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조용하던 삼척이 오전부터 들썩이기 시작했다.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공연만 아주 드물게 열리던 삼척에 처음으로 청소년을 위한 공연이 열린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2019년 12월 3일은 위스타트가 기획해서 10여년간 진행한 기부토크콘서트 ‘12th 위대한토크’가 열리는 날이다. 정식 공연시간을 한시간여 앞둔 2시부터 학생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삼척여자중학교, 삼척고등학교, 도계고등학교 등 삼척 일원 학교 학생들의 얼굴은 모두 발갛게 상기되었다. 삼척앞바다를 보고 자란 아이들에게 더 넓은 세상을 얘기해주고 싶은 마음을 담은 토크와 공연이 준비되었다.

독일 시골 마을에서 태어났지만 많은 우여곡절 끝에 한국까지 진출해서 방송인이 된 다니엘 린데만. 그는 한국에서 피아니스트로, 방송인으로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다. “소통이란 다양한 방식의 언어로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맺는 것, 그리고 그 방법 중 하나는 외국어를 공부하는 것” 이라고 말하며 아이들에게 공부를 해야하는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었다.

다음으로는 아주 짧지만 가슴에 파고드는 싯구로 청년들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시팔이 하상욱의 토크가 이어졌다. “사실 꿈이 없을 수 있어요. 저는 (시를 쓰는게) 꿈인지도 모르고 시작했어요. 시작인 줄도 몰랐으나 그게 시작이었습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시작할 때 마치 내가 세상의 중심이라고 겁을 내서 시작을 못 하는 것은 아닐까요?” 실패도, 좌절도, 어려움도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해보라는 하상욱의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큰 자신감을 줬다.

삼척 앞바다보다 훨씬 넓은 세상. 공짜로 이뤄지는 일은 없다. 넓은 세상이 무대가 될 아이들에게는 준비하고 기다리며 내공을 쌓는 노력도 필요하다. “여러분, 이 세상에 당장 ‘나’를 표현한다면 어떤 방법으로 할 수 있을까요?” 보컬컴퍼니의 디렉터로 수많은 가수를 길러낸 한원종의 이야기는 학생들에게 음악이라는 역사를 배경으로 삶에 진짜 필요한 표현력이란 무엇인지를 말해줬다.

마지막으로 등장한 작가 김수영. “나 자신을 사랑하세요. 원하는 것을 꿈꾸세요. 그리고 그걸 위한 아주 작은 실천부터 우리 같이 시작해봐요” 여수의 가난한 시골 소녀가 세계를 무대로 뛰어놀기까지의 이야기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부러워하며 때론 탄식하는 학생들의 반응이 예사롭지 않았다.네 연사의 짧지만 굵직한 이야기는 삼척의 청소년들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지금 당장 무엇을 이루지는 못할지라도, 그들의 가슴에 펼쳐진 무대는 이미 전 세계로 넓혀졌다. 4명의 짧은 토크에 이어 우리나라 모던락의 대표 밴드인 몽니가 무대에 올랐다.

평소에 TV나 인터넷에서 접했던 몽니의 공연에 학생들은 신기해하는 모습이었다. 더구나 무대로 학생들을 불러내 마음껏 노래해보게 만든 몽니의 퍼포먼스에 학생들은 쭈뼛거리기도 했지만 이내 자기들만의 시간을 만들었다. 조명과 앰프가 가득한 무대 위에서. 몽니는 이들에게 이런 용기가 얼마나 큰 밑거름이 되는지를 강조했다. “여러분, 무대에 올라오는 걸 두려워하지 마세요! 이 무대보다 더 큰 세상의 무대가 늘 여러분을 향해 손짓하고 있어요” 이 말이 힘이 되었을까, 한 학생이 무대위로 올라갔다. 무대위 올라온 아이의 눈은 ‘할 수 있다’는 용기와 ‘자신감’ 으로 반짝였다. 위대한토크의 슬로건 그대로다. “고민보단 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