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자’에서 ‘기업가’로
퀀텀 점프를 기대하며
박항준 | 글로벌청년창업가재단 이사장
혹자들은 기업가와 경영자, 관리자를 구분하지 않는다. 그러나 애플의 스티브 잡스,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를 단순히 경영자라 하지 않는다. 엄연히 우리는 이들을 기업가라 부른다. 후대들은 이들을 최고 기업가로 칭송하고 그들의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을 배우려 노력하고 있다. 이렇듯 이 세 유형의 CEO들은 엄연히 구분되고 있으며, 구분할 필요가 있다.
관리자는 차가운 머리와 차가운 가슴을 가진 CEO다. 기존 사업 영역을 최대한 지키는 데 최적화 되어있다. 성과관리·원가절감·사업운영에 있어 보수적이며, 안전성을 추구한다. 구조조정을 할 때나 영업관리를 할 때 수치와 효율성을 우선한다.
경영자는 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가슴을 가진다. 열정 페이로 뭉쳤던 창업 초기 과정을 거친 후 사업이 성장단계로 넘어서면서 새로운 분야의 사업을 하고 싶지만 차가운 머리로 절제하고, 기존 사업과 융합될 사업을 우선으로 확대하는 노력을 한다. 오너십과 경영을 병행하는 CEO나 PEF 등 펀드에서 회사를 인수하고 외부로부터 초빙해 오는 최고책임자는 대표적인 경영자들이다. 경영자들은 주어진 자원 내에서 최적의 성과를 내는 데 초점을 맞춘다. 다만 신규사업에 대한 열정과 상상력이 부족해서 다른 분야로 투자하는 사업마다 실패하거나 아예 사업의 융·복합이나 퀀텀점프를 포기하고 예술, 골프, 등산을 통해 자신을 다스리면서 경영적 자질을 높이려 한다.
반면에 기업가는 퀀텀점프, 즉 하이퍼 경영을 한다. (퀀텀점프는 물리학용어로, 양자 세게에서 양자가 어떤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갈 때 계단의 차이만큼 뛰어오르는 현상을 뜻하는 말이다. 경제학에서는 이러한 개념을 차용하여 기업이 사업구조나 사업방식 등의 혁신을 통해 단기간에 비약적으로 실적이 호전되는 경우 퀀텀점프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항상 남들은 상상하지 못하는 새로운 시장을 상상하고, 개척하기 위해 먼 곳에 눈이 가 있다. 그래서 텐션이 늘 높다. 일반인이 보면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을 내리곤 한다. 상식적으로 셈법에 맞지도 않고, 시장에서 상상할 수도 없는 결정들이다. 이들은 머리도 뜨겁고 가슴도 뜨겁다. 기업가들은 구조조정을 해도 매출·이익·원가를 통한 구조조정이 아니라 미래비전이 없다면 수익이 나더라도 과감히 사업을 접기도 한다. 관리자나 경영자와는 다른 구조조정 방식이다. 반면 수익성이 전혀 보이지 않는 사업에 투자하기 때문에 투자자나 시장의 비난을 받기도 한다. 애플의 잡스가 자신이 창업한 애플에서 해임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제 대한민국에서도 최고경영자를 넘어 최고기업가 탄생이 필요하다. 정주영과 이건희로 대표되는, 훌륭한 기업가정신으로 무장한 최고기업가가 나와야만 한국경제의 미래가 밝을 것이다. 미-중 갈등, 반세계화, 팬데믹, 높아지는 인건비, 뒤따르는 신흥국의 성장에 걱정만 할 게 아니다. 규모나 기업가치를 기준으로 하는 유니콘 기업이나 글로벌을 전제로 하는 팁스 기업에만 종속돼서는 안 된다. 최고기업가 탄생은 유니콘 그 이상의 가치를 생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몇 안 되는 유니콘 기업 가운데 애플의 잡스나 현대의 정주영과 같은 최고기업가의 자질을 갖추고 있는 기업이 있는지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
이제 스타트업을 바라볼 때 아이템, 혁신성, 기업가치를 넘어 스타트업 속에 우리 국가와 미래를 짊어지고 갈 최고기업가 자질을 갖춘 기업가 정신과 미래철학·혁신적 역량을 보유한 경영자가 존재하는지 유심히 살펴보아야 한다. 이와 함께 최고기업가가 탄생할 수 있는 정부의 지원정책이 제대로 설계되고 운영되고 있는지도 한번 살펴봐야 하는 시점이다.
*본 콘텐츠는 위스타트 소식지 13호에 실린 글입니다.
위스타트 소식지 13호
발행일 2023년 3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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