고 때로는 할머니처럼, 엄마처럼 안아주시며 칭찬해 주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며 그 분들이 계시기에 정말 살맛나는 세상이라 생각한다. 오늘의 자원봉사 선생님의 헌신이 한 알의 밀알이 되어 훗날 위스타트에서 생활했던 아이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데 또 하나의 밀알이 되기를 바래본다.
글: 최경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