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강진군 성전면. 이곳은 강진군에서도 중심지로부터 한참이나 떨어져 있는 곳입니다. 아이들이 대중교통을 타고 나가지 않는 한 다양한 문화적 혜택을 누릴 수 없는 곳이죠. 하지만 문화적으로 소외되어 있는 바로 이곳에서부터 강진의 대표적인 학생밴드, ‘westart 빅밴드 뮤즈’가 탄생하게 됩니다. 지금부터 열정 넘치는 ‘westart 빅밴드 뮤즈’의 뒷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 강진만노을빛누리축제에 참여한 westart 빅밴드 뮤즈의 모습
성전면에 위치한 강진 글로벌 아동센터의 이준호(가명)군. 초등학생 시절까지만 해도 밝고 활발한 아이였지만 중학생이 되고 사춘기에 들어서면서 무력감에 빠지게 됩니다. 본인의 선택이 아닌,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주어진 지역환경과 자연조건으로 인해 외로움을 느끼며 모든 일에 의욕이 떨어진 상태였죠.
외부요인으로 인해 무력감을 느끼는 학생들을 안타깝게 여긴 위스타트 강진 글로벌 아동센터는 아이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없을까 고민하다 전국에 음악활동 계획서를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초등학생 시절에 함께 진행했던 우크렐레 교육의 반응이 상당히 좋았기 때문이죠. 다행히도 그 정성이 한국수출입은행에 전달이 되었고, 후원을 통해 중학생밴드 ‘늘품의 GGM’이라는 팀을 결성하게 됩니다.
▲ 다양한 지역 행사 무대에 오른 westart 빅밴드 뮤즈
아이들의 변화가 눈에 보이기 시작할 때쯤엔 관악기 연주를 중심으로 한 ‘레인보우앙상블’ 팀이, 또 같은 해엔 전자악기를 연주하는 ‘we꿈밴드’가 탄생합니다. 후에 레인보우앙상블은 ‘레인보우 관악기 연주단’으로 명칭이 바뀌고, we꿈밴드는 ‘레인보우 전자악기 연주단’으로 이름이 바뀝니다. 그리고 2014년엔 3개의 음악 밴드를 모두 합쳐 ‘westart 빅밴드 뮤즈’로 불리게 됩니다. 관악기 연주단 12명, 전자악기 연주단 7명, GGM 8명 등 모두 합쳐 27명의 단원으로 구성된, 뮤즈가 탄생한 순간이죠.
▲ 연습실이 없어서 체육관 뒤쪽에서 연습하는 아이들
밴드가 운영되는 동안 순탄한 일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문화시설이 마땅치 않은 지역이라 밴드 결성 후 함께 호흡을 맞춰 볼 연습실 하나 구하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밴드 결성 후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관악기반 같은 경우는 연습할 곳이 마땅치 않아 무거운 악기를 들고 여러 공간을 전전해야 하는 실정이죠.
하지만 이 같은 열악한 환경도 아이들의 열정을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westart 빅밴드 뮤즈’는 올해에만 벌써 큰 무대에 세 번이나 올랐습니다. 지난 여름에는 ‘westart 빅밴드 뮤즈’에 속한 아이들 중 12명이 ‘미니뮤즈단’이 되어 강진청자축제 ‘다문화가족큰잔치’의 오프닝 무대를 장식하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3개의 각기 다른 연주단에서 실력을 쌓아 온 아이들이라 호흡을 맞추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특히, 뮤즈의 주 멜로디를 책임지고 있는 관악기 연주반은 다른 단원들에 비해 많은 연습이 필요로 했는데요. 악기 연주의 책임감과 중압감 때문에, 듬직해 보이는 남자 중학생들도 故 신해철의 ‘그대에게’를 연습하던 중 어깨를 들썩이며 눈물을 뚝뚝 흘리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벌써 3년째 이어지고 있는 연주단의 끈끈한 우정의 힘으로, 힘들어하는 친구들을 서로 토닥여 주며 공연 연습은 물론 무대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지요.
‘westart 빅밴드 뮤즈’가 주목받는 이유는 위스타트 강진 글로벌 센터에 다니는 다문화 가정, 소외 가정, 일반 가정의 학생들이 한 데 모여 화합하는데 있습니다. 연주단 활동을 시작하면서 하교 후 무력해 하던 학생들이 유일한 취미활동이자, 문화활동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지요. 멤버들이 서로 격려하며 하나가 되어가는 모습, 자신감 없던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바뀌어 가는 효과, 이 모두 음악이 준 선물이 아닐까 싶습니다.
‘westart 빅밴드 뮤즈’는 올해 12월 공연을 위해 ‘이젠 안녕’을 연습하고 있습니다. 벌써 3년 동안 호흡을 맞춘 친구들이 졸업을 하면서 마지막 공연을 앞두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westart 빅밴드 뮤즈’로 친구들과 하모니를 맞췄던 경험은, 아이들의 삶에서 중요한 경험으로 남아 있을 수 있겠죠?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열정을 잃지 않는 ‘westart 빅밴드 뮤즈’가 강진을 대표하는 학생밴드가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많이 응원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