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밴드의 재탄생

전라남도 강진군 성전면. 강진군에서도 중심지로부터 한참이나 떨어진 이곳에선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주어진 지역적 환경에 의해 외로움을 느끼는 아이들이 있다. 위스타트 강진마을은 친구들이 하나 둘 큰 도시로 떠나면서 점점 무력감에 빠져드는 지역 아이들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2014년 탄생한 ‘빅밴드 뮤즈’가 그 결과물이다.

처음엔 함께 호흡 맞출 연습실 하나 구하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들은 유일한 취미활동인 밴드 활동을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연습할 곳이 마땅치 않아 악기를 들고 여러 공간을 전전했던 아이들은 이제 지역 축제의 오프닝 무대에 오를 정도로 탄탄한 실력과 인지도를 쌓았다. 지난해부터는 GKL사회공헌재단의 후원을 받아 규모도 더욱 커졌다. 기존에 운영되던 관악기반, 락밴드반, 전자악기연주반에 새롭게 댄스리더반을 신설하고, 이름도 ‘꿈꾸는 빅밴드 뮤즈’로 바꿨다. 음악이라는 매개로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진 아이들이 하모니를 이루는 모습, 무기력하던 아이들도 적극적으로 변해가는 모습, 모두 ‘꿈꾸는 빅밴드 뮤즈’가 가져온 효과이다.

제주도에서의 미니음악회

지난 늦가을엔 강진군의 크고 작은 무대에서 활약하던 빅밴드가 지역사회를 벗어나 제주도에서 이색 무대를 가졌다. 숲과 바다, 하늘이 맞닿은 제주도의 유명 관광호텔에서 미니음악회가 열린 것. 원래는 지하 레크레이션장에서 무대를 꾸밀 예정이었지만 호텔의 배려로 관광객들도 볼 수 있도록 호텔 로비로 이동해 연주를 선보였다. 멋진 정장을 차려 입은 아이들은 호텔 로비의 아름다운 조명과 관광객들의 플래시 세례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무대에 올랐다. “꼭 오고 싶었던 연주장에서 이렇게 함께 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대표 연주자가 나와 치아를 환히 드러내며 인사를 건네자 관객들의 얼굴엔 미소가 번졌다. 약 1시간 동안
이어진 악기 연주와 노래, 춤은 관광객들에게도, 아이들에게도 따뜻한 힐링을 선사했다.

1박 2일 힐링 캠프

미니음악회 전후로 빅밴드 아이들과 제주도에서 추억을 만드는 시간도 가졌다. 비행기를 처음 타보는 아이들로 인해 출발부터 에피소드가 끊이지 않았다. 티켓 발권을 위해 필요한 신분증을 잃어버려 짐을 다시 헤집기도 했고, 비행기에 오르자 “바이킹 타는 느낌이에요. 으악 어떻게 해요? 선생님 으앗~”이라며 선생님의 손을 꼭 잡는 아이도 있었다.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빛은 제
주도에 도착해서도 계속되었다.

‘이니스프리 제주하우스’에선 천연재료로 클렌징비누를 만들어 보았고, ‘오설록 티뮤지엄’과 ‘유리의 성’을 차례로 관람하며 포토타임을 가졌다. 음악회 다음 날에도 힐링 여행은 계속되었다. ‘에코랜드’를 방문해 기차를 타고 제주도의 자연을 만끽했고, ‘성읍민속마을’을 견학하며 전통문화를 체험하는 시간도 가졌다. 연주할 땐 서로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고, 관광할 땐 서로를 밀고 끌어주며, 아이들은 오늘도 한 뼘 성장해 간다.

집 가는 길에 현수막을 보고 빅밴드 단원모집에 용감하게 도전하였던 것이 2018년 가장 잘 한 일 같아요. 선생님, 언니오빠들과 함께 음악하며 얻은게 많은 한 해였습니다. 좋은 기회를 주신 위스타트 쌤들께 감사드려요!

빅밴드 정하윤(가명)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