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교육으로 달라진 학교생활
이재균 | 위스타트 다솜인성센터

위스타트에서 개발한 인성교육프로그램 강사로 활동한지 벌써 7년이 되었다. 오랜 기간 강사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여러 학생들의 변화를 지켜봤다. 참여하는 모든 학생들이 내 마음같이 잘 따라오는 것은 아니다. 방과 후 개인 시간을 내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이 귀찮고 불편하다고 느끼며 자꾸 결석하거나 빠지려고 핑계를 대는 학생들도 있고, 소극적이고 비협조적인 태도로 나의 마음을 답답하게 만드는 학생도 있다. 이런 학생들을 만나면 학생들에게 조금이라도 즐겁게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고민하고 노력한 것이 가끔은 허무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나름 열심히 준비했지만 뭔가 아이들이 좋아하지 않을만한 내용이진 않았나, 아이들이 더 즐겁게 몰입하게 하려면 뭐가 더 필요한지 계속 고민하게 되기도 한다. 어느새 7년이나 운영한 프로그램임에도 익숙해지기보단 여전히 어렵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내가 계속 인성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은 변하는 아이들의 모습일 것이다. 우리 학교에서 내가 만나는 다문화 고등학생 중에는 가족과의 관계나 문화적 차이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마음의 벽을 높게 쌓은 학생들이 종종 있는데, 프로그램을 참여한 후에 점차 변하면서 무사히 학교에 적응하고 졸업하는 모습을 보면 힘든 마음이 사라지곤 한다. 물론 이 아이들의 변화가 온전히 나와 이 프로그램으로 인한 변화는 아니겠지만, 아이들의 긍정적인 변화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있다는 것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보람을 느끼게 한다.

이번에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학생 중에 유독 눈에 띄는 학생이 있었다. 유독 조용했고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지 않고 선생님들에게도 꼭 필요한 말만 짧게 하는 학생이었다. 슬픈 표정이나 눈에 띄게 우울한 표정은 아니었지만, 위축되고 소극적인 학생이었다. 사진을 활용하는 회기에서 도입부에 자신이 좋아하는 사진을 다른 학생들과 공유하며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학생이 골랐던 사진은 어두운 색감으로 가득했고, 이 사진이 자신의 마음과 비슷하다는 학생의 이야기도 마음에 걸렸다. 프로그램이 중반을 향해 가던 중, 이 학생이 졸업한 중학교 선생님을 통해 이 친구의 중학교 시절 이야기를 알게 되었다. 잦은 자해와 자살시도, 무기력. 자신의 감정을 쉽게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만성적으로 우울함을 가지고 있는 학생이었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죽음을 보면서 삶이 무의미하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고, 이것이 오랜 기간 지속되면서 지금은 만성적인 수준으로 우울함을 가진 학생이라고 했다. 중학교 시절에는 3년 내내 특별한 일 없이 여름까지 잘 지내다가 해가 짧아지는 가을, 겨울이 되면 자해 또는 자살시도를 했다고 한다. 중학교 선생님과의 통화를 마치고 내려놓는 수화기가 무겁게 느껴졌다.

학생과 별도의 상담을 통해, 힘들어도 인성프로그램을 끝까지 잘 참여하기로 약속을 받았다. 프로그램을 마치고 이런 프로그램이 괜찮았다면 또 다른 상담프로그램 등을 안내해주기로 했다. 그리고 학생은 아주 적극적이진 않아도 묵묵하게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인성프로그램이 끝나고 가을이 되었다. 학생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우울감에 빠졌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중학교 시절과는 달랐다. 우울감은 있었지만 자살시도로 이어지지 않았고, 도움을 요청했다. 인성프로그램을 함께 참여하며 친해진 친구들이 있었고, 그 친구들과 때때로 이야기하며 우울감을 떨치기도 했다. 2학기에 진행되는 또 다른 집단상담 프로그램을 참여하기도 했고, 방학 중에도 상담을 받겠다고 말하며 스스로 우울감을 벗어나려는 노력을 시작했다.

7년 전, 인성프로그램을 시작하기 전에는 인성프로그램과 같은 자존감, 소속감 등을 향상시키기 위한 상담프로그램에 대해 극적인 변화를 기대했다. 우울하고 폭력적이고 반항적인 모든 참가 아이들의 성격, 태도, 가치관이 변화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지만 그것이 비현실적인 기대라는 것을 깨닫는 것은 1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 깨달음이 곧 프로그램의 무의미함이나 허무함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아이들의 아주 작은 변화, 이를테면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학생처럼, 여전히 우울하지만 그것을 벗어나려는 노력을 시도하는 것과 같은 작은 변화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잘 알고 있다. 이런 작은 변화가 3년 뒤 아이의 졸업식 때는 큰 변화로 이어져 있을 것이다.

이제 겨울이 지나고 3월이 되면 또 다른 1학년 학생들이 입학을 하고 인성프로그램에 참여할 것이다. 그 중에는 우울하거나 불안하거나, 반항적이거나 충동적이거나, 위축되거나 고립되어 외톨이인 학생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런 학생에게 아주 작은 변화 하나를 이끌어내기 위해 또 열심히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준비할 것이다.

*본 콘텐츠는 위스타트 소식지 13호에 실린 글입니다.

 


위스타트 소식지 13호
발행일 2023년 3월 21일
발행처 사단법인 위스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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