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과거의 기억이나 미래의 불안에 머무르려 할 때, 나는 현재 내 몸의 느낌에 집중한다. 지금 내 어깨가 어떤 느낌인지, 혹시 뭉치고 긴장돼 있는 건 아닌지, 지금 내 배와 가슴은 어떤 느낌인지, 주의를 내 몸에 온전히 둔다. 그렇게 하면 과거와 미래를 넘나들던 생각이 멈추고 마음이 현재로 오게 된다. 아무리 바쁘고 괴로워도 현재에 마음을 온전히 두면 그렇게 바쁘지도 괴롭지도 않다. 사실 과거를 반추하고 미래를 걱정해도 우리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들은 별로 없다. 괜히 그러한 상념들이 우리 마음만 어지럽힐 뿐이다.

세계적인 평화운동가이자 영적 스승인 틱낫한 스님께서 얼마 전 한국을 방문하셨다. 세수가 88세임에도 불구하고 스님께서는 하루도 빠짐없이 대중들을 위해 가르침을 주셨다. 감사하게도 나는 스님 법문을 통역하는 소임을 맡게 되었다. 곁에서 뵌 스님은 평화롭고 자애로운 큰 소나무와도 같아서 곁에 있는 내 마음 또한 스님의 넉넉한 그늘 아래서 편안하고 고요해졌다.

스님의 법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마음 수행이 깊어질수록 관계의 회복이 가능해진다는 말씀이었다. 흔히 ‘수행’이라고 하면 혼자 깊은 산속에 들어가 세상과 단절된 채 도를 닦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진정으로 마음 수행이 잘 되고 있다면 가까이 있는 사람들과의 어긋났던 관계가 수행의 결과로 회복되어야 한다는 말씀이었다. 만약 가족이나 친구들과 말다툼을 하거나 오해가 생겨 관계가 틀어진 경우, 수행자라면 그들과의 관계를 회복하려는 모습을 보일 때 수행을 제대로 했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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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민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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