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함께 했던 시간은 기억 속에 남긴 채 서로 가야 할 길 향해서 떠나야 해요~♩♬♬♬”
4번째 ‘위스타트 뮤직 in’이 열린 17년 12월 20일, 레인보우관악기반 친구들이 묵직한 중저음의 변성기 목소리로 들려주었던 ‘이젠 안녕’이라는 곡의 가사이다. 15년 여름 풋풋했던 창단식의 기억이 지워지기도 전에 어느새 레인보우관악기반 친구들은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마지막 무대를 가졌다. 많은 박수와 칭찬은 그동안 열심히 함께 해준 친구들이 스스로 만들어낸 선물이었다.
이 친구들의 연주는 어떤 유명한 연주자들의 연주보다 사회복지사로 근무하는 나에게 안식처가 되어주는 ‘케렌시아’이다.
이곳의 아이들은 자연경관의 넉넉한 품이 주는 자연의 산물과 환경의 수혜자이다. 하지만 도시에서의 삶과 달리 ‘문화적 빈곤’에 시달리곤 한다. 사회복지사로 들여다본 아이들의 아픔을 그저 관망할 수 없어 시작한 것이 바로 음악공연단이다. 첫 무대에서 악기소리가 나지 않아 몹시 당황했던 기억으로 시작한 음악공연단. 하지만 지속된 연주수업과 무대공연봉사를 통해 이제는 아이들 스스로 꿈을 키우는 활동으로 자리매김했다.
아이들이 스스로 연주컨셉과 연주스토리를 정하기 때문에 나 또한 음악에 문외한이었지만 연주곡 편곡과 무대공연 기획도 해보며 아이들을 지원한다. 덕분에 아이들은 나보고 ‘놀보 웃보 열정쌤’이라 별칭해 부르곤 한다. 오늘도 아이들과 나는 음악이라는 연결고리로 ‘공감’과 ‘소통’을 배워나간다. 그리고 나를 소중히 여기는 만큼 함께라는 틀 속에서 ‘행복을 여는 비결’을 깨닫곤 한다.
가끔씩 업무에 나태해질 때 스스로를 채찍질해주는 두 글자는 ‘진심’이다. 소심하고 무기력했던 연주 단원 중 한 친구가 전한 진심 어린 졸업편지는 아직도 다이어리 첫 장을 지키고 있다. 하루는 원예과가 있는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아이가 꽃을 음악으로 키우는 원예사가 되겠다는 꿈이 악기연주를 배우면서 확고해졌다며, 공연단 친구들과 넙죽 큰 절을 하기도 했다. 고맙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많은 아이들과의 행복 스토리가 있는 음악공연단은 나만의 안식처이다.
사회복지시설 어느 곳에나 있을법한 음악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함께한 많은 아이들이 스스로가 삶의 주인으로 변해가고, 개인에서 그룹이라는 하모니를 이루며, 강진군의 많은 청소년들이 참여하고 싶은 공연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천사들은 우리 옆집에 산다』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트라우마를 지닌 사람들을 위한 치유책이었다. 적어도 치료하는 의사나 약을 지어주는 약사는 아니어도 아이들의 음악은 우리에게 천사가 되어 주었고, 그 천사 덕분에 따뜻한 한해 한해를 보내고 있다. ‘천사는 멀리 있지 않습니다. 우리 옆집에 살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당신도 우리도 천사가 될 수 있습니다.’라는 책의 글귀가 가슴에 와 닿는다. 무엇보다 음악공연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진심을 보여준 우리 아이들에게 참 고맙다.
글: 최영희(위스타트 강진 글로벌 아동센터)
* 이 글은 위스타트 소식지 Vol.8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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