갖고 있는 재주를 다 활용해라, 그게 능력이다.
글 ㅣ 정형모 중앙 SUNDAY 문화에디터
곤경에 처한 후배가 조언을 구할 때, 내가 해주는 말이 있다. “어떤 상황이든 주어진 환경을 네게 유리하게 만들어라. 그게 능력이다.”
살다 보면 어려운 일이 닥치게 마련이다. 그럴 때 사람은 대부분 좌절한다. 자포자기한다. 그러나 누군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력을 다한다. 상황을 자기에게 좋은 쪽으로 바꿔 판을 뒤집으려 노력한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그런 노력을 통해 상황이 바뀌기도 한다. 그게 세상 이치다.
영화 ‘쇼생크 탈출(The Shawshank Redemption)'(1994)은 그런 삶의 교훈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스티븐 킹의 소설 『리타 헤이워스와 쇼생크 탈출』을 스크린으로 옮긴 이 작품은 한 치의 희망도 없는 세상에서 인간이 어떻게 자신의 희망을 찾아내고 결국 쟁취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만들어 진지 벌써 20년이 넘었지만, “내 생애 최고의 영화”라고 칭송하는 리뷰는 인터넷에 부지기수로 떠있다.
<영화 쇼생크탈출 The Shawshank Redemption, 1994>
개봉일 ㅣ 1995.01.28
감독 ㅣ 프랭크 다라본트
촉망받는 은행 간부였던 앤디 듀프레인(팀 로빈스)은 자신의 아내와 그녀의 정부를 살해했다는 누명을 쓰고 인간 말종들만 모아놓은 교도소 쇼생크에 수감된다. 동료 죄수들로부터 폭행을 당하고 간수들로부터도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하지만 우연히 간수 한 사람이 세금을 덜 내도록 도와준 것을 계기로 그의 위상은 바뀐다. 은행에서의 경험을 십분 활용해 간수들의 세금 문제를 해결해 주면서(심지어 교도소장의 검은 돈을 세탁해 그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채워주기도 한다) 그의 삶에도 비로소 희망이 깃들기 시작한다.
어느 날 자신의 부인을 죽인 진범이 다른 감옥에 있다는 얘기를 듣고 교도소장에게 재심 청구를 요청하지만 소장은 앤디의 요청을 단칼에 거절한다. 앤디가 자신의 노동의 댓가로 함께 노역에 나선 동료들에게 시원한 맥주 한 캔씩만 제공해 달라고 한 대목은 뭉클하다. 그는 자신보다 동료들을 더 챙김으로써 비로소 ‘친구’들을 갖게 된다.
그가 얼마나 철저하게 탈옥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행해 나가는지 보는 것이야말로 이 영화가 주는 꿀재미다. 자신을 배신한 교도소장에게 어떻게 복수하는지 알게 되는 영화의 말미는 ‘카타르시스’라는 게 뭔지 제대로 보여준다.
여기서 필자가 다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앤디라는 인간이 보여주는 ‘희망찾기’의 끈질긴 여정이다. 그는 탈옥을 위해 자신이 갖고 있는 능력을 120% 발휘한다.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인물을 만들고 그의 계좌에 교도소장이 부정 축재한 돈을 모두 넣어놓은 다음 탈출 후 은행으로 가서 전액을 찾는다. 그리고 교도소장과 간수들의 비리를 낱낱이 담은 서류를 언론사로 보낸다.
만약 앤디가 교도소에서 자신의 억울한 처지를 비관만 하고 지냈다면 어떻게 됐을까. 그에게 탈옥의 기회는 아마 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교도소에서 자신의 여생을 마쳐야 했을 것이다. 철저한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면 비참한 말로를 겪어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앤디는 커다란 목표를 세웠고 작지만 구체적인 일부터 실행하기 시작했다. 남과 다른 주인공이 되는 삶은 바로 이 같은 차이에서 시작된다. 이 작은 차이가 사람을 역경에서 키워내기도 하고 역경에 빠져 스러지게도 한다.
원 소설의 제목에도 나오는 리타 헤이워스는 할리우드의 유명한 글래머 스타인데, 그녀가 어떻게 앤디의 비밀을 지켜주었는지 역시 이 작품의 재미진 설정 중 하나다.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중 백작 부인과 수잔나의 2중창 ‘저녁 바람은 부드럽게 불고’가 새롭게 들리는 놀라운 경험도 하게 된다.
작품에는 좋은 대사가 많다. 가장 많이 인용되는 것은 희망에 대한 것이다. “희망은 좋은 겁니다. 최고의 선물이거든요. 그렇게 좋은 건 절대 사라지지 않아요(Hope is a good thing, maybe the best of things. And no good thing ever dies)”
그렇다. 좋은 건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희망은, 언제나, 제일 좋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