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여행, 그리고 기부 “우리는 제네시스 트리오”

나는 아내와 지민, 소민 딸 둘이 있는 위스타트 기부자 박상현이다.

두 딸은 조금 늦게 낳았지만 어느덧 이제 중학교 3학년과 1학년이다. 예전에 안아주고 업어주며 키운 딸들이 이제는 엄마와 키가 비슷하거나 훌쩍 크다. 두 아이는 각자 좋아하는 음식, 취미도 다르지만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야구와 여행이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바빠진 학교생활에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맞추기가 점점 어려워졌다. 하지만 아이들이 커가는 과정에 늘 함께이고 싶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즐거움을 포기 할 수 없었기에 나는 스스로 아이들과 “이것만은 함께 해야지”하는 약속을 했다. 그 중 하나가 같은 야구팀을 응원하고 야구장에 함께 응원을 가는 것이다. 올해도 변함없이 야구장에 가서 함께 응원을 했다. 예전엔 매년 야구장에 응원을 갈 때마다 아이들의 응원봉, 먹거리, 야구복 등을 챙겨줬다. 이젠 어느덧 야구장에 갈 때면 본인들의 준비물은 물론 아빠 것 까지 챙겨준다. 대한민국 최강이라는 중학생인 아이들과 말다툼을 하여 어색해진 분위기도 같은 팀을 응원하다보면 어느새 풀어져 있다. 하이파이브와 함께 꼭 껴안으면서 우리는 세상에 둘도 없는 부녀지간이 된다. 그래서 때로 서먹해지거나 소원해진 때에는 모두 야구장에 가기를 내심 바라는 눈치다. 이제 아이들은 나보다 더 많은 선수의 이름을 외우고 각종 기록을 줄줄 말한다. 아빠와 지민이, 소민이가 죽이 짝짝 맞는 둘도 없는 파트너임을 새삼 확인한다.

0320_%eb%82%98%eb%88%94%ec%9d%84-%ec%8b%a4%ec%b2%9c%ed%95%98%eb%8a%94-%eb%b3%91%ec%9b%901

다른 하나는 함께 하는 여행이다. 아이들은 여행하면서 크게 자란다. 올 해 큰 딸 지민이와 함께 제주도 여행을 갔다. 단체모임이라 여행기간 동안 여러 낯선 동생들과 같이 지냈는데 지민이가 어느덧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같이 놀아주는 언니가 되어 있었다. 마냥 어리게만 보았던 지민이가 훌쩍 자란 것이다. 어느 순간 지민이의 모습에서 엄마의 모습이 보였다. 제 엄마를 복사한 듯한 말투와 행동을 보면서 미소가 지어졌다. 함께 하는 여행을 통해 얻은 깨알같은 즐거움, 감동 중 하나다. 둘째 소민이와는 10월말에 같이 여행을 간다. 지민이는 고등학교 입시 준비에 아쉽게도 함께 하지 못한다. 지민이와의 여행에서 얻은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기에 동생 소민이의 모습이 어떨지 궁금하다. 동생으로 자라 평소처럼 어리광을 부리는 막내딸의 모습일지, 중학교에 들어가 한 뼘 자란 소민이의 모습일지, 또 나는 어떻게 소민이를 대해야 할지 벌써부터 기대가득이다. 10년, 20년 후에 아이들이 어떤 길을 갈지는 모르지만 현재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악, 여행, 야구 등을 같이 오래 즐겼으면 한다.

0320_%eb%82%98%eb%88%94%ec%9d%84-%ec%8b%a4%ec%b2%9c%ed%95%98%eb%8a%94-%eb%b3%91%ec%9b%902

최근에 우리 부녀에게 또 하나의 공통된 관심사가 생겼다. 바로 기부다. 우연한 기회에 우리나라에만 가난 때문에 공부에 전념할 수 없는 아이들이 100만명이나 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마침 대한성형외과의사회에서 작은 보직을 하나 맡고 있었기에 여기에 대해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나의 레이더는 국내 저소득층 어린이를 지원하는 위스타트에 닿았고 위스타트와 의사회는 함께하는 작은 기부모임을 만들었다. 어느 부모나 그렇듯 우리 클럽 회원들 역시 자녀가 훌륭하고 존경받는 리더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그 출발은 성적도, 부유함도 아니다. 그 길은 학원, 과외, 학교만이 만들어주지 못한다. 더불어 같이 사는 사회를 몸으로 겪고 익히며 자랐는지가 중요하다. 가족은 하나의 작은 사회다. 아이들의생각 행동의 토대가 자라고 가치관이 형성되는 곳이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모두 제네시스클럽에 가입했다. 생색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도, 아내도, 아이들도 모두 이 사회의 구성원이기에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데 함께 고민하고 작게라도 기여하기 위해서다.

손바닥이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이 제네시스클럽과 리틀제네시스클럽은 사회에, 그리고 가정에, 서로에게 짝이 되려고 한다. 이제 시작이다. 시간이 더 지나 우리 아이들이 어른이 되면 또 다른 짝을 이뤄서 기부와 나눔이라는 꽃을 더 활짝 피울 수 있기를 바란다. 아이들이 즐거운 꿈을 꾸고 희망에 차서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는 세상이 되기를 바란다.


* 대한 성형외과의사회와 위스타트는 2014년부터 공익활동을 함께 하기로 하고 제네시스클럽(대한성형외과의사회 회원의 위스타트 기부모임), 리틀제네시스클럽(대한성형외과의사회 회원 가족, 자녀의 위스타트 기부모임)을 통한 기부, 위아자나눔장터 참여, 각종 공익 이벤트 개최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