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탑방 꼬마 “Chef”
진영이(가명)는 초등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이며, 학교에서 좀 떨어진 작은 마을의 한옥집 옥탑방에서 아빠와 할머니의 사랑을 받으며 씩씩하게 살고 있는 수줍음이 많은 소년입니다.
진영이의 부모님은 진영이가 태어난 지 일 년이 채 되지 않아 이혼을 하셨고 진영이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할머니와 살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엄마 품이 그리웠던 진영이는 몇 달 동안 엄마를 찾아 밤낮없이 목 놓아 울고 투정을 부려 할머니는 하루하루가 지옥이었다고 합니다. 생계 때문에 진영이와 헤어졌던 어머니께서는 진영이를 다시 데리고 가 6살까지 함께 살았고…
그리고 다시 아빠와 할머니에게로… 진영이는 아빠와 만나는 재회의 기쁨을 누리기도 전에 엄마와 헤어지는 아픔을 또 느껴야 했고…
어린나이에 너무나 큰 상처가 진영이 마음에 남게 되었습니다.
진영이의 초등학교 입학 준비를 위해 할머니의 손을 꼭 잡고 건강검진을 받으러 보건소에 가던 날 입니다. 이 날 진영이는 소아당뇨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할머니, 아버지 모두 믿기지 않아 처음에는 진영이의 당뇨를 받아들이지 않으셨다고 합니다. 세상 어느 부모가 내 자식이 소아당뇨라는 질병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려 하겠습니까? 사실이 아니기를 간절히 바라고 거부하고 또 거부하고 싶었을 테니까요…
소아당뇨는 성인당뇨와는 달리 7~15세에 나타나며 인슐린 주사로 체내에 인슐린 공급을 원활하게 해주는 방법이 유일한 치료법이라고 합니다. 다른 질병이 생기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하고 고단백질의 식단위주로 식사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진영이에게 필요한 의료기구들은 모두 고가여서 경제적 부담이 크고 소아당뇨는 완치될 수 없는 질병이라 평생도록 약물을 복용하고 투여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또한 식이요법과 운동을 병행하여 혈당수치를 조절해야 하는데, 11살 진영이에게 식이요법이란 너무나 참기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보통의 또래친구들처럼 친구들과 어울려 맘껏 떡볶이라도 먹는 날에는 혈당이 올라 응급실로 실려 가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났습니다.
아버님은 진영이가 고혈당으로 인해 몸에 이상이 느껴졌을 때도 할머니와 아버지가 걱정 할까봐 혼자 끙끙거리며 앓고 있는 날이 다반사며, 응급실로 향하게 되면 괜찮다고 이제 그만 집에 가자고 말하는 진영이의 모습을 이야기 하실 때는 목이 메어 끝까지 말을 잊지 못하셨습니다.
혈당체크 중인 진영이
아버지께선 생계 유지위해 수입이 일정치 않은 퀵서비스 일을 하고 계십니다. 위험한 오토바이를 타고 추운겨울에 칼날같이 매서운 바람을 맞으며 오토바이를 타고 일을 나가실 때면 할머니와 진영이는 아픈 마음을 감춘 채 웃으며 아버지께 잘 다녀오라고 인사를 합니다. 아버지께선 예전에 택시운전을 하셨지만, 퀵서비스 일을 택하신 이유는 택시 근무시간이 길고 밤낮이 시도 때도 없이 바뀌어 진영이가 아플 때 곁에 있어주지 못하는 것이 이내 마음이 아파서 위험하고 수입은 적지만 현재 직업을 택하게 되셨다고 합니다. 수입이 적어 생활비와 진영이의 병원비 걱정으로 밤을 지새는 날이 많으시지만, 진영이가 아플 때 함께 병원을 갈 수 있고 저녁이 되면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있어 마음만은 행복하다고 하십니다.
진영이는 하루에도 여러 차례 혈당을 체크하고 식사 전에는 인슐린 주사를 투여해야 합니다. 센터를 다니기 전에 진영이는 스스로 인슐린 주사를 투여하는 것은 물론이고, 학교에서는 친구들이 아는 것이 싫어 몰래 숨어 인슐린 주사를 투여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는 안타까움에 가슴이 먹먹해지는 슬픔이 밀려왔습니다. 성인도 참기 힘든 일을 어린 진영이는 남몰래 숨어 자기 스스로 해 왔고, 고통을 잊고 견디기 위해 더욱더 친구들과 함께 밝은 얼굴로 생활하며 지내고 있답니다.
진영이는 공부도 제법 잘하고 친구들이 모르는 것이 있을 때는 친절히 알려주는 모범생 입니다. 청소시간이나 체육시간에도 리더쉽을 발휘하여 선생님께 칭찬을 곧 잘 듣습니다. 바르지 못한 행동을 한 친구들에게는 기분 상하지 않도록 설명하여 고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등 성실하고 바른 행동으로 친구들에게 꽤나 인기가 있답니다. 짝 짝 짝…
요리 프로그램에 참여 중인 진영이
진영이의 꿈은 요리사입니다.
식사 전에 혈당 체크를 하고 인슐린을 투여한 후에야 식사를 할 수 있는 진영이는 자신이 요리한 음식을 맘껏 먹어볼 수도 없는데 말입니다. 자신이 만든 음식을 마음껏 먹어보지도 못 할 텐데 “왜? 요리사가 되려고 하냐!” 는 질문에 진영이는 자신은 먹지 못하지만, 맛있는 음식을 만들고 가족과 친구들이 모두 맛있게 먹는 모습만 보아도 자신이 먹는 것보다 더 뿌듯하고 행복할 것 같다고… 반짝이는 눈으로 이야기 하는 진영이의 따뜻한 마음에 제 질문이 부끄러워 고개를 숙이고 말았습니다.
진영이가 소아당뇨를 앓고 있지만 힘든 과정을 잘 이겨내고 건강하게 성장하여 훌륭한 요리사 꿈을 이룰 수 있다고 저희는 믿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글을 읽고 계신 모든 분들도 같은 생각이라 여겨집니다.
나이에 맞지 않게 의젓하고 자신의 아픔을 탓하지 않는 진영이가 누구보다 밝고 씩씩하게 자랄 수 있도록 여러분의 관심과 사랑을 나누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