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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중식당 목란(서울 연희동)의 대장 이연복 아저씨에게 전화를 눌렀다.

-바빠서 정신 읎쥬?

-잉~ 밥 먹으러 와.

-밥 묵을 새가 어딨다구 그류. 조국을 구하구 민족을 위하느라구 밤이구 낮이구 노가다 뛰어야 되는디.

-염병.

-근디 말유. 거시기가 뭐시기 할라구 그러는디, 코리아를 주름잡구 월드를 제패하구 이년 뒤엔 은하계루 진출할 이연복 오빠야가 물건을 하나 주시믄 대박이 날 거유. 어떤 걸루 내놓을튜?

-주방 칼 두 자루 갖고 가.

(설마, 연복 아저씨가 막말을 할까요. 재미있으라고 대화를 재구성했으니 그냥 웃고 넘어가 주시길)

매사에 시원시원한 아저씨다.

거시기는 중앙일보가 매년 10월 개최하는 자선행사인 위아자나눔장터다. 소외된 아이들이 뒤처지지 않고 지역사회가 품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쉽게 말해 아이들 배곯지 않고 공부할 수 있게 해주자는 거다. 아이들 배가 불룩해야 나라도 빵빵해지는 법이다. 가난하다는 이유로 출발선에서부터 아이들이 차별받은 사회라면 거기에 무슨 미래가 있겠는가.

뭐시기는 위아자나눔장터의 인기코너인 명사기증품 경매다. 뜻을 같이 하는 각계각층의 분들이 기증한 물건을 경매한다. (물론 중앙일보 직원들도 기증을 한다) 그 돈은 몽땅 소외계층 어린이들에게 돌아간다.

좋은 일에 쓴다니 자세히 묻지도 않고 귀한 물건을 턱 내놓는 저 심성, 그러니 대가다. 집안 형편 때문에 초등학교 6학년 때 학교를 그만두고 열세 살 때부터 배달통을 들어야 했던 연복 아저씨. 연년생 아이 둘을 (딸이 유치원 다닐 때) 서울에 두고 부부가 돈 벌러 일본으로 건너가 7년 넘게 일하던 시절도 있었다. 방학 때나 만나는 아이들이 돌아갈 때 아내는 공항으로 배웅을 가지 못했단다. 자식 둔 부모들은 그 심정 안다.

얼마 전 그의 책 <사부의 요리> 가 나왔다. 추천사를 서교동 몽로 주방장 박찬일이 썼다. 그 제목이 ‘아이고, 형, 연복 형’이다. 글은 이렇게 끝난다.

……내 눈에 형이 입었던 그 낡고 형편없는 싸구려 조리복이 자꾸 떠오른다. 아, 왜 눈물이 자꾸 나려고 그러는 거야. 뭐야, 형, 우리의 연복이 형.

칼 두 자루 중 하나는 10월 3일 K옥션에서 경매를 시작했다. 李連福 이름 석 자를 새겨 넣었다. 일본서 특수 주문제작한 ‘슌(旬?Shun)’이다. 30×8.7cm. 번쩍이는 날에 나뭇결무늬가 흐르는데 무게감이 기분 좋다. 경매시작가격 40만원은 시중가격이다. 나머지 한 자루는 10월 18일 위아자나눔장터 서울 행사 때 광화문 광장에서 현장 경매한다.

이 칼 갖고 있는 사람은 넷이다. 목란 제자 2명과 성시경, 김풍

안충기 기자 newnew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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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기사  http://news.joins.com/article/187908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