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에 올라본 적이 있는지. 설령 텅 비어있는 객석을 앞에 둔 자리일지라도, 심지어 사람들의 환호성으로 가득한 자리라면 더구나, 가슴은 문득 부풀어 오르고 곧 심장이 터질 것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될 것입니다. 하여 무대에 오른 자는 감당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 공간이 주는 에너지입니다. 그 기운을 이겨내지 못하면, 무대는 그리고 객석은 당신을 곧바로 삼켜버릴 것입니다. 오죽하면 ‘무대 공포증(stage fright)’이라는 말까지 나왔겠습니까.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습니다. 심지어 무대를 쥐락펴락하며 사람들을 자기 마음대로 이끌어가기도 합니다. 그룹 퀸의 프레디 머큐리는 그런 재주 많은 사람들 중에서도 발군이었습니다. 상반신을 드러내고 흰색 핫팬츠에 맨발로 마이크를 휘젓거나 온몸에 쫙 달라붙는 광대 타이즈 같은 요란한 차림으로 어깨를 들썩이는 모습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그의 전매특허였죠.

2018년 하반기 문화계 최고의 화제작으로 꼽히는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히드로 공항에서 짐을 부리던 인도계 젊은이 파로크 불사라가 어떻게 프레디 머큐리로 거듭났는지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관객 992만명 돌파(2019년 1월 30일 현재)라는 놀라운 숫자로 음악 영화 국내 흥행 최고 기록을 세웠고, 2018년 개봉 영화 흥행 3위(1위 ‘신과 함께: 인과 연’ 1227만명, 2위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1121만명)에 올랐죠.퀸의 팬으로서 영화적 구성에 실망했다는 지적도 적지 않지만, 다큐멘터리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해서 본다면(사실 누구도 프레디 머큐리를 대체할 수는 없는 일이기에), 영화는 음악 영화로서의 미덕을 충분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영화 속 프레디 머큐리는 무대 위에서 어떠냐고 묻는 여자친구에게 “모든 관심이 내게로 오면 틀리려고 해도 틀려지질 않아”라고 털어놓습니다. 그만큼 철저하게 준비하고 무대에 오르고 있다는 방증이겠죠. 하지만 무대는 프레디 머큐리만의 것이 아니었죠. 바로 퀸의 무대였습니다. 밴드를 구성하고 있는 이 4명의 천재들이 마음을 합치는 모습에서 영화의 폭발력이 나옵니다. 사실 청소년 시절을 보내며 해보고 싶은 것을 말해보라면 밴드 구성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지 않나요. 서로 합을 맞춰 소리를 내고 노래를 부르는 과정 자체가 뭔가 해냈다는 성취감을 주기에 더할 나위 없기 때문입니다.

개성 강한 팀원들은 서로 다른 음악적 견해 때문에 툭하면 다투다가도 “커피 포트는 안 돼”라며 선을 넘어가지 않습니다. 누군가 “쿵쿵따” 아이디어를 내고, 누군가는 멋진 기타 리프를 선보이며 저마다의 방식으로 팀에 기여를 합니다. 프레디 머큐리는 “난 리더가 아닙니다, 리드 보컬일 뿐”이라고 말하지만, 기실 놀라운 카리스마로 그룹을 이끌죠. 머릿속에 각인된 음악에 대한 확신은 ‘보헤미안 랩소디’를 만들면서 무려 180번이나 녹음을 반복하도록 함으로써 “도대체 갈릴레오가 누구야?”하는 비명이 터져 나오도록 만듭니다.
그렇게 서로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통해 좋은 팀이란 어때야 하는지 보여주는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전략에 관객들은 어느새 퀸의 팬클럽에 가입해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영화의 백미는 1985년 라이브 에이드 무대를 재현한 20여 분간의 퀸의 독무대 장면입니다. 웸블리 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팬들의 폭발하는 듯한 환호에서 프레디 머큐리와 퀸은 자신의 존재감을 만천하에 과시합니다. 극중 에이즈에 걸린 사실을 다들 알게 된 직후여서 모든 것을 하얗게 불태우겠다는 멤버들의 각오가 영화에 비장미를 극대화하죠.

하여 영화는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 자리를 뜨지 못하는 관객들에게 묻습니다. 안도현 시인의 시구 한 구절을 이용하면 이렇습니다. “연탄재 함부로 차지마라 / 너는 누구에게 /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
느냐”라고.
프레디 머큐리만큼 무대에서마다 넘치는 에너지를 뿜어내지는 못한다 할지라도, 적어도 한 번쯤은, 자신의 모든 것을 불사르는 경험은 해봐야 하지는 않을까요. 누군가 보아주던 아니던, 그게 무엇이 됐든 말입니다.
🖋️글 | 정형모 문화전문기자·중앙 컬쳐앤라이프스타일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