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 11%는 빈곤층 누락
27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의 쪽방촌은 갑작스러운 추위 탓인지 한낮인데도 영하 2도를 기록했다. 김훈(73) 할아버지는 천식 때문에 외출할 엄두를 내지 못 했다. 그가 사는 6.6㎡의 방엔 김씨 부부가 누우면 꽉 찼다. 정부의 생계지원금 68만원이 유일한 수입원이다. 김씨는 “이렇게 산 지가 10년이 넘었다”며 “중산층이 되는 것은 고사하고 기초수급자라도 안정적으로 유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빈곤층에서 탈출해 중산층으로 올라선 가구 수가 가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오히려 중산층에서 빈곤층으로 떨어지는 가구는 늘고 있다. 이에 따라 계층 상승 사다리가 허물어진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서울대 사회복지연구소는 2006~2014년 8년간 전국 7000여 가구 조사 결과를 27일 공개했다. 지난해 빈곤층 가구(연 소득 1841만원 이하) 중 중산층(연 1842만 ~ 5524만원)으로 상승한 가구 비율은 22.3%였다. 빈곤 탈출 가구 비율이 2006년 29.9%에서 지속적으로 줄어들어 지난해 최저 수준을 기록한 것이다.
빈곤층에 머문 비율은 지난해 77.4%로 8년 만에 가장 높았으며, 중산층에서 저소득층으로 떨어진 가구 비율(10.9%)은 2012년 이후 상승하고 있다.
연구책임자인 서울대 이봉주(사회복지학) 교수는 “연구 결과는 중산층 감소, 빈곤층·고소득층 고착화로 요약할 수 있다”며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면서 괜찮은 일자리가 줄어드는 게 빈곤 고착화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비정규직 근로자는 2006년 545만 7000명에서 지난해 607만 7000명으로 늘었다. 빈곤층과 고소득층의 사교육비 차이도 서너 배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서울대 이 교수는 “빈곤층에게 생계비 지원에 머물지 말고 일자리를 제공해 자립을 지원하고 가정 해체를 막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용 대전복지재단 대표는 “스웨덴은 세금·사회보험·복지지출 등의 정책이 시행되면 빈공율이 절반으로 주는데 한국은 거의 변화가 없다”며 “국가 정책의 방향을 빈곤 완화로 바꿔야 한다”고 제언했다.
신성식 선임기자, 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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