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수의 인기 비결 혹은 <자이언트 펭TV>의 성공 비결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사실 명쾌하게 답하기 힘들다.

펭수는 애초에 완성형 캐릭터가 아니라 ‘소통하며 성장하는’ 캐릭터로 기획되었다. <자이언트 펭TV>는 제작진, 촬영을 하며 만나는 사람들, 유튜브 채널에 댓글을 달아주는 구독자들과의 수많은 상호작용으로 여기까지 왔다. 그래서일까, 팬들이 펭수를 좋아하는 이유도 저마다 다른듯하다. 하지만 펭수를 나타내는 키워드를 하나로 정리하자면 ‘진정성’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펭수가 세상에 나오게 된 배경은 이렇다. EBS는 교육 채널로서 언제나 좋은 가치를 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어린이들은 초등학교 3학년 정도만 되어도 반듯하게 만들어진 주입식 콘텐츠를 보며 ‘유치하다’, ‘지루하다’라고 말하며 유튜브나 성인 예능을 선호한다. 안타까운 현실이었다. 제작진들 사이에서 EBS의 선한 영향력은 유지하되, 이런 편견을 깨고 충분히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콘텐츠, 어른들까지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콘텐츠를 기획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리고 그 해법은 기존의 두 가지 틀을 바꾸는 것이라 생각했다. 완벽하게 짜인 대본을 벗어나 리얼리티 살리기, 그리고 가르치는 화법을 벗어나 소통하기. 여느 어린이들처럼 슈퍼스타를 꿈꾸고, 자기표현 욕구가 강하며,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주변인들도 편견 없이 바라보는 펭수는 그 두 가지를 모두 해결해줄 열쇠였다.

<자이언트 펭TV> 초기 기획을 함께했던 나와 염문경 작가는 펭수에게 EBS 연습생이 되어 다양한 미션에 도전해볼 것을 제안했다.

펭수가 가진 매력과 재능을 맘껏 뽐내되 부족한 모습도 솔직하게 보여주고, 시청자들(구독자들)과 진심어린 마음으로 소통해보자고 제안했다. 혐오나 비하없이 그 과정을 ‘진정성’ 있게 보여주고자 했다. 물론, 순탄하지는 않았다. 남극에서 온 펭수에게 한국은 덥기도 했고, 신체적 특성상 음식을 먹거나 무언가를 만드는 것도 어려워서 할 수 있는 아이템에도 많은 제약이 있었다. 그럼에도 펭수는 꾸준히 도전했다. 무작정 거리에 나가 구독자 모으기, 홍대 버스킹, 아이돌 오디션 등등. 첫 6개월은 펭수를 알아봐 주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그런데 단 한 번의 기회를 통해 엄청난 주목을 받게 됐다. 바로, (이하 “이육대”)였다. <이육대>는 연습생 펭수와 뚝딱이, 번개맨, 뿡뿡이 등 EBS 기존 인기캐릭터들이 모여 <아이돌 육상대회>를 패러디한 것이었다.

이 아이템에 영감을 준 것은, 다름 아닌 <제 1회 펭수 팬 사인회>였다. 사인회에 참여한 성인들이 눈에 띄었다. 그들은 펭수의 가식 없는 모습을 보면서 힐링과 웃음을 얻는다고 했다. 어쩌면 펭수를 전파해줄 사람들은 2030 세대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들이 이미 잘 알고 있는 선배 캐릭터들과 펭수가 함께하는 를 기획해 보았다.


성인들이 좀 더 공감할 수 있도록, 뚝딱이에게는 ‘대선배’ 캐릭터를, 번개맨에게는 ‘히어로 콘셉트에 과몰입한’ 캐릭터를 살짝 부여했다. 향수를 자극하는 추억의 캐릭터들이 보여준 새롭고 코믹한 모습은 그야말로 성공이었다. 각종 SNS와 커뮤니티에서 회자되며 아주 큰 호응을 얻었다. 관심의 불씨가 <자이언트펭TV> 기존 콘텐츠들로 옮겨왔다.

대중은 펭수가 그간 꾸준히 매 순간 최선을 다해 노력했던 모습들, 사람들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며 응원해주는 모습 등에 열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회수와 구독자수 역시 빠른 속도로 늘기 시작했다.

이후 약 4~5개월 동안 신기한 일들이 연이어 일어났다. 다소 장난처럼 연습생이라 칭했던 펭수가 정말 아이돌처럼 인기를 얻게 되었다. 꿈이라고만 말했던 방탄소년단 선배님들과의 만남을 이뤘다.

그리고 이제 사람들은 펭수의 성장하는 모습을 함께 지켜보며 ‘위로와 용기’를 얻는다고 말한다. <아육 대>가 ‘레트로’ 감성으로 주목을 받을 수는 있었지만, 가식 없는 ‘진정성’을 무기로한 펭수가 없었다면 <자이언트펭TV>는 결코 지금과 같은 대중의 사랑을 받을 수 없었을 것이다. 가끔 펭수가 갑자기 일약 스타가 되어버린 탓에 인기가 식을 때도 너무 빨리 식게 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디지털 콘텐츠의 숙명인 자생력을 갖기 위해 협찬이나 사업화를 어떻게 끌고 나갈 것인지도 여전히 큰 과제로 남아있다. 하지만 펭수와 펭클럽(구독자 애칭)사이의 우정을 믿고, 지금 이 시대에 찾아보기 힘들어진 ‘진정성’이라는 키워드를 지키려고 노력한다면 <자이언트펭TV>의 앞으로의 방향성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글 | 이슬예나 PD (EBS 자이언트펭TV)
<생방송 톡!톡! 보니하니>, <딩동댕 유치원>, <모여라 딩동댕>, <하나뿐인 지 구> 등의 프로그램을 제작 및 연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