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위아자 나눔장터’에 정계·종교계 인사들도 소중한 물품들을 잇따라 기증하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진사(辰沙)도자기를 기증했다. 진사도자기는 붉은색을 내는 안료나 유약을 사용해 만드는데 가마에서 불이 유약을 스치는 정도와 온도에 따라 다양한 붉은색을 띠게 된다. 이 총리는 또 최근 구입한 뒤 바지가 맞지 않아 입지 못한 새 양복을 함께 보냈다. 그는 “직접 입어보지 않고서는 딱 맞는 옷을 찾을 수 없듯이 현장에 가보지 않고서는 국민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런 의미를 가진 양복을 여러분과 나누고자 한다”고 말했다. a1정세균 국회의장은 ‘미얀마 민주화운동의 대부’ 민 코 나잉의 그림 한 점을 내놓았다. 민 코 나잉은 시·그림 등 예술을 통해 독재 권력에 맞서 싸웠다. 지난 5월 그가 한국에서 개최한 전시회에 참석해 인연을 맺게 됐다는 정 의장은 “민 코 나잉의 삶과 꿈을 나누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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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캘리그래피 작가 김호룡씨가 안 대표의 자서전 『영혼이 있는 승부』에 나온 ‘별 넘어의 먼지’란 구절을 쓴 작품을 기증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작설세트를 보내 왔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013년 김중기 사진작가에게서 선물받은 사진 작품과 자신이 평소 즐겨 쓰는 ‘제시카 맥클린톡’ 브랜드의 향수를 보내 왔다. 강 장관은 “제게 각별한 물품들이 나눔을 위해 쓰인다면 그 의미가 더 커질 것 같아 기쁘다”고 했다.

서예 솜씨가 뛰어나다고 알려진 문희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서예 글씨로 ‘항심’(恒心)이라고 써 넣은 부채를 기부했다. ‘항심’은 맹자의 경구다. 맹자는 “선비는 ‘항산’(恒産·일정한 생업)이 없더라도 ‘항심’(恒心·사람이 항상 가지는 선한 도덕심)을 가질 수 있지만 일반 백성들은 항산이 없으면 항심을 가지지 못한다”고 민본주의 사상을 설파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자전거 헬멧을 보내 왔다. 조 교육감이 ‘여신’(여학생들이 신나는 체육시간) 프로젝트의 하나로 올 6월 서울 잠실 한강공원에서 열린 서울 여중생 자전거 달리기에 참여해 착용한 헬멧이다. 심보균 행정안전부 차관은 전라북도무형문화재 제13호 옻칠장 보유자 박강용 선생이 만든 남원목운공예사의 옻칠채화 주발세트를 기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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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계 인사들도 애장품을 내놨다. 염수정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추기경은 ‘사랑의 환희와 우주의 빛’(김순남 작)이란 제목의 그림 액자를 기증했다. 1995년 제작된 이 작품은 2000년 교구에 기증됐다. 염 추기경은 “2005년부터 이어진 나눔의 잔치에 다시 함께하게 돼 기쁘다”면서 “나눔의 현장을 통해 주님의 사랑과 환희가 세상 곳곳으로 퍼져나가길 기도한다”고 전해 왔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관룡사 용선대 석조여래좌상(보물 제295호)이 등장하는 김은란 작가의 사진 작품을 기증했다. 석조여래좌상은 용선대란 거대한 자연 암반을 지대석으로 해 그 위에 봉안돼 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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