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활한 숲 속에서 버섯을 채취하며 애플리케이션으로 그 종류를 감별하던 핀란드 청년들.  MBC 에브리원의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방송에서 페트리와 그의 오랜 친구인 빌레, 빌푸, 사미가 전한 핀란드 젊은이들의 일상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자연을 담은 듯한 이들의 순박한 모습과 리액션은 방송이 거듭될수록 큰 화제를 모았다. 하루하루의 일상을 치열한 전투처럼 보내는 한국 청년들과는 사뭇 대조적이었기에 더욱 그러했는지 모르겠다. 핀란드에서 나고 자라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페트리에게 ‘케렌시아(Querencia)’에 대해 물었다.

 

▶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핀란드 편이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인기를 실감하시나요?

무엇보다 SNS 팔로워가 많아졌어요(웃음). 길 가다가도 많이들 알아봐 주시고요.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 때는 핀란드 방송국 소속으로 아이스하키 취재에 나서기도 했어요. 방송을 계기로 한국과 핀란드를 잇는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하고 있답니다. 친구들도 SNS 팔로워가 늘어나서 깜짝 놀랐대요. 한국에서 인기를 얻은 것이 역으로 핀란드 지역신문에 소개되기도 했고요. 다들 신기해하면서도 소중한 경험에 감사해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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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에서 보인 꾸미지 않고 순수한 핀란드 친구들의 모습이 화제가 되었어요.

제 생각에는 조용하고 고요한 환경에서 생활하던 친구들이 한국에서 갑자기 신기한 걸 많이 경험하다 보니, 그 모습이 순수하게 보여진 것 같아요. 일반적으로 핀란드 사람들에게 순수한 면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무래도 자연과 하나되어 사는 사람들이라 그런 것 같아요. 방송을 본 분들이 핀란드에서는 진짜 버섯을 채취하면서 노느냐고 묻는데(웃음). 저 역시 어린 시절부터 자연 속에서 노는 것이 일상이었어요. 숲 속에서 술래잡기, 버섯채취, 곤충채집, 노루와 대화하기, 산딸기 따먹기 등을 하면서 자라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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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과는 반대로, 한국친구들을 핀란드로 초대한다면 어디를 여행하고 싶은지 궁금해요.

핀란드는 호수가 많기로 유명한 나라입니다. 한국처럼 관광지하면 머리에 딱 떠오르는 장소가 많지는 않아요. 상품화하는 경우가 별로 없거든요. 하지만 걸어 다니는 곳곳이 명소처럼 느껴지실 거예요. 개인적으로 실리아 라인 크루즈를 타고 올란드(Aland)를 방문하는 것을 추천하고 싶어요.

핀란드 사람들은 자연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편이에요. 햇볕이 내리쬐면 따사로움을 즐기고, 얼음이 얼고 눈이 내리면 그것 그대로 즐길 궁리를 하죠. 여름에는 날벌레들도 많아요. 하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답니다.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거니까요. 있는 그대로 함께 어울릴 기회를 가지실 수 있을 거예요.

▶ 자연을 떠나 한국의 도시 생활에 적응해야 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한국 생활에서 위로가 되었던 ’케렌시아’가 있나요?

한국 친구들이요! 제가 한국 친구들이 꽤 있거든요(웃음). 친구들과 함께 하는 곳이라면 그 곳이 어디든 위로를 받곤 했답니다. 제가 한국 생활에 적응을 잘 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고요. 각자의 생활로 자주 만나지는 못 하지만, 여전히 만날 때마다 많은 에너지를 얻곤 하죠. 또 고요한 나만의 공간에서 안정을 얻는 편이에요. 스트레스를 해소할 특정한 장소를 찾기 보다는 조용한 공간에 머물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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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렌시아’는 크게 ‘쉼, 휴식’의 의미와 ‘치유를 통한 재생산’의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한국에서는 대체로 후자가 더 강조되곤 하는데요. 그냥 쉼 자체로도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보나요?

최근에 새소리와 바람소리를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한국에서는 마음먹고 떠나는 피크닉 캠핑이 핀란드에서는 일상이었어요. 그냥 햇빛을 쬐면서 쉬는 거죠. 일정에 맞춰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이 아니고요. 고요한 자연 속에 있다 보면 새소리, 바람소리, 나무소리, 나아가 저의 숨소리, 발자국 소리도 들리기 시작하는데요. 그 순간만큼은 온전히 저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물론, 서울에서 도시생활을 하다 보면 고요한 일상을 보내기가 쉽지 않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은 쉼 자체가 필요한 것 같아요. 쉼이 없이 계속 소진만 하면서 어떻게 살수가 있겠어요.

▶ 만약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랐다면, 지금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지금보다 더 공부를 잘 하고, 더 많은 자격증을 취득했을 것 같아요. 한국에선 자격증을 따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아마도 경쟁적인 교육 환경에서 요구되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그렇게 사는 모습이 좋다 나쁘다 판단하고 싶지는 않아요. 사회의 발전 과정, 역사, 문화가 워낙 다르니까요. 하지만 한 가지만큼은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어요. 평균적으로 핀란드의 아이들이 한국 아이들에 비해선 더 행복하다는 것. 그래서 어른들은 왜 이렇게 경쟁 속에서 치열하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생각해봤으면 해요. 교육의 성취는 경쟁의 결과가 아니라 협동의 결과입니다. 어떻게 사는 게 행복한 것인지,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나는, 우리는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답이 나올 거라 봐요. 워낙 어려운 문제라 단순하게 비교하긴 어렵지만, 핀란드에서는 한국의 큰 이슈인 아이들의 교육과 양육의 안정이 제도적으로 보장돼 있어요. 아이를 낳아 교육하는 데 국가가 책임을 지는 환경이죠. 한국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이 뜨거운 걸로 알고 있는데, 삶의 곳곳이 ‘케렌시아’가 될 수 있다면 어린이가 행복한 세상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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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이해하기
‘모든 이들의 권리’는 핀란드에서 가장 위대한 개념 중 하나로 숲, 폭포, 호수, 강과 같은 자연환경을 소유주의 허가 없이 자유로이 다닐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이 개념은 광활하면서 삼림이 울창한 핀란드의 국민이 불문 규정으로 만든 후 시간이 흐르면서 발전해왔다. 이를테면 야생 산딸기나 버섯은 딸 수 있지만 누군가 소유하는 사과나 자두는 그럴 수 없다. 카누를 타거나 캠핑은 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의 집에 가까이 가는 행위는 금지되어 있다. 낚시의 경우 대부분 지역에서 허가가 필요하다. 쓰레기를 버리면 안 되고 처음 방문할 때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 간단히 말하면 이렇다. 멋진 야외 환경을 즐기되 책임감을 갖고 타인과 타인의 재산처럼 자연을 존중하라.[출처] 핀란드 관광청 공식여행사이트 (www.visitfinland.com)

 

고단한 일상에 고요한 위로를 건네 준 페트리와 그의 친구들이 보여준 모습처럼, 바쁜 일상 속에서 지친 몸을 추스르고, 숨을 고를 수 있는 나만의 ‘케렌시아’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

 


* 이 글은 위스타트 소식지 Vol.8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