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이는 오늘도 꿈을 꿉니다
필리핀 엄마와 신체장애가 있는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태양이는 학습이 많이 뒤처지고 자신감이 부족하여 또래 관계에서도 언제나 소극적인 모습만 보이던 아이였습니다.
더구나 배변장애가 있어 변비가 심하고 간혹 속옷에 대변이 묻어 교실 전체에 냄새가 나는 일도 있었답니다. 그럴때면 친구들이 수군거리고 이런 상황에 태양이는 더 위축될 수밖에 없었죠. 태양이는 결국 센터 방과 후 공부방에도 다니기 싫어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We Start 장흥마을에서는 태양이가 월 1회 병원을 다니며 꾸준히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우면서, 공부방을 계속 이용할 수 있도록 상담을 하였습니다. 선생님들의 관심과 노력 덕분인지 태양이는 계속해서 공부방을 다니게 되었습니다.
태양이의 집은 공부방 바로 옆에 있어서 어쩌다 냄새가 나는 경우엔 재빨리 집에 다녀오게 하였고, 자신감을 키워줄 수 있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하였습니다. 계속된 활동에 태양이의 얼굴이 다시 밝아지기 시작했고, 물론 심했던 배변장애도 조금씩 나아졌답니다. 그리고 이제는 병원 가는 날을 제외하고는 공부방 출석에도 일등이랍니다. 옆 짝꿍이랑 웃고 장난치다가 혼나서 벌을 받기도 하죠.
태양이는 아빠에 대한 염려가 참 큽니다. 아빠는 오른쪽 팔을 전혀 쓰지 못하는 신체장애가 있으셔서 집안일 정도만 하고 있는데 가끔 이런 생활이 속상하신지 술을 많이 드시거든요.
술을 많이 드시는 것이 싫기도 하지만 아빠의 그런 모습을 볼 때면 기분이 안 좋아 진다고 합니다. 그럴 때는 온 가족이 출동해서 ‘아빠~ 힘내세요~’ 노래를 불러드린다고 하네요. 그럼 온 가족이 다시 한 번 “스마일” 하게 된다고 합니다.
태양이네 가족들은 한 달에 한 번 지금 살고 있는 지역에서 버스로 두 시간을 가야하는 광주로 총출동 합니다. 태양이와 태양이 동생이 병원에 가야하기 때문이죠. 태양이는 변비치료를 위해서이고, 동생은 간질을 앓고 있기 때문에 약을 타기 위해서입니다.
온 가족이 움직이다 보니 경비도 많이 들고 힘이 들기도 하지만 거를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일도 온 가족이 함께 하기 때문에 위로가 된다고 합니다.
지난 겨울, 보일러가 고장 났지만 집 주인 할아버지는 나 몰라라 하셔서 엄마가 돈을 들여 몇 차례 수리를 했었는데 또 고장이 나자 포기를 하고 전기 매트 하나에 의지해서 온 가족이 추위와 싸웠습니다.
봄, 여름에는 아무렇지 않았지만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오면 또 추위를 견뎌내야 하는 태양이 가족.. 더구나 집세를 올려달라고 하니 더 이상 어떻게 할 방법이 없어, 엄마가 힘들어했던 할머니, 할아버지 댁으로 다시 들어가야 합니다.
이렇듯 많은 일들에 직면하여 있지만 밝고 긍정적으로 자라주는 태양이와 동생, 집안일을 잘 거들어주며 의지가 되어주는 아빠, 경제활동에 집안일까지 바쁘지만 긍정적 에너지가 샘솟는 엄마가 모두 함께 하기 때문에 매일 새롭게 힘을 냅니다.
언젠가 센터에서 가족 노래자랑이 열렸을 때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하시는 아빠가 “무조건”을 열창하고 엄마, 태양이, 동생은 열심히 춤을 춰서 당당하게 1등을 차지했었던 것처럼 서로 의지하며 무슨 일이 생겨도 오뚝이처럼 힘을 내어 무조건 열심히 살 것을 오늘도 다짐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태양이는 희망을 잃지 않습니다. 제자리에서 묵묵히 할 일들을 이뤄내고 꾀를 부리는 법이 없이 성실하게 매사에 임한답니다. 어느 날은 축구선수가 되고 싶고, 어느 날은 과학자가 되고 싶고, 또 어느 날은 의사가 되고 싶은 태양이는 아직 마음껏 꿈꿀 수 있는 어린이입니다.
이제 10살이 된 이 아이가 하고 싶은 일을 해낼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응원해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누군가의 지지와 응원이 더해진다면 태양이와 태양이 가족은 더 힘을 내어 열심히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도 열심히 살고자 노력하는 태양이와 그 가족에게 우리가 서포터즈가 되어주면 어떨까요?
글·사진 : We Start 장흥마을 김하나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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