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한 제천 중앙시장. 한 무리의 학생들이 뭉쳐 다니면서 여기저기 사진을 찍는다.

손에 들고 있는 폴라로이드 카메라는 셀카도, 멋진 풍경도 아닌, 무단투기된 쓰레기봉투, 분수대에 버려진 카페 일회용 컵, 길바닥에 버려진 담배꽁초를 찍고 있다. 여기저기 불편하고 잘못된 것을 찾은 학생들의 눈빛이 사뭇 진지하고 매섭다.

이 날은 한국폴리텍 다솜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방과 후 인성교육프로그램 수업을 하는 날이다. 오늘 수업의 주제는 현장고발, 학교 안을 벗어나 선생님들과 함께 제천 중앙시장을 나왔다. 오랜만에 학교와 기숙사를 벗어나 들뜨는 마음을 잠시 누른 채, 학생들은 진지하게 오늘의 수업 내용에 따라 현장 고발하고 싶은 장면을 찾아 셔터를 누른다. 한 학생이 중앙시장 안내도를 향해 셔터를 누른다.

인성교육프로그램을 지도하는 지도교사는 학생이 오늘 수업의 내용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었다.

혹시나 제한된 필름을 낭비하면 어쩌나 하는 조급한 마음이 든 교사는 학생에게 다가가 “안내도는 왜 찍었니?”하고 슬쩍 물어본다. 그러자 학생이 하는 대답에 아차 싶은 마음이 들었다.“저희처럼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제천 시내에도 있을 건데, 안내도가 한글로만 적혀있어서 한국어가 서툰 외국인들이 보면 이해가 어려울 것 같아서요.” 학생의 대답에 도리어 교사가 또 한 번 배운다. 진지한 모습으로 촬영을 마친 학생들이 하나둘 집합장소인 중앙시장 중심부의 한 과일주스 카페에 모인다. 오늘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삼삼오오 나누며 스무디를 마시고 떠드는 모습은 다시 영락없는 고등학생 아이들이다.

다솜인성센터에서 인성교육프로그램을 함께하는 다솜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은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 마음이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처음에는 출신국, 학과, 나이에 따라 서로 너무도 달랐고, 그래서 서로 어우러지기 힘들어했던 학생들이지만, 1학년 동안 함께 부대끼고, 인성교육프로그램으로 조금씩 친해지면서 하나가 되어가고 있다. 학생들이 하나가 되어 꿈을 향해 나아가는데 인성교육프로그램이 징검다리가 되어주고 있다.


🖋️글 | 이재균(다솜인성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