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11시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최대 나눔 축제인 ‘위아자 나눔 장터’에는 약 7123만여명의 시민이 몰려들어 주말 명동 거리를 방불케 했으며, 전국적으로는 약 31만 명이 참여했다. 위아자 나눔장터는 사용하던 물건을 시민끼리 사고 팔아 수익금으로 저소득층 어린이를 돕는 국내 최대 규모의 나눔장터로, 중앙일보가 2005년부터 매년 창간기념일(9월 22일)을 전후해 개최하고 있는 행사다. 올해는 ‘나누는 설레임, 행복한 어울림’이라는 슬로건 아래 서울·부산·대전·전주 등에서 4개 장터가 열려 총 1억1560만원의 기부금을 마련했다. 이날 박근혜 대통령이 기증한 탈·목각인형 세트는 명사 기증품 경매에서 70만원에 낙찰되며 최고 경매가를 기록했다.
미스코리아가 쓰던 물건 가져가세요
미스코리아 본선 수상자들의 모임인 녹원회 회원들도 부스를 내고 장터에 참여했다. JTBC ‘비밀의 화원’에 출연 중인 권정주 회장(90년 미스 엘칸토)을 비롯한 회원 10명은 자신들이 쓰던 신발, 가방과 장신구 등을 내놨다. 오전 11시 장터가 열리자 미스코리아의 물건을 보려는 여성들로 부스는 순식간에 가득찼다. 나이는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했다. 행사내내 목소리를 높이던 김지연(97년 진)씨는 시민들에게 “이 가격에 이런 옷 사기 힘들다”고 말하며 능숙한 장사수완을 발휘했다. 배우 이병헌의 동생인 이은희(96년 진)씨는 자신이 내놓은 물건으로만 70만원 어치를 팔았다. 여성들은 물론 중년 남성들도 다가와 “남성 제품은 없냐”고 묻기까지 했다.
“한 번 읽은 책들 팔아 기부하려고요.”
나눔 장터 참가자들은 그늘막 아래 돗자리에 본인의 물건을 자랑스럽게 진열해놓고 시민들의 손길을 기다렸다. 어린이 참가자들의 우렁찬 목소리에 사람들의 눈길이 쏠렸다. 자그마한 아이들이 삼삼오오 쪼그려 앉아있는 곳은 한 어린이 장돌뱅이의 ‘포켓몬 카드’ 가게. 스무장씩 들어있는 포켓몬 카드 묶음의 가격은 단돈 700원이었다. 심각한 표정을 하고 고사리손으로 잔돈을 주고 받는 아이들의 모습에 주변 어른들은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평소 책 읽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는 리라 초등학교 4학년 이동민 어린이(11)는 어린이 도서 100여권을 펼쳐놓고 ‘작은 가게’를 운영하고 있었다. 이 군은 “한번씩 읽은 책들이 집에 쌓여있어 좋은 일에 쓰려고 들고 나왔다”며 “판매된 수익금을 모두 기부하기로 아빠와 약속했다”고 뿌듯해하며 말했다. 마법천자문·우리고전·그리스로마신화 등 다양한 장르의 도서가 원가보다 60% 저렴한 가격에 판매돼 자녀와 함께 나온 엄마·아빠들의 호응을 얻었다.
폐식용유 비누로 환경보호에 앞장서
‘체험이벤트’ 코너에 자리 잡은 각종 단체들도 환경 보호와 수익금 기부에 힘을 보탰다. 주부들의 발걸음이 멈춘 곳은 관악구 주부환경연합이 운영하는 ‘폐식용유 이용한 비누 만들기’ 부스. 차곡 차곡 쌓여있는 ‘저공해 비누’는 통닭집 등에서 나온 폐식용유를 사용해 회원들이 직접 만든 것이다. 주부환경연합은 이날 뿐 아니라, 매월 첫째주 금요일 마다 관악구청 앞에서 폐식용유와 비누를 교환해주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1000원짜리 3장을 모금함에 넣은 한 시민은 “환경도 살리지만 닦이기도 더 잘 닦인다. 써 본 사람은 다 알 것”이라며 비누 3개를 챙겨갔다.
올해 가지치기한 나뭇가지들은 냉장고 자석으로 다시 태어났다. ‘재활용창작워크샵’ 부스의 시민들은 나무조각에 예쁜 캐릭터를 새겨 머릿방울, 냉장고 자석 등을 만들어냈다. 20·30대 여성들이 모여 바느질에 몰두하고 있는 곳은 ‘대안 생리대 만들기’ 부스. 두꺼운 면패드와 똑딱이 단추 등을 이용해 만든 대안 생리대는 재사용이 가능할 뿐 아니라 건강에도 좋아 젊은 여성들에게 인기만점이었다.
이소은 기자 luckyss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